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대교입니다. 이 멋진 다리를 건너 창선도와 남해도로 향했습니다. ⓒ 구동관
남해도와 창선도에 다녀왔습니다. 남해도의 유자 재배 농가가 목적지였지만, 그곳에 가려면 창선도를 거쳐야 됩니다. 가는 길에 사천의 삼천포에서 몇 개 섬을 지나며 연결된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그 다리가 삼천포대교와 창선대교입니다.
다리가 건설되기 전에 그곳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들어갈 때는 남해도를 거쳐 들어갔고, 나올 때는 창선도에서 배에 승용차를 싣고 삼천포로 나왔습니다.
▲파란 바다색이 여행객의 발길을 잡아 끌었습니다. ⓒ 구동관
창선도로 들어서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을 잡아 끈 것은 파란 바다였습니다. 그것도 길을 잘못 들어 헤매던 중이었습니다. 목적지를 찾는 것도 잊고 워낙 예쁜 바다 색에 이끌려 그곳으로 내려갔습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파란 바다색에 홀린 듯 내려간 것입니다.
파란 바다가 마음에 끌린 것은 저 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다른 여행객들도 가끔씩 그 바다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가곤 했습니다.
▲파다 바다뿐만 아니라 작은 섬이 여행자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 구동관
여행을 다니다 보면 목적지가 아닌 곳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며,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한가한 마을 풍경도 그런 곳인 셈입니다. 더욱이 그곳에는 작은 섬도 하나 떠 있었습니다.
잔잔한 파도에 떠 있는 그 섬이 아름다워서 그 섬에 들어가 한나절쯤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긴, 그 섬에 들어서지 못하더라도 그 섬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작은 섬과 한참동안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그 섬을 비스듬히 바라보는 허수아비를 만났습니다. ⓒ 구동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파란 바다의 주변 경치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 파란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고깃배도 보였습니다. 바다에 떠있는 여러 척의 고깃배들은 오늘도 치열한 삶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문득, 한가한 마음으로 떠나온 당일치기 나들이도 사치스러운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창선교 중간에 서서 죽방렴을 보았습니다. ⓒ 구동관
작은 섬과 이별하고 되돌아 나오는 길에 텅 빈 들판을 지키고 있는 허수아비를 만났습니다. 비스듬히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잠시 전의 저처럼 작은 섬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참 치열한 나날을 보냈을 그 허수아비도 여행자의 눈에는 낭만입니다. 문득 허수아비에게마저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발걸음을 돌려 그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파란바다와 어울린 작은 섬이며, 텅빈 들판의 허수아비는 평범한 경치지만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죽방렴을 살펴 보러 나온 어부 입니다. ⓒ 구동관
몇 번 길을 물어 목적지를 찾았습니다. 그곳은 지족마을과 가까웠습니다. 지족마을은 남해도와 창선도를 잇는 창선교가 설치된 마을입니다. 유자재배 농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창선대교와 창선교가 혼동되어 길을 헤맸던 것입니다.
농가로 들어가기 전 잠시 시간을 내어 걸어서 창선교를 넘었습니다. 다리를 건너며 나무로 만든 독살인 죽방렴을 볼 수 있습니다. 죽방렴은 나무로 말뚝을 개펄에 박아 그물처럼 이용하는 것입니다.
V자형으로 벌려 원시적으로 고기를 잡는 죽방렴은 지족해협에 20통 이상 남아 있습니다. 물살이 빠른 곳에 사는 고기들이 탄력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죽방렴에서 잡은 고기는 최상품의 횟감이라고 했습니다.
▲할머니 몇분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굴을 까고 있었습니다. ⓒ 구동관
제가 창선교를 건너는 사이 작은 나룻배를 탄 어부가 죽방렴을 살펴보러 나왔습니다. 바다가 잔잔하여 죽방렴을 살펴보는 어부의 손길도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다리를 되돌아 나오는 길에 다리 아래쪽, 햇살이 따뜻한 곳에서 굴을 까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창선교에서 유자재배 농가까지는 멀지 않았습니다. 유자 밭에 들러 유자 수확을 한 뒤, 필요한 유자를 구입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해진 바다의 풍경이 아름다운 바다를 만났습니다. ⓒ 구동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삼천포에서 사천으로 나오는 길에 삼천포의 해변도로를 이용했습니다. 막 해가 진 바다 모습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잡아끕니다. 차에서 내려 그 풍경에 한참동안 눈길을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번 여행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오고 가며 만난 풍경이 더 좋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삶의 나날도 이럴 때가 있습니다. 어떤 목표에 따라 최선을 다하지만 막상 목표를 이루고 난 뒤, 목표를 이룬 것보다 목표를 찾다가 방황한 곳들이 더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무슨 까닭일까요?
▲한참동안 그 경치를 바라보며, 그 경치를 마음에 담았습니다. ⓒ 구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