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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배우근
가는 듯 마는 듯 유유히 흐르던 구름도 오늘은 머리 위를 빨리 지나간다. 어느새 앙상해진 나뭇가지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한껏 가지를 뻗고 길가에 떨어진 낙엽도 신명나게 춤을 추며 내 발을 간질인다.

ⓒ 배우근
바람은 내 머리카락에도 각치며 파고든다. 차가운 손으로 실타래를 풀 듯 쉬지 않고 놀림이 바쁘다. 바람은 구중중한 내 눈도 맑게 한다. 창문의 먼지를 훑어내 듯 눈에 낀 세상의 때를 말끔하게 벗겨낸다. 상큼한 기분이 온 몸을 감싼다.

ⓒ 배우근
잠시 눈을 감는다. 옷깃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조금 춥다. 하지만 시원하다고 생각을 바꿔본다. 그리고 구름이, 나뭇가지가… 바람의 리듬에 몸을 맡기듯 나도 자연스럽게 바람의 흐름에 기댄다.

ⓒ 배우근
몸이 점점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은 여전한데 잠시 바람에 몸을 맡기니 세상의 칼날에 생긴 생채기가 아무는 느낌이다. 몸은 조금씩 추워지는데 마음만은 새뜻하다.

ⓒ 배우근
구름이 흐르는 것인가, 바람이 부는 것인가? 자연의 모든 것이 강물이 흐르듯 자연스럽다. 아득한 산마루를 지난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을 만진다. 다시 쪽빛 하늘로 올라가 구름을 움직인다. 바람은 푸른 피가 되어 살터를 새롭게 한다. 바람은 그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나도 어루만진다.

ⓒ 배우근
그러나 쇠기둥을 박고 검은 아스팔트 위에 돌니처럼 곧추선 단단한 건물들, 빈틈없는 사각의 회색건물만이 죽은 생물처럼 바람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간이 사는 시멘트 건물은 조금의 미동도 없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에 그 모습으로 있었던가?
얼마나 오랫동안 부동자세로 버틸 수 있는가?

ⓒ 배우근
흘러가는 구름이나 나부끼는 나무보다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바람 너머 너볏한 산 하나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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