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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문양석. 산지: 청송꽃돌 해바라기. 48*81*23
해바라기 문양석. 산지: 청송꽃돌 해바라기. 48*81*23 ⓒ 양주승
부천에는 가을꽃의 대명사인 국화향만이 아니라 돌(石)의 향기도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곳이 있다. 태고적 자연의 신비로움과 함께 은은한 '돌의 향기'를 뿜어내는 곳은 바로 지난 16일 국내 최초로 개관한 '부천수석박물관'이다.

부천수석박물관 전경
부천수석박물관 전경 ⓒ 양주승
180평 규모의 아담한 수석박물관에 들어서면 맨 먼저 붓글씨 휘호가 눈에 띈다. "石香滿堂" 이 휘호는 16일 수석박물관 개관식 날, 경남 통영에서 달려 와 축하해 준 통영문화원 김세윤 원장이 직접 쓴 것이다.

부천수석박물관은 부천시 수석연합회 정철환(74) 상임고문이 30여년 동안 수집· 애장해 온 소장석 713점과 수석 관련자료 2004점, 평가액 11억5천만원 상당을 부천시에 무상 기증해 탄생하게 됐다.

선형추상석(남한강) 22*5*6
선형추상석(남한강) 22*5*6 ⓒ 양주승
산수문양석(남한강) 10*10*3
산수문양석(남한강) 10*10*3 ⓒ 양주승
보여지기만 하고 느낌이 없다면 그건 그냥 돌멩이일 뿐이다. 수석은 자연이 창조한 자연의 축소물이며 조형 예술품이다. 수석을 통하여 자연과의 만남을 이루고 거짓 없는 자연의 순수성과 섭리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옆에서 초등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이곳에서 돌은 더 이상 돌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 맞다. 맞아!

조문문양석(남한강) 17*19*12
조문문양석(남한강) 17*19*12 ⓒ 양주승
정철환 관장
정철환 관장 ⓒ 양주승
정철환 관장이 수석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74년의 일이다. 가족, 친구와 함께 한 여행길에서 전북 전주의 수석가게에 들렸다가 수석의 기묘한 형상과 문양에 이끌려 친구를 따라 수석 몇 점을 구입한 게 오늘에 이르렀다.

정 관장은 "한점의 돌에서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맛보았고 돌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과 교분의 정을 두텁게 하며 하루하루를 넉넉하게 살아 올 수 있었다"고 수석 30년의 인생을 회고했다.

1992년에는 해바라기 문양석과 암형산 수경석 두점을 6천만원에 구입했는데 이때는 부인 장연자 여사와 부부 싸움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수석으로 인한 갈등은 사라지고 부인도 수석 마니아가 됐다며 웃어 보였다.

인물 문양석(남한강) 16*21*11
인물 문양석(남한강) 16*21*11 ⓒ 양주승
정자형산 수경석(백야도) 16*34*6
정자형산 수경석(백야도) 16*34*6 ⓒ 양주승
하지만 이번에 개인 소장석을 수석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부인과 한바탕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부인 장연자 여사가 사달라고 졸라서(?) 250만원에 수석을 구입해 선물했는데 이번 박물관에 기증할 때 함께 내놓았던 것. 이 때 부인은 "세상에 마누라한테 선물한 수석까지 빼앗아 기증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 관장은 속상해 하는 아내에게 "어차피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내놓아야지 사회에 환원하고 기증하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라고 위로하고 "앞으로 더 좋은 수석을 만나면 선물해 주겠다"고 달랬다고 한다.

조문문양석(남한강) 16*10*4
조문문양석(남한강) 16*10*4 ⓒ 양주승
반평생을 모은 수석을 시에 기증하고 아쉬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정 관장은 "이제 박물관에 있는 모든 것은 부천 시민의 것이다"고 밝히고 "국내에 개인 수석전시관은 있어도 시가 운영하는 박물관은 부천밖에 없다"며 "부천의 수석박물관이 전국의 모든 수석 애호가와 단체에게 희망이 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깊어가는 가을 수석 한점을 통하여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마음의 도량을 넓히면 어떨까?

인물 문양석(남한강) 16*21*11
인물 문양석(남한강) 16*21*11 ⓒ 양주승
부천종합운동장 하부 공간에 개관한 수석박물관에는 전시실, 다목적실, 사무실 등을 갖추고 다양한 국내외 수석은 물론 수석의 유래, 수석의 형성 조건, 수석의 수집 지역과 특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석의 기본상식 체득의 장, 수석을 감상하는 방법, 수석의 미 등을 연출하고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금년 말까지 무료로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안내 032-65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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