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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조양진씨.
22일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조양진씨.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지금 언론들이 누리는 자유는 참 자유언론을 실천하려는 기자들과 민중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야. 언론사와 사주들이 누리는 자유지.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은 ‘사이비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어.”

지난 1975년 동아투위 사건으로 해직됐던 박종만(60, 전 디지털타임즈 편집국장)씨의 일침이다. 박씨를 비롯한 10여 명의 동아투위 회원들은 22일 오전 10시부터 30년 전에 몸담았던 <동아일보>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30분씩 돌아가며 ‘동아는 자유언론 수호 도둑질 말라’, ‘동아는 75년 대학살 진상규명하고 역사와 민중 앞에 사죄하라’는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몸에 걸쳤다.

박 전 편집국장은 이날 1인 시위 취지에 대해 “동아투위 30주년을 맞아 동아에서 마치 자신들이 민족지인 양 자랑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이를 제대로 알리고자 오늘 시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아에서 민족지라고 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 중 첫 번째가 고 ‘손기정 선생의 일장기 말소 사건‘인데 이는 동아일보가 한 것이 아니라 한두 명의 기자가 한 거야. 동아는 이들을 회사 망친다고 쫓아냈어. 또 다른 하나가 74년 ’자유언론실천운동‘이지. 동아는 이 운동을 자기들의 공로로 얘기하고 싶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 주역들을 다 쫓아냈던 곳이 바로 동아 자신들이야. 그리고 지금 그들은 달콤한 과일만 따먹고 있어.”

박 전 편집장의 언성이 높아진다. 그는 박정희 정권 시절, 동료들과 자유언론운동에 앞장섰다.

“그때 언론 상황은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 정말 암담했어. 자유언론선언이 있기 전에도 71년 한 번, ,73년에 두 번 등 세 번에 걸쳐 기자협회 분회 중심으로 ‘언론자유수호 선언’을 했어. 하지만 또 다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게 된 것은 적극적인 자유까지 표현했다는 뜻을 지니지.”

당시 유신 정권에서는 ‘학생시위-인권운동-민주화 운동’, ‘베트남 전쟁과 베트남에서의 민주화운동’, ‘연탄값 인상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생활기사’ 등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그야말로 ‘관제기사’ 말고는 쓰지 못했다고 한다.

10.24 선언 이후 선언에 참여한 기자들은 동아의 논조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11월 24일에는 결간되는 사태까지 이른다. 사측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기도회’를 평소처럼 줄이려 했고 기자들은 비중 있게 기사를 배치해야 한다며 이에 반대했던 것. 이런 과정을 거치며 동아는 당시 ‘할 말 하는 신문’의 상징이 됐다.

22일 동아투위 회원들이 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뒤의 문을 통해 동아에서 해고돼 나왔다고 한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박종만씨.
22일 동아투위 회원들이 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뒤의 문을 통해 동아에서 해고돼 나왔다고 한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박종만씨.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이후 유신정권에서는 광고주를 탄압했고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광고가 전면 중단 됐지. 백지 광고면이 계속 나갔어. 일반인들의 격려 광고가 쇄도했지만 모자란 자금을 보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결국 다음해 3월 8일부터 17일까지 (기자들을)강제해고를 시켰어.”

이렇게 동아에서 강제해직된 사람들은 총 130여 명이 넘는다. 곧바로 해직기자들은 동아투위를 만들어 언론자유운동의 불을 지폈다.

박 전 편집장은 “지금까지 조중동은 우리 역사에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현재 이들은 해방 이후 언론탄압 사건 진상규명 특별법 입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순서를 바꿔가며 1인시위를 했던 회원들은 3시께 이를 끝내고 한 시간 뒤 열리는 ‘10.24 30주년 기념 세미나’ 참석을 위해 정동 배재빌딩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으로 향했다. 한 회원은 구 동아일보 사옥 정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3월 17일날 강제 해직돼 이 문을 나서는데 전경들이 좍 깔려 있더라고. 감회가 새롭네! 언제쯤 동아일보가 제대로 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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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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