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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서 선서하고 있는 예비판사와 신규판사들.(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대법원에서 선서하고 있는 예비판사와 신규판사들.(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 연합뉴스
판·검사들은 퇴직한 후 최종근무지 관할구역에서 변호사 개업을 많이 하고 있으며, 특히 부장급 판·검사들의 최종근무지 관할구역 개업비율은 다른 직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전관예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조국 서울대 교수)는 200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판·검사들의 변호사개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지난 3일 발간한 ‘사법감시21’을 통해 공개했다. 이에 앞서 이 조사내용을 현직 판ㆍ검사 3,200여명과 변호사와 전국 법대교수 등 5천여명에게 전송했다.

조국 소장은 발간사에서 “이번 조사결과 퇴직 판·검사들이 변호사 개업 이외의 다른 사회적 분야로의 진출이 거의 없었다”며 “특히 전관예우 문제와 직결된 최종근무지 관할 구역 내 개업실태 정도도 예상보다 상당한 수준이었으며, 이런 조사결과는 전관예우 문제뿐만 아니라 법조일원화, 법원과 검찰의 서열주의 임명관행과 최고위 법관이라는 소중한 자산의 사회적 기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퇴직 법관 319명 중 305명 개업…대법관·고법부장판사 최종근무지 개업 100%

조사결과에 따르면 법관 퇴직 후 사망한 3명을 제외하면 조사기간에 퇴직한 법관은 ▲대법관급 9명 ▲고등법원장급(사법연수원장 4명 포함) 17명 ▲지방법원장급 11명 ▲고법 부장판사급 16명 ▲지법 부장판사급 111명 ▲평 판사급 155명 등 모두 319명이었다.

변호사 개업 현황을 보면 대법관급 9명 중 8명(88.9%), 고법원장급 17명 중 16명(94.1%), 지법원장급 11명 중 8명(73%), 고법 부장판사급 16명 중 13명(81%), 지법 부장판사급은 퇴직 법관 전원이 개업했으며, 판사급 115명 중 149명(96%) 등 305명(95.6%)이 개업했다.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은 14명의 경우 조무제 전 대법관을 제외하면 헌법재판관 5명, 헌법재판소 연구관 2명, 검사 1명 등 대부분 유사직역으로 이동했다.

특히 개업자 305명 중 최종근무지 관할구역에서 개업한 사례는 대법관급과 고법 부장판사의 경우는 100%로 나타났으며, 고법원장급 16명 중 14명(87.5%), 지법원장급 8명 중 6명(75%), 지법 부장판사급 111명 중 104명(93.7%), 판사급 149명 중 128명(85.9%) 등 최종근무지 개업자는 274명(89.8%)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할구역별 개업지 분포를 보면 서울이 190명(62.3%)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산 25명, 수원 17명, 인천 15명, 대구 14명, 광주 12명, 대전 10명, 창원 7명, 전주 4명, 울산 4명, 제주 4명, 춘천 3명이었다.

퇴직 검사 254명 중 236명 개업…총장·차장검사급 최종근무지 개업 100%

또한 검사의 경우 조사기간에 퇴직 후 사망하거나 구속된 5명을 제외하면 ▲검찰총장급 4명 ▲고검장급 17명 ▲검사장급 17명 ▲차장검사급 8명 ▲부장검사급 84명 ▲검사급 124명 등 모두 254명이 퇴직했다.

변호사 개업 현황을 보면 총장급과 차장검사급은 100%, 고검장급 17명 중 13명(76.5%), 검사장급 17명 중 16명(94.1%), 부장검사급 84명 중 79명(94%), 검사급 124명 중 116명(93.6%) 등 퇴직 검사 254명 중 236명(92.9%)이 개업했다.

개업하지 않은 퇴직 검사 18명의 경우 헌법재판관 2명, 대법관 1명, 법무차관 1명, 청와대 비서관 1명 등 유사직역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특히 변호사로 개업한 퇴직 검사 236명 중 총장급 4명은 모두가 최종근무지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으며, 고검장급 13명 중 8명(61.5%), 검사장급 16명 중 11명(68.7%), 차장검사급 8명 중 6명(75%), 부장검사급 79명 중 72명(91.1%), 검사급 116명 중 75명(64.7%) 등 176명(75%)이 최종근무지 관할구역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관할구역별 개업지 분포를 보면 서울이 16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구 13명, 수원 12명, 부산 10명, 인천 9명, 대전 6명, 전주 5명, 창원 5명, 울산 4명, 광주 4명, 청주 2명 순이었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재판 및 수사실무와 법이론 등에서 숙련된 부장판사급 127명과 부장검사급 84명이 퇴직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는 사회적 손실”이라고 진단했다.

“최종근무지 선호는 전관예우 혜택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

한편 건국대 임지봉 교수는 이 잡지에 기고한 '법관 및 검사의 퇴직 후 변호사 개업 실태에 대한 소고'를 통해 “판ㆍ검사들이 자신이 일했던 곳에서 변호사 개업을 선호하는 것은 재직시절 쌓은 지역 법조인과의 인연을 변호사 개업을 한 뒤 적극 활용하고 더 나가서 ‘전관예우’의 혜택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이런 현상은) 판ㆍ검사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법관인사제도를 온통 왜곡시키고 있는 고법 부장판사 발탁 인사제도나 검찰 검사장급의 발탁인사 등으로 인해 고위직 인사에 발탁되지 못한 숙련된 판·검사들이 ‘후배들을 위한 용퇴’라는 강요된 명분하에 법원과 검찰 밖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들의 퇴직은 본인들이 원해서였다기 보다 강요된 것이라는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개업 않겠다는 사람 중에서 대법관 뽑자”

그는 특히 “대법관은 사법부의 권위와 상징의 자리로서 생각하기에 따라 한 나라의 대통령에 버금가는 명예로운 자리인데 대법관 이상의 최고위직 법관들이 퇴임 후 한결 같이 변호사업계에 뛰어드는 것은 사법부의 권위와 위상에도 해롭다”며 “대법원의 권위와 위상 강화를 위해 대법관 후보 제청 과정 등에서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않겠다는 선서를 한 법관 중에서 최고위직 법관을 뽑는다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훨씬 줄어든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고위 판·검사들의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자제돼야 하며, 그를 위한 제도적 유인책들이 개발돼야 한다”며 “이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택하기 보다 오랜 법조 경험과 지식을 선용할 수 있는 사회활동에 몸담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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