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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작은 악동들> 표지 사진.
<아빠와 작은 악동들> 표지 사진. ⓒ 푸른숲
독일인 아버지와 모로코인 어머니 그리고 각자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다른 네 명의 자녀들. 그냥 ‘가족’이라는 말로 묶어버리기에는 어딘가 독특한 이 여섯 식구들. 하지만 이들에게서는 조금의 ‘어색함’이나 ‘구김’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전형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행복은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형적인 가족’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거리감 덕분에 그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여유’와 ‘너그러움’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빠와 작은 악동들>은 ‘행복한 가족 이야기’ 내지는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한 입문서’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만약 여러분이 저자인 미하엘 크라이슬러만큼이나 공평한 태도와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분명 부인과 자녀들에게 ‘자상한 남편’이자 ‘좋은 아빠’라고 이야기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와 작은 악동들>이 빛이 나는 책이 된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이 책의 저자인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배우려고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책 속에는 저자가 자녀들로부터 배운 삶의 교훈들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

예컨대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가 가장 좋은 이야기거리라는 에밀의 말에서 ‘진솔한 대화의 방식’을 배우고, 대체 복무로 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큰아들 제이미가 들려주는 복지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삶에 있어 희망과 꿈이 갖는 중요성’과 ‘청소년 교육의 문제’들을 새삼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아빠와 작은 악동들>은 우리에게 ‘체험적인 학습’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들 가족은 ‘최소한 규칙’은 만들지만, 그것을 ‘절대화’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서 ‘벌’보다는 ‘상’이 좋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무질서한 생활’과 ‘자유로운 생활’의 차이점도 깨달아 간다.

물론 누구나 저런 교훈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책이 값진 이유는 그런 교훈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 가는 과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무시해 버리는 ‘배움의 과정’들을 실천하는 가족이 아직도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 ‘중요’하다.

책은 이들 가족을 ‘패치워크(patchwork) 가족' 즉 ‘잡동사니 가족’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아빠와 작은 악동들>에 등장하는 가족은 ‘잡동사니’라기보다는 ‘서로가 다른 모양을 가진 조각’들임을 인정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조금 새로운 이름이 필요 할 것 같다. 과연 그들에게 진정 어울리는 새로운 이름은 무엇일까? 아직 나의 머릿속에는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지만 여러분들은 꼭 찾아내시길 바란다.

아빠와 작은 악동들 - 풀타임(full-time) 아빠의 괴짜 가족 일기

미하일 크나이슬러 지음, 윤진희 옮김, 푸른숲(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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