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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을 바라보고 서 있는 장승은 웃고 있다.
마을주민을 바라보고 서 있는 장승은 웃고 있다. ⓒ 서정일
소방서를 바라보고 있는 장승은 무섭고 근엄하다.
소방서를 바라보고 있는 장승은 무섭고 근엄하다. ⓒ 서정일
참으로 희한한 장승 하나를 발견했다. 마을 앞을 지키는 여느 장승처럼 무서운 얼굴을 하고 먼발치만을 바라보는 그런 장승이 아니다. 한쪽은 온화한 표정으로 한쪽은 근엄한 표정으로 안과 밖을 달리하면서 서 있는 장승. 지난 23일 준공한 순천소방서(서장 이태근) 관할 낙안출장소 앞에 세워진 장승 두 개에 관한 얘기다.

"장승은 하늘과 땅을 지키고 액운을 막는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곳 장승을 만든 낙안읍성관리사무소의 송갑득(59) 주사는 민속마을을 화마로부터 지켜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 어느 장승보다 지성을 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장승을 제작한 낙안읍성관리소의 송갑득 주사
장승을 제작한 낙안읍성관리소의 송갑득 주사 ⓒ 서정일
마을에서 주민들이 바라보면 온화한 표정으로 '화재예방' '소방안전'이란 글귀를 달고 소방파출소에서 보면 무섭고 근엄한 표정으로 '119 낙안지킴이' '119관광안내소'라는 글귀를 달고 서 있는 장승. 양면의 얼굴을 하고 서로 다른 문구를 새기고 있는 장승엔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음직 했다.

"민속마을의 특성을 살리고 주변경관과 어우러지도록 장승을 세웠습니다."

순천소방서 방호과 오경호 소방관의 말이다.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기도 한 오 소방관, '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태근 서장의 얼굴을 바라본다.

"소방업무는 대민봉사의 최일선입니다. 주민을 맞이할 땐 온화한 표정으로 그리고 쉽게 찾아오실 수 있도록 웃는 표정으로, 근무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철저히 근무에 임하도록 근엄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안과 밖의 모습을 달리했습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이태근 서장.

순천소방서 이태근 서장과 장승 기안자 오경호 소방관
순천소방서 이태근 서장과 장승 기안자 오경호 소방관 ⓒ 서정일
양면에 얼굴을 새긴 장승이 흔하지 않으며 더구나 전국 소방서 중에 장승이 세워진 곳은 이곳뿐이라는 특이점은, 이태근 서장이 설명한 안과 밖을 달리한 깊은 뜻에 비하면 전혀 얘기 거리가 되지 않았다. 평소 이 서장이 간직한 공직생활의 철학이 장승 안에 녹아 든 것이다.

"항상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마을 순찰을 돌기 위해 나서는 낙안출장소 정택춘 소방관은 장승의 깊은 뜻을 볼 때마다 가슴에 새긴다고 했다. 변화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 가슴 뿌듯함에 다시 바라본 장승은 나를 보면서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소방관을 보면서는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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