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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리포트

대학가에 리포트 철이 되면 가장 바빠지는 곳은 당연히 학교 도서관이었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도서관보다 인터넷을 뒤지는 게 추세가 되어버렸다. 물론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좋은 최신 자료를 찾는다면 권장할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인터넷을 뒤지는 이유는 비슷한 내용의 예전 리포트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검색엔진을 뒤지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쓴 리포트 자료가 모여 있는 사이트들이 많은데 이런 곳을 뒤져 관련 리포트를 찾게 되면 아예 통째로 복사해서 이름만 바꿔 제출하거나 그보다 양심상 좀 나은 학생은 관련 리포트 두세 개를 적당히 섞어서 제출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용 자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은 채 뒤섞다보니 제출한 리포트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문맥도 맞지 않고 성의 없이 베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심지어는 오래된 자료를 베껴오는 바람에 통계숫자조차 지금과 차이가 많은 리포트를 보면 갑갑하기조차 하다. 그 뿐인가? 학생들 입장에서는 불행 중 우연인지 모르지만 동일 내용의 리포트를 찾아 프린트해왔기에 제출자 이름만 다르고 내용이 동일한 리포트도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실습 때 그처럼 반짝반짝 튀는 아이디어로 나를 놀라게 했던 학생들도 시험 때 주관식 답안을 받아보면 튀는 아이디어답지 않게 논리적인 면이 약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느낌은 요즘 유행하는 개인블로그나 미니 홈페이지를 가보아도 알 수 있다. 각종 스킨과 아바타 등의 각종 아이템으로 잘 꾸며진 미니홈피에도 정작 본인이 쓰는 글보다는 이곳저곳에서 퍼온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걸 볼 수 있다.

하기야 매일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가 되어야하는 블로그의 속성상 다행히 퍼온 출처라도 제대로 밝히고 원문을 그대로 올려놓는 다면 이해가 가지만, 남의 글을 출처 또한 안 밝히는 것은 기본이고 이상하게 변형시켜놓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앞에서 제시한 몇 가지 사례를 볼 때 요즘 신세대의 경우 아이디어는 톡톡 튀지만 그 아이디어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담아 표현하는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 같다.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익숙한 신세대

물론 요즘 신세대 중에서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글을 잘 쓰는 친구들도 당연히 많다.
그러나 대다수는 영상세대답게 글쓰기보다는 말과 이미지로서 표현하는데 더 익숙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상의 미니홈피에도 자신들이 디카로 찍어 올리거나 사이버 머니를 지불하고 산 각종 아이템들의 화려한 이미지가 넘쳐나는 데 비해 그와 상응되는 텍스트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름대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수행평가라는 것도 있고 일부 대학 입학시험에 논술평가도 있어서 잘만 이용하면 글쓰기 훈련이 충분히 될 수 있는데도 실질적으로 그렇지 못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이런 형태의 교육이 너무 형식에 치우쳐 있어서 일까?

그러다보니 글쓰기의 중요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리포트니 과제니 하는 것들은 인터넷 상에서 적당히 퍼와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혼자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의 방명록에는 가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간단히 올라와 있곤 한다.
"수행평가라서 님 글 퍼가요"
어린 방문자의 맹랑하기까지 한 글에 피식 웃고 말았지만 그 때만 해도 수행평가란 게 뭔지 잘 모르던 때라 중학교 교사 하는 친구에게 그 방명록 사건을 이야기해주고 대체 수행평가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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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깜짝 놀란 이 친구가 하는 말이 더 걸작이었다.
"아니, 얘네들이 이제 찾다 찾다 못해서 네 개인 홈페이지 글까지 가지고 오는구나 "
보다 더 자세히 신경을 써서 과제물을 철저히 감독해야 되겠다는 친구에게 그냥 웃으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전체를 모두 프린트 한 후 성의없이 자기의 이름만 살짝 써서 제출하는 일만 신경 써서 막으면 되지 뭐. 몇 번만 주의 주면 나아지겠지."

양질의 인터넷 콘텐츠 생산을 위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청소년 때부터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글쓰기 훈련은 단시일 내에 습득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계화된 입시훈련보다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독서를 통해 나름대로의 논리적인 사고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 어떠한 훈련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나 행동, 이미지로 자신을 발랄하게 표현하는데 익숙하지만 정작 텍스트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신세대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넘쳐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텍스트는 점점 파편화된 채 스스로의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한 컷의 이미지가 몇 문장의 글보다 오히려 의사 전달에 효과적일 때가 있다.
그러나 이미지는 시각적으로 단순하고 함축적이지만 수많은 다른 느낌을 공유할 수 있기에 정작 정확한 정보나 의사전달을 위해서는 부적절한 때가 많다.

결국 이미지와 텍스트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는 양질의 인터넷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기 위해서라도 짜깁기나 퍼온 글이 아닌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개성 있는 글쓰기 연습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인터넷은 퍼가는 곳이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중요한 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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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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