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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 보궐선거로 새로 당선된 약관의 경남지사가 공무원들에게 ‘경남도청 망하게 하는 법’을 찾아내라는 지시를 하고 그 결과물로 제출 받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직분야 10개, 인사분야 13개, 직무분야 33개, 근무형태 16개, 정책분야 17개 항목 등 총 90개 항목의 '경남도청 망하게 하는 법'들이 공개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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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를 들어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사 분야를 보면 신랄한 내용들이 공개되었다. '매관매직·외풍이 난무하는 인사를 할 경우, 비위 맞추는 사람 우대,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 홀대, 맹목적 충성경쟁(상사 입맛에 맞는 우수공무원 선정), 자기사람 심기로 조직 내 파벌 조성, 전문성·경쟁원리 무시, 연공서열 중시하는 순환인사, 새로운 인재 발굴 및 능력개발 투자 소홀, 공개경쟁이 아닌 방법으로 특정인 임용, 변화와 혁신의 마인드가 없는 자 인사발탁' 등이 그것이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 데 공직사회의 문제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높이 살만하다. 그래서 그런지 각 시도에서는 물론 총리실에서조차 이 내용들에 관심을 보였다 한다.

어찌됐든 이렇게 망하는 법들이 확인된 이상 망하지 않으려면 이런 망하게 하는 행동이나 제도가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이제 해야 할 일이다. 실제로 도지사가 내놓은 망하는 법을 찾아보라는 지시에 대해 과제물을 제출한 도청의 관계자는 "대부분의 실국에서 현 도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한 도민들의 요구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고 평가하고,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획관리실이 중심이 되어 조속한 시일 내 방안을 강구하고, 직무와 업무 형태에 대해서는 실국장이 면밀히 검토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결말이 문제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드러낸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시 “기획관리실이 해결책을 마련하고 실국장이 이 일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라는 결론이 문제인 것이다.

기획관리실도 역시 공무원들이고 실국장들 역시 위에서 스스로 찾아낸 망하는 법이 있는 환경 속에서 움직이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혹은 그렇게 움직여 온 관료들이 아닌가? 이들이 스스로를 망하지 않게 하는 법을 찾아내고 이를 실천할 수 있을까?

항상 변화와 개혁은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 오는 법이다. 특히 공직사회의 경우 더 그렇다. 경남도 공무원들이 이렇게 망하는 법을 찾아내어 공개한 것도 결국 도지사의 요구에 의해서이지, 스스로 공개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취임한 지 100일이 갓 지난 도지사가 어떤 이유에서든 지시를 했기 때문에 경남도 공무원들이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위로부터의 명확한 지시가 있으니 망하는 법도 찾아내고 흥하는 법도 제시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관계자들이 말하는 개선책들 역시 제대로 실행되도록 하는 것도 역시 도지사의 관심이 없다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공무원 조직을 살리는 책임은 그 누구보다도 공무원 조직을 책임지도록 국민이 뽑아준 자치단체장에게 있다는 말이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고, 이를 국민들이 세금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들은 공무원들이 그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 감독하기 위해 주민들의 손으로 뽑는 것이다.

단체장은 공무원들이 일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비록 선출직 공직자들이 아무리 일하게 만들어도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하며 맘에 안 드는 단체장 임기만 지나기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단체장은 공무원들을 독려해서 주민들을 위해 효과적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일이 단체장의 기본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을 쪼아대서 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적당히 타협하면서, 직접 주민들의 표를 구하러 다니는 정치적 행보에만 집중하게 되는 단체장들이 있는데 이러한 단체장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주민의 몫이다.

주민들은 단체장이 자신들을 직접 상대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 사이에 주민들의 세금으로 주민들을 위하여 일하라고 있는 공무원들은 공무원 조직이 망하게 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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