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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네 발을 들고 누워자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네 발을 들고 누워자고 있습니다. ⓒ 박희우
동물원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이 더 많았습니다. 중년의 부부들이 특히 눈에 많이 띄더군요.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곰이 물을 먹고 있습니다. 반달곰이었습니다. 덩치가 제법 컸습니다. 100㎏은 족히 되어 보입니다. 그런데 물먹는 모습이 특이합니다. 앞발에 물을 적시고는 혓바닥으로 핥는 것이었습니다. 혓바닥은 붉고 길었습니다. 발톱도 여간 날카로운 게 아닙니다. 정말이지 발톱이 작은 송곳 크기만 합니다.

아이들이 기린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키가 엄청 큽니다. 기린은 혀가 45㎝나 된다고 합니다. 잎을 훑어 먹기에 좋도록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쌍봉낙타가 보입니다. 혹 속에는 지방질이 가득 합니다. 그래서 물을 먹지 않아도 오래 견딘다고 합니다. 타조가 보입니다. 목이 호스처럼 가늘었습니다. 타조는 달리기를 잘합니다. 시속 50㎞라네요. 최고 70㎞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알도 무척 큽니다. 무려 14㎏이나 나간답니다.

호랑이란 놈이 누워 자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내에게 묻습니다. 왜 호랑이는 낮잠만 자냐고요. 아내가 말합니다. 호랑이는 야행성 동물이라서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호랑이 한 마리가 이상합니다. 여느 호랑이와는 다릅니다. 엎드려 자는 게 아니라 누워서 자고 있습니다. 다리 네 개가 하늘을 향했습니다. 사람 자는 모습과 매우 닮았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사자 우리입니다. '암사자 순이'가 바닥에 누워 자고 있습니다. '암사자 순이'는 사육사가 우유를 먹여서 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렇게 순한 사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자가 자야 할 2층 평상에는 놀랍게도 진돗개가 있습니다. 같은 우리에서 사자와 진돗개가 동거를 하고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습니다(안타깝게도 저는 이 장면을 사진에 담지 못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놀이동산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이 회전목마를 탔습니다. 큰아이는 말에 올라탔습니다. 작은아이는 호랑이에 올라탔습니다.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합니다. 아이들은 이제 바이킹을 탑니다. 작은아이는 좋아서 소리를 지르는데 큰아이는 눈을 꼭 감고 있습니다. 큰아이는 겁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놀이기구는 절대 타지 않으려 합니다. 고작해야 '미니카' 정도를 탈 뿐입니다.

우리 가족은 놀이동산을 나섰습니다. 진주를 벗어나니 차가 밀리기 시작합니다. 남해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주차장을 연상시킵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차가 밀릴까봐 일찍 출발했는데도 이렇습니다. 라디오에서는 '성묘객'과 '행락객'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속도로 중앙에 '뻥튀기' 장사가 서 있습니다. 모자를 쓰고 서 있는 품이 흡사 허수아비 같습니다.

어스름이 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사방이 까맣습니다. 우리 가족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일곱 시가 넘었습니다. 아내는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 준비를 합니다. 저는 진공청소기를 돌립니다. 큰아이는 오늘 있었던 일을 일기로 남길 겁니다. 아마도 일기는 이렇게 시작될 겁니다.

"우리가족은 오늘 동물원에 갔다. 곰도 보고, 기린도 보고, 낙타고 보고, 호랑이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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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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