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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희
공군 군악대가 창설된 이후 처음으로 부부가 탄생했다.

계룡대 근무지원단 공군지원부 군악대에 근무하는 류의성(27, 남, 부사후 167기, '96년 임관) 중사와 이희용(24, 여, 부사후 182기, '01년 임관) 하사가 그 주인공.

류 중사와 이 하사는 지난 28일(일) 인천에서 동료들과 선후배들이 준비한 축가를 들으며 화촉을 밝혔다.

3년 전 임관한 이 하사는 6명의 공군 군악 여 부사관 중 가장 먼저 신부가 되면서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작년까지 군수사령부와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각각 근무하던 두 사람은 2001년 9월,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3군사관학교 체전을 지원하며 처음 만났다.

당시 갓 임관한 이 하사가 풋풋한 모습과는 달리 능숙한 트롬본 연주실력을 가져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류 중사는 그 후,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먼발치에서 그녀를 지켜보았다고 한다.

작년 12월, 류 중사가 이 하사의 근무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 군악대로 오게 되면서 두 사람은 본격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1호 커플에 대한 선배들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

커플의 존재로 다른 특기에 비해 계급간 군기가 강하고 유대 관계가 돈독한 군악대의 근무 기강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두 사람은 공석은 물론 회식 자리에서도 결혼을 앞둔 연인이 아닌 선배와 후배 사이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연주 반장으로 후배 부사관과 병사들의 연습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류 중사는 이 하사의 작은 잘못에도 다른 후배보다 더 심하게 야단을 쳤다고 한다. 다행히 이 하사도 그런 류 중사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잘 따라 주었다.

두달 전, 류 중사는 신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 하룻밤 내내 색소폰 곡을 연주했다. 그러나 그 곡을 담은 CD는 제대로 전해 주지 못했다. 대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연주와 공연이 계속되고 밤늦게까지 연습이 이어지면서 프러포즈의 '적당한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던져 주듯 CD만 전해 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는 신랑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고마워하는 신부의 대답은 한결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편하게 만나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군악대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하다"는 것.

올 한해 두 사람은 공군 각 비행단과 격오지 부대에서 열린 순회공연, 울릉도 주민을 위한 연주회, 제주 국제 관악제, 원주 국제 군악제(따뚜), 국군의 날 등 굵직굵직한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결혼식을 앞두고는 신혼집 준비도 미룬 채 25일(목)에 열렸던 2004년 정기 군악연주회 연습에만 전념했다.

배우자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악기를 잡는 순간’이라는 류 중사와 이 하사. 두 사람은 공군 군악대의 가장 큰 행사인 이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최고의 동반자’가 되는 신고식을 무사히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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