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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당천의 풍경입니다.
금고당천의 풍경입니다. ⓒ 구동관
일요일이었던 11월 7일. 우리 가족은 모처럼 한가한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나들이에 나선 것이 모처럼은 아니지만, 가까운 곳으로의 한가한 나들이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논산 양촌의 곶감마을에서 곶감 만드는 것을 보고, 체험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에 들렀더니 사흘 전 곶감깎기가 모두 끝이 났다고 했습니다. 대신에 20일과 21일 곶감축제가 있으니 그때 오면 곶감을 싸게 사갈 수 있을 거라며 꼭 다시 오라는 이야기를 마을분에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 구동관
양촌에서 허탕을 치고 나오며 떠올린 곳이 고당마을입니다. 충남 논산과 경계를 이루는 전북 완주지역에 자리잡은 고당마을은 맑고 잔잔한 금고당천의 물길이 20리 넘게 이어지는 곳입니다. 행정구역으로는 전북 완주군 운주면입니다. 주위에 대둔산과 천등산 등 높고 험한 산을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주 찾았던 곳이지만, 돌이켜보니 우리 가족이 그곳을 찾았던 것이 5년도 넘은 일이었습니다. 처음 그 마을로 들어설 때, “이런 곳에 과연 계곡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생겼던 곳입니다. 하지만 마을로 들어서 안쪽으로 가다보면 가도가도 끝없는 계곡이 이어져 놀라게 되는 곳이지요. 5년만에 찾았지만 크게 변하지 않았고, 역시 맑고, 긴 물길이었습니다.

곶감 작업장에 들렸습니다.
곶감 작업장에 들렸습니다. ⓒ 구동관
여름에는 몰리는 피서객으로 몸살을 앓는 곳이지만, 한가한 가을빛을 찾아온 여행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그곳을 둘러보던 3시간 정도의 시간에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다섯 가족을 넘지 않았으니까요.

우리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으며 한가한 가을을 즐겼습니다. 잔잔한 물길이 잔잔한 노래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노래소리를 친구들의 노래소리처럼 들으며, 물길을 건너고 다시 되돌아오는 단순한 놀이를 반복하였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곶감을 깎고 계십니다.
능숙한 솜씨로 곶감을 깎고 계십니다. ⓒ 구동관
모처럼 찾은 고당마을에서 아이들에게, 아이들과 그곳을 찾았던 지난 시절이야기를 해주며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짧은 여행을 끝내고 물길을 되돌아 나오면서 곶감 작업을 하고 있는 작업장을 보았습니다. 양촌에서 보려 했던 장면인데, 그곳에서 보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그곳에서 차를 세우고 작업장에 들렀습니다.

열분 정도의 아주머니들은 곶감을 깎고 계셨고, 아저씨 한분은 깎은 곶감을 긴 장대에 매달고 있었습니다. 매달린 곶감이 아름다웠습니다. 매달린 곶감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어디서 오셨수?” 곶감을 매달던 아저씨께서 제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대전에서 왔어요”

깎은 곶감을 이렇게 둘씩 끈으로 묶습니다.
깎은 곶감을 이렇게 둘씩 끈으로 묶습니다. ⓒ 구동관
“사진 찍기는 저 위쪽이 좋을텐디….” 아저씨께서 말씀해주신 곳으로 갔습니다. 빛이 좋아 사진찍기에 더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사진 몇장을 더 찍었습니다. 그 사이에 일하시던 분들의 간식시간이 되었습니다. 일하시는 모습을 찍으려면 꽤 기다려야 될 것 같아 그냥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그때 일하시던 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 우리를 불렀습니다. “누룽지 좀 드실라우?”

자. 이제 매달아 건조에 들어갑니다. 한달쯤 뒤에는 맛있는 곶감이 된답니다.
자. 이제 매달아 건조에 들어갑니다. 한달쯤 뒤에는 맛있는 곶감이 된답니다. ⓒ 구동관
간식이 누룽지였습니다. 비위좋게 성큼 가서 누룽지 한그릇을 받았습니다.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후한 인심의 그 누룽지탕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 누룽지탕을 아이들과 맛있게 먹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음식을 권하는 시골인심은 아이들이 쉽게 만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이들이 곶감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곶감을 살펴보았습니다. ⓒ 구동관
그 사이 간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곶감깎기 작업을 시작하셨습니다. 몇 분은 꼭지만을 정리하고, 몇 분은 꼭지 옆만을 한번 도려 냈습니다. 그리고 야채 껍질 벗기는 칼로 감 껍질을 모두 벗겼습니다. 밖에서는 2개씩 줄로 묶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2개씩 묶은 것을 아저씨가 장대에 매달았습니다.

살짝 만져봅니다. 말랑말랑하다네요.
살짝 만져봅니다. 말랑말랑하다네요. ⓒ 구동관
감 깎는 모습을 찍을 때 “일하는 모습이 지저분해서 싫은디…” 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하는 모습은 작업이기 때문에, 깔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나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당신이 우리 어머님, 우리 아버님의 모습이니까요.

감을 두껍게 껍질 채 깎아 말리는 모습입니다. 드셔보셨나요? 이것도 맛있죠?
감을 두껍게 껍질 채 깎아 말리는 모습입니다. 드셔보셨나요? 이것도 맛있죠? ⓒ 구동관
곶감 작업장을 나오며 짧은 시간의 고당여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아이들과 모처럼 찾은 고당마을 여행은 기분이 참 좋아진 여행이었습니다. 지난 시절을 떠올린 것도 좋았고, 누룽지탕 한 그릇으로 후한 시골 인심을 느낀 것도 좋았습니다. 더 좋았던 것은 당신께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일하시는 모습을 본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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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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