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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박순종 목사.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박순종 목사. ⓒ 평화뉴스
- 센터를 꾸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에서 4년 동안 일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노동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인권 보호 등 제도적인 문제는 너무 열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대구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가 3만여명에 이르러 논공, 화원, 고령 등지의 노동자들을 돌보기 위하여 분리, 설립됐다."

- 센터의 구성과 활동은?
"고경수 목사와 내가 전반적인 활동을 하고 있고, 김기록 사회복지사가 돕고 있다. 그밖에도 후원팀과 자원봉사팀이 있어 여러 방면으로 힘을 얻고 있다. 센터에 도움을 청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산재 문제나 임금 체불 등 법적인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다른 단체와 연계해 산업연수생 문제와 같은 제도 개선과 강제 추방 반대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1년 사이 500여명을 만나 도움을 줬는데, 최근에는 그 수가 늘어 하루 평균 5명 정도의 외국인 노동자가 사무실을 찾는다. 월급이나 산재 문제도 크지만 정신과 마음의 고통도 심각하기 때문에 이들의 심적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그 동안의 성과를 든다면?
"태왕 고발 건으로 산업연수생에 대한 보증금 제도를 막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그러나 그 결과도 한 업체에 한정된 것일 뿐 다른 업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아 고발과 재판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고 정유홍씨 사건도 100일장을 치를 때까지 꼬박 석달을 뛰었지만 큰 성과 없이 끝나, 우리 사회의 벽을 증명했다.

오늘도 외국인 노동자로부터 출입국 관리소측에게 잡혔다는 연락과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졌다. 1년 사이 정부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정작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게 가장 안타깝다."

ⓒ 평화뉴스
- 정부는 물론 언론에 대한 실망도 클 것 같은데.
"한마디로 정부는 인권 유린에는 단호하고, 인권 보호에는 느슨하다. 우리 정부가 현실적 대안 없이 강경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가장 답답하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지금의 한국 정부만큼 반인권적으로 불법 체류자를 대하는 곳은 없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경제 논리로 따지고 있지만 인간은 경제 논리로 따질 수 없다. 불법 체류 문제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해도 한국의 경제 구조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정부는 간접적으로 책임져야만 한다.

언론이 이런 문제의 핵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언론의 무관심은 오랜 일이기 때문에 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지만, 제도의 변화는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이 함께 움직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외국인 노동자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음식의 기본이 되는 것이 쌀이라면 우리 경제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3D업종이다. 한국 인력이 모두 기피하는 이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농부만큼이나 소중한 사람들이다.

해외법인투자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햇볕도 없는 창고에서 주야 12시간 교대 근무로 휴일도 없이 일해서 한 달에 30만원을 번다. 만약 하루 휴일을 얻고 싶다면 24시간 근무로 그만큼의 일을 채워 넣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연수생 제도의 보증금을 핑계로 그 돈마저도 주지 않으려는 것이 현실이다. 보증금 4~500만원을 갚고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체류자가 되어 숨어서 돈을 버는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나?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자녀 양육에 관한 것이다. 분진이 날리는 곳에서 12시간 넘게 일하면서 아기를 기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기들 대부분이 태어난 지 3~5개월 만에 부모 곁을 떠나게 된다. 어떤 필리핀 여성은 아기를 낳은 지 17일만에 고국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현재 우리는 이 아이들을 키워줄 수 있는 탁아방과 위탁 양육 가정을 찾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해결책이 그리 쉽게 마련되지는 않겠지만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인간으로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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