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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에 앞서 계란을 정리하는 주훈성씨
판매에 앞서 계란을 정리하는 주훈성씨 ⓒ 서정일
즐거운 만남이 있다. 항상 웃는 건강한 청년 주훈성(29)씨. 그의 직업은 트럭에 계란을 싣고 배달하는 계란장사다. 꿈은 크게 갖되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젊을 땐 고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지만 의젓한 그의 하루 일상을 스케치했다.

하루 100여km 남짓, 순천 인근 지역 길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것치고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한집 건너 꼴로 거래처가 되는 슈퍼가 자리하고 있어 10분에 한번씩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물건을 배달하는 일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

시장경제는 누구보다 자신들이 먼저 안다면서 "요즘 경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그래도 식품이기에 그런 대로 유지할 수 있지, 사치품이었으면 많이 어려웠을 겁니다"고 한다. 어려운 경제 탓인지 요즘은 가게 주인들에게 말걸기조차 두렵단다.

계란은 깨지기 쉬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주인의 부주의로 깨진 계란을 바꿔 달라거나 장사가 부진해 팔리지 않은 오래된 계란을 바꿔 달라고 할 때가 가장 난감하다고 한다. 그래도 훈성씨는 "사정이 오죽하면 그럴까"하며 잘 바꿔 준다고.

어려운 여건이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 서정일
덩치에 맞게 잠이 많은 그에게 일찍 일어나는 건 고문에 가깝다. 가장 아끼는 물건 1호도 알람시계라고 하니 잠과의 전쟁은 그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인 듯하다. 그런 그에게 요즘 더 큰 고민이 생겼다. 바로 어머니인 조씨의 건강 때문.

훈성씨가 어렸을 때 홀로 되신 어머님께서 온갖 궂은 일을 하시다가 그만 병을 얻은 것이다. 폐에 혹이 생겼다고 해서 큰 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나쁜 결과가 나올까 봐 신경이 많이 쓰인단다.

"예전엔 전화가 기다려졌습니다. 전화벨이 울리면 계란 주문이구나, 하면서 기뻤는데 요즘은 전화벨이 울릴까 봐 걱정입니다. 행여 어머님의 검사 결과가 나쁠까 봐서요." 누님 두분이 결혼하고 홀로 어머님을 모시고 있어 더더욱 책임감이 무겁다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어두움이었다.

배달 후 빈 계란 포장지는 항상 회수해 온다
배달 후 빈 계란 포장지는 항상 회수해 온다 ⓒ 서정일
"저에겐 계획이 있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시골이나 오지를 돌아다니면서 계란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을 공급하고 싶다는 것. "도시에 있는 분들은 가까운 마트에서 쉽게 생필품을 구할 수 있지만 시골이나 오지에 계신 분들은 힘들잖아요." 사업에 앞서 시골이나 오지에 계신 분들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한 그가 내놓은 계획. 어머님의 건강 이상으로 그 마음을 더욱 굳힌 듯 보였다.

그렇게 훈성씨는 11군데를 더 돌았다. 저녁 7시가 다 되어 입금하기 위해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돌아가는 힘든 생활이지만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생각이 건강한 한 젊은이를 발견했다는 뿌듯함…. 훈성씨 어머님의 쾌유를 빈다, 그리고 그가 생각했던 꿈이 현실이 되어 사회에 밝은 빛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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