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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 시절
학력고사 시절 ⓒ 서종훈
필자는 학력고사 세대다. 지난 학창 시절을 현장에서 고3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지금의 현실과 비교하면서 자연스레 시험과 관련한 주변 교육 상황이 바람직하게 변하고 있는자 묻게 된다. 조금 지나치다고 볼 수 있겠지만, 필자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학력고사 시대가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수능은 이전 학력고사의 교과 중심, 교사 중심 교육관 혹은 시험관에서 벗어나 생활 중심, 탈 교과 중심 그리고 학습자 중심의 탈근대적 교육관이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그 취지에 따르면 시험에도 그와 같은 일상적인 삶의 영역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문제들이 출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취지는 곧 교과와 교사 중심 학습에서 비롯한 과외나 여타 학원 수강으로 늘어나는 사교육 폐해와 비생산성을 막아보자는 것과도 밀접하게 관련있다.

그러나 그런 취지에서 시행하는 시험과 관련한 우리 교육 여건은 어떤가? 사교육비는 줄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고, 음성적인 과외활동은 대학교수들까지 가세한 모양새로 변해가고 있다. 또 현장 선생님들은 십년 전 학생들에 비해 요즈음 학생들이 학습 수준이나 학습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능과 관련된 우리 아이들의 풍경
수능과 관련된 우리 아이들의 풍경 ⓒ 서종훈
이쯤 되면 수능이라는 대학입시제도가 불러온 현 교육여건이 십년 전 학력고사 시절에 비해 더 나을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빈부나 지역 격차에 따른 대학입학 예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요즈음 일명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학부형들이 쏟아붓는 사교육비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일명 일류대 진학률을 놓고 봤을 때, 십년 전에 비해 지방 학생들의 진학률이 훨씬 더 떨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일명 서울의 8학군은 상대적으로 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갈수록 심화하는 교육 여건의 불평등은 그동안 우리 교육이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지 못 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교육 환경을 만든 것이 바로 대학입시다.

수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대학입시 제도가 이전 학력고사 시절 대학입시보다 훨씬 더 교육 불평등과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왔다.

시험 제도 틀이 바뀐다고 우리 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나의 환상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작금의 현실에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물론 다시 학력고사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수능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는 대학입시가 그 기저에 있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관 혹은 시험관과 밀접하게 연관되고 있는지, 현재 우리 아이들과 우리의 교육 여건을 냉정하게 주시하면서 따져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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