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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전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시연회에서 진대제 장관(오른쪽에서 3번째)과 참석자들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13일 대전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시연회에서 진대제 장관(오른쪽에서 3번째)과 참석자들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 정보통신부 제공

지난 13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시제품을 개발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 시연회에 참석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입가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배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일 역시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지상파 이동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가 유럽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데 이어, 시속 60km로 이동할 때도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와이브로도 시제품 시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상파DMB나 와이브로 모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일뿐만 아니라 상용서비스도 국내에서 세계최초로 시작되는 만큼 세계표준도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찬사를 들으면서도 원천기술이 없어 외국 업체에 막대한 로열티를 물어왔던 설움을 씻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경제적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사가 겹쳤으니 주무부처 수장인 진대제 장관의 입이 큼지막하게 벌어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진 장관은 이날 와이브로 시연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신이 난 진 장관, 입가에 연신 웃음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자료사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실내 시연회에서 와이브로 모뎀으로 인터넷에 연결한 뒤 3개 실시간 방송에 동시 접속이 이루어지고 전송속도가 2Mbps까지 올라가자 진 장관은 직접 박수를 유도하는 등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진 장관의 만족감 속에 CDMA 상용화 이후 굵직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던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한시름 놓게 된 것은 물론이다.

진 장관은 또 와이브로 기술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에게 '미스터 핸드폰'이라는 애칭도 선사했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반도체 기술 개발을 주도해 '미스터 반도체'라는 별칭을 얻은 진 장관이 와이브로는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으면 성공 못했을 것이라며 이기태 사장을 '미스터 핸드폰'으로 부르자고 제안한 것이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이렇게 들떠 있는 장관 모습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들뜬 기분 때문이었는지 진 장관은 맘속에 있던 '야망(?)'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날 시연회에서 진 장관에게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는데 그 중 하나가 '와이브로 단말기에 보조금 지급을 허용할 것인가'였다.

이 질문에 진 장관은 조금도 주저함 없이 "당연히 지급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비스 초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와이브로 전용 단말기는 물론 와이브로와 휴대폰 결합 단말기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휴대폰 결합 와이브로 단말기는 빨라야 2006년 말에나 출시될 예정이다. 2년 후에 결정해야할 사안에 대해 진 장관이 조금의 주저도 없이 대답을 내놓은 것은 이미 2년 후의 정책까지 방향을 결정해 놨다는 이야기 아니냐는게 주변의 평가다.

이를 두고 참여정부 조각 장관으로 최장수 장관 중 한 명인 진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하겠다는 속내가 엉겁결에 드러나 버린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진 장관의 속마음

지난 15일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개각과 관련해 '문제 장관'과 '장수 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장수 장관이라 하면 허성관 행자부 장관, 지은희 여성부 장관, 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 3명이다. 정 수석 말대로라면 진 장관은 개각 대상인 셈.

그러나 상황이 지금만 같다면 진 장관의 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러 에피소드를 모아보면, 노 대통령은 정통부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진입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IT839'전략과 진 장관에 대한 신임과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9일 정통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유비쿼터스 코리아(u-korea) 추진전략 보고대회에서 노 대통령은 "정통부가 잘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오늘 와보니 이정도로 잘하는 줄 몰랐다"고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또 "소문에 의하면 누가 정통부 장관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데 아마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시 개각설이 나돌던 상황에서 진 장관에게 유임도장을 '꾸욱' 눌러주기도 했다.

또 최근 노 대통령은 영국 방문 때 'IT839' 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진대제 장관은 당시 캠브리지 대학 강연으로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는데 노 대통령은 직접 IT839에 대해 답변을 했다. 그만큼 와이브로, DMB를 비롯한 IT839 프로젝트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해외에 나가서 보여 줄만한 것도 IT839에 들어있다. 남미와 유럽 방문 때 개최한 DMB 기술시연회는 현지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최근 4번의 해외 순방 중 3번이나 진 장관을 데리고 갔다. 역대 정통부 장관 중 대통령을 공식 수행해 해외에 나간 것은 진 장관이 처음이다.

때문에 정보통신 업계와 관가에서는 진 장관이 지금 2년 후까지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와이브로 시연회에서 드러나 버린 속마음대로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는 사상 첫 정통부 장관이 탄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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