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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 소재 세종대왕상
ⓒ 진병일
유엔(UN)이 1995년에 조사한 문맹률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리나라는 2.0%으로 중국의 18.5%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처럼 문맹률이 낮은 이유는 바로 한글의 우수성 덕분이다.

그리고 유네스코(UNESCO)에서는 1989년 문맹퇴치 공로상의 명칭을 세종대왕 상(King Sejong Prize)으로 제정하였다. 또 훈민정음(한글)을 1997년 과학성과 독창성을 인정해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다.

청나라의 위안스카이는 한글의 과학적이고 위대한 특성에 감탄하여 한글을 중국의 글자로 쓰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낸 적이 있다.

또 100여 년 전 일본의 정치인들도 한글을 일본 글자로 도입하자는 회의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부터 말은 우리말을 사용했고, 글은 중국에서 들여온 한자와 한문을 사용하는 이중 언어생활을 했다. 그러나 이두(吏讀)와 같이 한자의 음과 새김을 이용하여 억지로 우리말을 적어오던 불편한 표기법은 부담스러웠다. 또 어려운 한문으로 만든 책은 일반 백성들이 읽을 수도 없었다. 이런 언어생활은 고려시대에서 조선 건국 초기까지 이어졌다.

조선 개국 초기 왕자 충녕은 책 읽는 것을 몹시 좋아해서 '책벌레'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다. 그는 22살에 조선의 제4대 왕 위에 오르자, 첫 과업으로 집현전을 설치했다.

집현전은 학자들이 학문을 연구하는 연구소다. 세종은 청백리인 황희, 맹사성, 허조를 등용하여 왕권과 신권의 조화에 노력했고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을 등용하여 학문을 연구토록 했다.

훈민정음 창제 취지에 관해서는 1443년(세종 25년)에 대왕이 손수 지은 훈민정음 예의편(例義篇)에 잘 나타나 있다.

첫째 국어는 중국말과 다르므로 한자를 가지고는 잘 표기할 수 없으며, 둘째 우리 고유한 글자가 없어서 문자 생활에 불편이 매우 심하고, 셋째 이런 뜻에서 새로 글자를 만들었으니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쓰라는 것이다.

세종은 집현전 학자 정인지, 성삼문, 박팽년, 최항, 신숙주, 이개의 도움을 받았다. 집현전의 신진 소장 학파들은 최만리로 대표되는 당시 원로층에 속하는 수구파와 달리, 비교적 정치권 외에서 집현전 본래의 사명에 충실했다.

그러나 최만리를 비롯한 수구파 문신들은 세종 26년 2월에 훈민정음 제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들의 명분은 유교 입국의 국시에 비추어 훈민정음의 보급이 유교의 보급을 막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것은 철불론(斥佛論)과 상통하는 유교지상주의였다. 이와같은 수구세력의 거센 반발을 물리치고 세종은 훈민정음을 펴내었다.

세종은 또 <용비어천가>를 지어 훈민정음을 시험하고 이를 널리 써서 여러 책을 짓게 했다.

그러면 한글(훈민정음)의 무엇이 훌륭한지 일곱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한글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음성문자라는 점이다. 이런 글자는 전 세계에 한글 하나뿐이다. 이 세상 어떤 글자도 한글처럼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 떠서 만든 문자는 없다.

둘째, 한글은 뛰어난 소리글자이다. 한글은 말의 소리 하나하나를 각각 하나의 글자로 나타내는 특성이 있다. 즉 닿소리(자음)나 홀소리(모음)을 ㄱ, ㄴ, ㅂ 이나 ㅏ, ㅗ, ㅜ 같은 글자로 따로따로 나타낸다.

셋째, 한글은 아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한글의 글자들은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즉, 'ㅋ'은 'ㄱ'에 획을 하나 더 그어서 만든 글자다. 'ㄲ'은 'ㄱ'을 두 번 겹쳐 써서 만든 글자다. 이렇게 'ㅋ'과 'ㄲ'은 'ㄱ'이라는 요소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넷째, 한글은 전 세계인이 함께 쓸 수 있는 국제적인 문자이다. 한글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글자로 모든 민족과 인종에 공동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한국인, 일본인 같은 동양인이든, 서양의 백인이든, 아프리카의 흑인이든 'K(케이)' 소리를 낼 때 입안의 모양을 보면 모두 'ㄱ'과 같은 모습을 나타낸다. 따라서 'ㄱ'은 'K(케이)' 소리를 나타내는 인류 공통의 글자이다.

다섯째, 한글이 없었다면 국제한글음성문자는 나올 수가 없었다. 한글이 있고 한글의 원리를 적용해 국제한글음성문자도 탄생한 것이다.

여섯째는 배우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글자다. 훈민정음이 반포되자, 글을 몰라서 불편하게 살았던 백성들은 기뻐하였다. 한자는 1,000자를 배워야 겨우 기초를 익히지만 훈민정음은 28자만 알면 우리가 하는 말을 모두 쓸 수 있다.

일곱째는 훈민정음 서문에 담긴 민본주의의 결실이다.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한자보다 훨씬 쉬운 한글을 만들었으니 세계문자의 역사에 위대한 공헌을 한 점이다.

이런 훌륭한 문화 유산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글을 대접하고 있는가! 지금 서울 중심 대로변에 나가 입간판을 보라. 국적도 알 수 없는 외래어가 점령한 지 오래다.

세계화라는 미명에 빠져 서민을 대표하던 국민은행은 KB로, 또 대기업들도 엘지(LG)로 에스케이(SK)로 상호를 바꾸고 있다. 세계 속에 좋은 기업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세계의 일류기업도 단지 상호를 바꾼다고 해서 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문자를 가장 많이 다루는 지식인들은 외래어를 남용한다. 더는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특히 방송국 관계자나 신문기자, 교수들은 한글의 위대성을 제대로 인식해 우리 문화 예술을 발달시키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

오늘날 IT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근본도 과학적인 한글의 덕분이다. 한글 사랑이야말로 우리 문화를 세계 변방인의 문화가 아닌 세계 중심의 문화로 만들어 가는 첩경이라고 본다.

오늘은 훈민정음 반포 588년 한글날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세종대왕의 깊은 애민정신을 되새겨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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