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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에 권한이 없어서..." 5일 국회 행자위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기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왼쪽)이 김헌무 선관위원의 원로 시국선언 서명을 둘러싼 적법성 여부를 묻는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위원회에 권한이 없어서..." 5일 국회 행자위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기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왼쪽)이 김헌무 선관위원의 원로 시국선언 서명을 둘러싼 적법성 여부를 묻는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현택
"중용을 지켜라. 균형은 만사에서 최선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건물 내 설치된 전광판에 뜨는 경구다. 5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원인 김헌무 변호사의 시국선언 참여를 놓고 공방이 거셌다.

김헌무 위원은 지난달 9일 열린 소위 보수원로들의 9·9 선언문에 서명, 동참했다. 당시 선언문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수도이전과 국가보안법 폐지, 친일 등 과거사 청산 및 언론개혁 등을 중단하라"며 "열린우리당을 벼락부자로 만든 4·15 총선의 특징은 진보의 가면을 쓴 친북·좌경·반대세력의 대대적인 국회진출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선관위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사퇴를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시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정치적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선관위 규정에는 위원을 징계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거센 추궁에 선관위 "조치할 권한 없다" 일관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헌법 114조4항을 들어 "선관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김헌무 위원의 해임을 주장했으나, 증인석의 박기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선관위 위원들은 각자가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원을 조치할 권한이 위원회에 없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김 위원은 서명동참은 옳은 일이며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며 김 위원의 전력을 문제삼았다. 2002년 임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 위원은 판사 재임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사회정화분과에서의 활동경력이 문제가 되자 "삼청교육대는 당시 불가피했으며 홍수가 나면 쓰레기뿐만 아니라 초목도 쓸려간다"고 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예결특위 임좌순 전임 사무총장도 김 위원의 시국선언을 정치와 관련된 내용임을 확인해 주었다"며 "사퇴 권고를 촉구했나"라고 후속조치 여부를 따졌으나, 선관위의 답변은 "위원회의 권한사항이 아니"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노현송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발짝 물러서 "국회의원도 개개인이 헌법기관이지만 국회 윤리위원회 같은 기구를 두어 최소한의 규제를 받는다"며 "사퇴가 힘들다면 사후 재발방지를 위한 자정노력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으나, 선관위의 입장은 "위원 스스로의 양식에 맡긴다"는 답변에 머물렀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무원노조가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을 해 관련자들이 구속된 사실을 들어 형평성 문제를 따졌다. 이 의원은 "공무원 노조원들은 구속되고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관대한 것은 잘못"이라며 "스스로의 양식에 따라 최소한 사회적으로 무리를 일으킨 것에 대해 책임이라고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우제항 열린우리당 의원 역시 형평성 문제를 들어 "대통령은 정치인이고 정당가입해도 되는 사람인데도 기자회견에서 말한 내용에 대해 회의 소집해서 선거법 위반 검토의견을 보냈으면서 내부 위원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회의한 번 소집하지 않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보호 나선 한나라당 "시국성명은 헌법상 보장된 저항권 표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당 추천으로 된 김헌무 선관위원 감싸기에 급급했다. 이인기 의원은 중립의무를 저버린 정치행위에 대해 "정치단체에 가입하고 후보출마 등 공식의 신분을 취득하는 것"이라며 "선언문 발표에 동참한 것은 표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의 표출"이라고 반박했다. "시국성명은 국민 누구나 가지고 있는 헌법상 보장된 저항권의 표시"라는 것.

김기춘 의원은 "지난 7월 17일 제헌절 때 총리공관에 모였을 때 중앙선관위원장이 대통령에게 한 발언은 한술 더 뜨는 정치적 행위"라며 "스스로 사임하라고 하지만 탄핵소추가 되어도 사임을 안하는 분이 있다"며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편 한나라당의 김기춘·권오을 의원은 중앙선관위가 국회의 탄핵가결 전 청와대와 민주당으로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을 두고 회의록 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청와대와 민주당에 각기 상이한 공문을 보내 초유의 탄핵사태에 대한 불씨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형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시 탄핵소추발의는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된 정쟁의 상황에서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국민 다수에 선출된 대통령을 직위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정치 쿠데타였다"며 "중앙선관위 때문에 탄핵소추가 발의되었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라고 반발했다.

후원금 1위, 박근혜냐 김원기냐
최규식 의원, 17대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 순위 발표 해프닝

최규식(행자위) 열린우리당 의원은 5일 중앙선관위 국정감사가 있던 날 '17대 국회의원 후보자 후원회 모금 순위'를 발표했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억4510만원으로 총선 후원금 최다 모금자.

그 뒤를 같은 당 이성헌 전 의원(2억3755만원)과 김덕룡 원내대표(2억362만원)가 차지했다. 4위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1억7903만원)을 제외하면 전재희 의원(1억7249만원)이 5위를 차지, 상위그룹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싹쓸이한 셈.

하지만 이 결과는 3월 12일∼5월 5일까지의 모금내역이다. 3월 12일은 개정 정치자금법이 발효되는 시점으로 3월 12일 등록한 예비후보자들은 법인을 제외한 개인에게 기부를 받은 모음액을 선거가 끝나고 20일 뒤에 선과위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모금한도액은 3억.

반면 중앙선관위 공보실에서 확인해준 자료는 달랐다. 정치자금법이 개정되기 전인 1월 1일을 기점으로 할 경우 1위는 5억7895만원를 모금한 김원기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차지. 그 뒤를 신계륜 의원(4억2562만원), 이종걸 의원(4억2413만원), 홍재형 의원(3억9353만원)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잇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3억1356만원으로 10위로 뚝 떨어지며, 한나라당 소속의 허태열 전 의원이 3억5757만원으로 6위, 이성헌 전 의원이 2억5305만원으로 18위, 원희룡 의원이 2억4956만원으로 20위인 정도.

이 같은 상이한 결과에 대해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가공한 것 아니냐'고 따지자 최규식 의원측은 "선관위 정치자금조사과에서 받은 자료"라며 "개정된 정치자금법이 발효되는 3월 12일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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