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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의 표현대로라면 <뷰티풀 몬스터>는 쉬크(chic)하다. 쉬크란 스타일이나 멋을 뜻하는 명사로도 쓰이고, ‘세련된’, ‘멋있는’ 등의 의미를 가진 형용사로도 쓰이는데 패션산업에 종사하는 여자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단어로 <뷰티풀 몬스터>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명사나 형용사로 쓰이기도 충분해 보인다.

<뷰티풀 몬스터>는 현재 라이센스 패션지 ‘바자’의 차장인 김경이 ‘바자’와 ‘한겨레21’에 기고했던 글들을 묶어놓은 글이다. 이 책이 등장한 계기가 무엇인지,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어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그저 기자로 활동하던 김경이 세상을 향해 자신의 마음대로 주절주절 늘어놓는 넋두리 혹은 감정표출이라 볼 수 있다.

<뷰티풀 몬스터>는 ‘도시에게’, ‘패션에게’, ‘여자에게’, ‘남자에게’ 등 네 개의 테마로 이루어졌는데 글발 날린다고 소문난 기자답게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사실 기자들이 자신의 글들을 수록한 작품들을 보면 특정 분야를 소개하려는 의도나 자신을 알리려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뷰티풀 몬스터>는 쉬크하다는 표현답게 그런 모양새들 없이 담백하게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천국 같은 지옥, 지옥 같은 천국’이라는 부제의 ‘도시에게’와 ‘시대의 유혹, 시대의 조롱’이라는 ‘패션에게’는 각각 도시인 김경과 패션지 기자 김경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데 그것은 “애인 없이도 러브호텔에 가고 싶다”거나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등으로 도시에서 점잖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으로 여겨질 만큼 소재나 주제에 상관없이 거침없이 펜을 놀리고 있다.

그렇다고 전여옥 선생처럼 고상한 취향을 사랑하시는 분이 이효리처럼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가운 드레스나 트레이닝 쇼트 팬츠를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인도 본인이지만 보는 사람도 괴롭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은 어떤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지방색 강한 한글 타이포그라피가 새겨진 티셔츠를 파워풀한 블랙 슈트 안에 입는 거다. 영남을 대표하는 ‘무슨 무슨 고등학교 조기 축구회’라는 한글 타이포도 멋질 거 같고, ‘경상도는 있다’ 같은 보다 노골적인 문구도 파격적일 것 같다.(‘전여옥을 위한 패션 제안’ - 뷰티풀 몬스터 中)

‘울지마, 울지 말라니깐’의 ‘여자에게’나 ‘좋은 남자야, 구두를 사다오’의 ‘남자에게’도 김경 만의 펜 놀리기와 발칙하게 여겨지는 쉬크함을 만끽하는데 충분하다. <뷰티풀 몬스터>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듯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특히 ‘여자에게’가 그렇다.

무슨 방송 작가라는 여자가 어떻게 이다지도 악착스럽게 돈을 모을 수가 있는지, 남보다 두 배로 일하고, 무조건 안 먹고, 무조건 안 쓰며, 어디 나다니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송장처럼 버티기가 어디 인간으로서 할 짓인가? 나는 그렇게는 못산다. 작가에 의하면 “적금통장보다 적금통장에 돈 많은 든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식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졸업하기 위해서라도 그럴 필요가 있다는데, 나는 졸업한 지 10년도 넘었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고행’을 견디면서까지 1억을 모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독신녀가 망가지거나 울지 않고 사는 법’ - 뷰티풀 몬스터 中)

여자란 대게 더 예쁘고 싶어 안달 난 가엾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그래서 옷도 사고 필사적으로 다이어트도 한다. 그걸 보고 ‘골빈 여자’라 욕하는 무리들이 난 싫다. 유행하는 옷을 입고, 연예인 아무개처럼 보이는 성형수술을 했다고 그 여자의 개별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비슷해 보여도 그 내면은 하나같이 다 다르다. 어쩜 저렇게 다를까 싶다. 그러니 미의 획일화니, 몰개성화니 그런 말은 다 집어치우고 그냥 예쁘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말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나? 기왕이면 “아, 정말 예쁘다”라고 보다 원시적으로 감동해 달라. 아니 쩔쩔매면 더욱 좋겠다.(‘내가 가장 예뻤을 때’ - 뷰티풀 몬스터 中)


“남편감을 찾습니다”라며 공개 구혼장까지 공개했던 김경은 ‘전도연의 노브라를 변호함’이나 ‘얼어죽을 웰빙’, ‘때려주고 싶은 애송이들’ 같이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을 기어코 해내는 기자로 유명하다. <뷰티풀 몬스터>는 그런 김경이 33살에 내놓은 분신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발칙’과 ‘쉬크’의 경계선에 서 있는 김경의 <뷰티풀 몬스터>. 저자의 생각이나 글 어느 것으로 보나 ‘뷰티풀 몬스터’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뷰티풀 몬스터 (보급판 문고본)

김경 지음, 생각의나무(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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