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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기는 어렵다. 죽어도 못 고치는 것이 성격이고 어리석음이다. 못난 자들이 그것을 아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 역시 그러하지만 요즘 정치인들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특히 국회 법사위에서는 여야 간 논쟁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독설과 고성이 오가는데 그 이유가 많아 보인다. 국가보안법 폐지나 공정거래법, 언론개혁법, 기금관련법 등 쟁점들이 많아서 다투는 일이 많기는 하지만 좀더 어른들답게 말하고 처신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못난 내가 집에서 하찮은 일로 다투는 꼴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생일날 몽니 부린 것이 생각난다.
얼마 전 일이다. 여느 날 아침과 다름없이 서재로 갔지만 내심 속으로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나에게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역시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아침이었다. 신데렐라에게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어 준 요정도 나타나지 않았고, 콩쥐의 밑 빠진 독을 막아 준 두꺼비도 밤새 다녀가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올 해라고 별 수 있을라고" 그런 말을 하며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서 서운함의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우고 있었다.
아들을 깨우느라고 수선 떨던 아내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미역국을 끓이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까짓 미역국 안 먹어도 돼'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생일을 기억 못하고 있는 아내에게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잠시 후에 아침 준비를 마친 아내가 내 서재로 들어오면서 아침을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부아가 치밀어 올라 있는 나는 아주 어색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나있는 상태에서 나는 밥을 안 먹겠다는 말을 하면서 책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무슨 도망자처럼 황급히 집밖으로 나오려고 했다.
아내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도 만류할 생각을 못하고 서 있었다. 그렇게 집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도서관에 도착하자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보니 친구였다.
"생일 축하한다."
"생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우리 마누라도 그걸 잊고 있던데."
"다 알 수 있지. 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홈페이지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올려놓은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올라 있었다. 그 뒤 여기저기서 축하 전화가 왔다.
아침의 기분이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그래도 서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현관에는 내가 처음 본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딸아이가 반갑게 맞이하면서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밝은 미소로 맞이했다.
"그 구두 신어봐요, 잘 맞을는지."
그제서야 나는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심술을 부리고 나간 것을 후회했다. 고정관념 탓이다. 하지만 엉거주춤하고 서 있는데 다시 아내가 나의 마음을 긁어 놓는다.
"생일상 안 차렸다고 아침에 화내고 나갔지. 늙어 가지고 몽니 부리기는."
그 말에 다시 심술이 뒤틀리면서 다시 한번 큰 소리를 질렀다.
"화가 나기는, 내가 그렇게 못난 사람이야?"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성급한 내 성미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죽어서나 고치겠지. 조금 참았다가 화를 내지.'
나는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구두를 신어보고 환한 얼굴을 했다. 학발의 나이지만 언제 철이 들는지?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내 생일날 내 가족에게 부렸던 몽니 부리기가 자꾸 생각난다. 제발, 이제 몽니 부리는 정치인들은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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