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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시작을 기다리는 관객들
공연의 시작을 기다리는 관객들 ⓒ 정기봉
아리랑, 현대의 감각과 만나다.

차려입은 단아한 한복이 너무 잘 어울리는 정지영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아 이날 공연의 시작을 알린 후 첫 번째 코너가 시작됐다

공연의 시작은 목원대 타악연주단이 연주한 40인의 설장구였다. 충청, 호남, 경상의 삼도 설장구 가락에서 재편집한 합주로써 96년 최초로 목원대 한국음악과에서 선보였던 노래로 그동안 비엔날레, 국악제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노래라고 한다.

40인이 동시에 타악기를 두드리는 광경은 그 힘찬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공연의 시작을 알리며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목원대 타악연주반
목원대 타악연주반 ⓒ 정기봉
타악연주가 끝이 나고 다음으로 인기대중가수인 성시경씨가 무대에 나섰다. 자신의 대표곡인 ‘넌 감동이었어’를 김만석 지휘의 국악축전 퓨전밴드의 국악반주에 맞춰 감미롭게 불러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중음악과 국악의 만남은 전통의 대중화라는 이번 공연의 기획의도에 맞게 잘 선택된 시도로 느껴졌고 이어지는 공연에서도 빛을 발했다.

경기민요의 최고봉, 국악인 김영임의 회심곡

국악공연답게 다음으로 등장한 경기민요의 최고봉인 국악인 김영임씨는 국악인 중에서도 대중성을 겸비한 대표적인 음악가답게 능숙한 솜씨로 회심곡을 부르며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회심곡은 원래 불가의 노래로 부모님에 대한 효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맛깔 나는 목소리로 들으니 점점 국악의 묘미가 느껴졌다.

회심곡을 열창중인 국악인 김영임
회심곡을 열창중인 국악인 김영임 ⓒ 정기봉
회심곡이 끝나고 김영임씨의 아리랑소개가 있었는데, 아리랑이 500여곡이 있다는 얘기가 놀라웠다. 기껏 십여 곡이 있을 줄 알았던 나의 무지함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그렇게 많은 아리랑이 있다니 ‘모든 노래는 아리랑으로 통한다’는 공연의 주제가 괜히 정해진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정선아리랑과 해주아리랑을 열창하신 김영임씨의 노래 소리에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국악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국악은 대중음악 못지않게 아름다운 것이다.

사회자 정지영씨와 이야기 중인 국악인 김영임씨
사회자 정지영씨와 이야기 중인 국악인 김영임씨 ⓒ 이창욱
다음으로 드라마 OST의 여왕으로 불리는 서영은씨가 국악반주에 맞춘 대중가요인 '너에게로 또 다시'를 시작으로 현대적 감각의 즐거운 아리랑을 불러 국악의 색다른 맛일 느끼게 해주었다.

국악과 마임의 만남

국악과 다른 장르의 음악을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이번공연에서 단연 가장 색다른 시도였던 마임과 국악의 만남이 이어졌다.

'여보게 저승 갈 때 무얼 가지고 가나'란 노래를 김도향씨가 부르고 마임의 대가 남긍호씨가 무대에서 열정적인 마임을 펼쳤다. 새로운 시도가 시선을 붙잡았다.

월이아리랑을 부르는 김도향
월이아리랑을 부르는 김도향 ⓒ 이창욱
폭발적인 무대 매너, 이선희

'J에게'와 ‘한네의 이별’,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노래를 연이어 부른 이선희씨의 무대는 국민가수라는 말에 걸맞게 이른 겨울추위에 얼어붙은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흥이 난 관객들은 일어나 노래와 호흡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이 들었던 노래들인데도 국악반주로 들으니 느낌이 평소완 달랐다. 어색함이 없이 처음부터 국악반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어울렸다.

열창중인 이선희씨
열창중인 이선희씨 ⓒ 이창욱
다음으로 MR-J와 조PD, 국악인 박애리씨와 타악연주그룹 공명의 2004 국악축전 공식음악 '2004 아리랑'이 흥겹게 이어졌다.

이번 공연의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던 이 무대는 국악이 어떤 장르와도 어울릴 수 있음을, 아리랑이 우리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음악임을 여지없이 보여준 무대였다.

예전에 국악을 도입했다는 대중음악들은 대개 국악이 겉돌거나 그 역할이 너무 적게 느껴졌는데, 이 음악은 전혀 어색함이 없이 흥겨운 노래. 그 자체였다.

모두 일어서 함께 흥겨운 음악에 맞춰 덩실 우리의 음악을 즐겼다.

국악축전 주제곡인 2004 아리랑을 불러준 MR-J와 조PD
국악축전 주제곡인 2004 아리랑을 불러준 MR-J와 조PD ⓒ 이창욱
인기가수 NRG의 '대한건아만세'와 강원도 아리랑 풍수지탄이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이날의 공연을 마무리를 지었다.

국악, 대중 속으로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국악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내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국악은 어른들이나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해왔던 내게 현대음악과도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더 나아가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 국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공연을 보러간 후배도 같은 반응을 보인 걸 보면 나 혼자만 느낀 감상은 아니었다.

이제 막 시작된 2004 국악축전 ,이 새로운 시도가 국악의 대중화와 현대화에 좋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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