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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 고기복
연이어 산드라는 외국인보호소에서 나오게 된 경위를 얘기했습니다.

“사장님이, 산드라, 너 왜 여기 있어? 하면서 나를 그냥 데리고 나왔어. 나도 어떻게 나왔는지 몰라. 같이 잡혀갔던 필리핀 여자는 매일 울었는데, 아무도 안 와. 그래서 맘 편하게 집에 가려고 했는데 지금은 안 된대. 혼자 나와서 미안했어. 차라리 그 사람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들이 신기한 듯 몇 가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수갑은 아퍼? 언제까지 했어?”
“몰라, 느낌은 안 좋아. 난 버스에 타고 바로 풀어 줬어.”
“거기 음식은 어때? 맛있어?”
“음식이 맛있겠어? 아참. 김치는 매일 나와.”

시원시원 간단하게 답하는 산드라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친구들의 속내는 자신들도 언젠가 불법체류자로 있다가 쫓겨날지 모르는 마당에, 잡혔을 때의 상황과 외국인보호소의 형편을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풀려나고 집에 전화했어?”

“응, 바로 전화했지, 내일 못 가! 했더니 왜? 왜? 자꾸 묻는 거야. 그래서 지금 비행기 자리 없어. 내년에 갈게! 라고 말해 줬어.”
“그래도 지금 가지 않으니까, 좋지?”
“지금 가는 게 좋은 건지 내년에 가는 게 좋은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어쨌든 사장님이 나오게 했으니까 거기서 갈 때까지 일해 줘야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웃 공장에서 일하다가 출입국에 잡히고, 다시 업체 사장의 도움으로 풀려나왔던 산드라는 지금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일이 없더라도 조금만 더 벌고 내년에 갈 것인지, 아니면 연말에 집에 돌아갈 지 말입니다. 하지만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스스로 가기에는 아직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어 산드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차라리 그때 갔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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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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