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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내년 1월 출간 예정인 국방백서에 북에 대한 '주적' 규정을 삭제할 뜻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였다.

"주적개념 적용하면 남북 관광 할 수 있나"

임종인(열린우리당) 의원은 "과거 정권은 서로 불가침을 인정하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주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윤 장관을 지지했으나, 권경석(한나라당) 의원은 "본질적으로 남북 대치 상황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분명히 북한은 주된 적"이라고 맞섰다.

안영근(열린우리당) 의원은 "일본이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헌법을 바꾸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등 주변은 변화하고 있다"며 "북한을 주적으로 정하고, 한 곳에만 매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날 "국방백서는 주변국에 평화와 안보, 화해를 위해 국방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세계에서 국방백서에 주적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윤 장관은 최근 국방부 과장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훈시에서 "주적 개념을 적용하면 남북간의 관광이 가능하겠느냐. 국방부가 주적을 표현한 것은 언어도단이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곳에서 얘기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군사정책은 국가의 외교안보정책의 하위개념이고, 주적 문제도 그렇다"며 "그 동안 국방부가 왜 주적 개념을 표현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외교부에서 주적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1천만 이산가족 인륜 짓밟는 주적론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기 소신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윤 장관의 이런 언명은 남북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으로 존중돼야 한다.

국가보안법에 안주해온 일부 수구언론들이 주적론을 옹호하고 있지만 국방부의 북에 대한 주적 규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북의 동포 형제들을 주적으로 규정한 주적론은 우선 천륜과 인륜에 반한 것으로서 용납될 수 없다. 남한의 1천만 이산가족이 민족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다.

주적론을 고집하면 북에 있는 1천만 이산가족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를 부정하는 패륜을 범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 민족도 자신의 혈육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주적론은 또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을 밝힌 1972년 7·4 공동성명과, 이를 바탕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채택한 6·15 남북공동선언에 위배된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천명한 6·15 공동선언에 따르면 북은 평화 통일의 동반자이지 결코 주적이 될 수 없다.

한반도 전쟁 용인하는 위험천만한 불씨 없애야

무엇보다도 주적론은 외세의 한반도 전쟁을 합리화하는 위험천만한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이 북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핵선제공격 가능성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적론을 폐기하지 않고 과연 한반도 평화를 지켜낼 수 있겠는지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에 묻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미국 방문 중에 어떠한 경우에도 북에 대한 무력사용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런데 주적론을 두고서 북을 적대시하는 미국과 일본 등 외세의 북에 대한 공격을 막을 명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미국은 1994년 북에 대한 핵공격 일보 직전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로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주적 개념은 그 이듬해인 1995년 국방백서에서부터 사용된 것이다. 이라크 침략전쟁을 벌인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된 상황에서 주적론과 '악의 축'의 전쟁 논리가 연결될 때 우리 민족의 운명은 어찌될지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

냉전의식에 찌들은 혹자는 국가안보를 위해 주적론과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법학자들은 이것들을 없애도 내란 외환죄를 용납하지 않고 있는 우리 헌법과 형법으로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 "전세계적으로 위협 대상을 주적이라고 한 나라는 없다"고 말한 것처럼 탈냉전시대에 어느 나라도 특정 국가를 주적으로 지목해서 국방전략을 펴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국제적 안보 환경이 변한 조건에서 국가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을 주는 세력은 어느 국가나 단체를 막론하고 사안별로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정부당국이 헌법과 형법에 따라 적절한 대응과 조치를 취하는 것이 새롭게 요청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행복한 통일사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적론은 한반도 평화를 깨뜨리는 반민족 반통일 반인권 성격을 갖는 것이어서 같은 성격을 지닌 국가보안법과 함께 즉각 폐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발의한 데 이어 정부가 주적론 삭제 방침을 내놓음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었다. 국가보안법과 주적론 폐기는 20세기 분단냉전체제를 청산하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행복한 통일사회로 가는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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