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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 30분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용갑 의원이 당에서 본회의 5분발언을 주지않자 항의발언을 하고 있다.
23일 오후 2시 30분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용갑 의원이 당에서 본회의 5분발언을 주지않자 항의발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사대체: 9월24일 오전 9시40분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의 국회 5분발언중 실신은 우연이 아니었다. 어쩌면 예고된 것이었다.

김 의원은 23일 오후 5시46분경 본회의장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다가 쓰러졌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은 갑작스럽게 혈압이 올랐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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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의원은 그로부터 3시간여 전부터 혈압이 올라있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총장에서의 김 의원이 왜 그토록 흥분했는지를 복기해보면 한나라당의 현주소가 나온다.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 부재, 소장파와 노장파의 갈등,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 그리고 특히 국가보안법이라는 이슈가 한나라당을 어떻게 갈라놓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렇게 무시당하고 어떻게 사나. 원내대표는 뭐하러 뽑았나. 5분 발언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늘 본회의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김용갑 의원)

"도대체 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몇몇 사람이 당을 움직인다. 그러면 중진은 뭐하러 있나. 3선 이상 한번 회의 소집해볼까? 따로 한번 놀아볼까요?"(안상수 의원)


23일 오후 2시 30분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33개 법안에 대한 지도부의 사전설명을 듣는 자리인데, 때 아니게 3선 이상 중진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했다.

원인은 김용갑 의원의 5분발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김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5분 발언을 신청,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의 주장을 펼칠 예정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주 본회의에서도 손수 제작한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 반대' 종이피켓을 들어 깜짝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에 이은 두 번째 의사표현이었다.

김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68세의 나이에, 당 중진이라는 점에서 망설였지만 박근혜 대표의 태도 돌변으로 의원실로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그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5분 발언을 신청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용갑 의원의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가 5분 발언 최종 명단을 발표하자 김 의원은 발끈, 자리에서 일어나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그리고 연단에 나서 김덕룡·남경필 원내대표단을 향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지도부가 아닌 일반 국회의원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언제 있나. 그래서 전직 국무총리 2명, 시민단체 2명의 의견을 취합해 국가보안법 5분 발언을 준비했다. 그런데 남경필 수석의 권한이 뭔지 모르겠지만 선배가 얘기하면 순서가 늦더라도 넣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남 수석 아버지와 내가 친구다. 아주 가까운 친구다. 이렇게 무시당하고 어떻게 사나. 5분 발언 가지고 치사하게 이래야 되나. 정부 참칭 뺀다 만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하면 되나. 그동안 가만히 있어왔지만 국가보안법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바로 앞에 앉은 김덕룡 원내대표를 향해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면 원내대표 뭐하려고 했나, 위계질서도 제대로 못잡나"고 고성을 지르며 "정말 너무 섭섭하다"고 토로했다.

김 의원의 말에 뒷자리에 앉아 있던 3선급 중진들은 박수를 치면서 한마디씩 내뱉었다. 이재오, 고흥길, 홍준표, 박종근 의원 등은 "너무한 것 아니냐" "당론도 아닌데 5분 발언도 못하게 하냐" "하십시오"라며 동조했다.

김덕룡 원내대표가 김용갑 의원의 항의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가 김용갑 의원의 항의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용갑 의원, 국보법 폐지반대 피켓시위 이어 5분 발언 준비

이어 안상수 의원도 나섰다. 안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김용갑 의원은 우리 당의 상임고문인데 원내대표단이 잘못한 것 같다"며 당 운영과 관련해 불만을 쏟아냈다. 안 의원은 특히 "3선급 의원들이 한번 회의 소집을 할까, 따로 한번 놀아볼까"라며 으름장을 놓은 뒤 "본회의나 제 시간에 참석하자"며 의원총회 퇴장을 선동하기도 했다.

"당대표고 원내대표고 한번도 의견을 구한 적이 없다. 그래도 중진이 많은 경륜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지도부에 두 가지를 주문하겠다. 중진 대접을 해달라. 그리고 야당이면 야당답게 분명하게 선을 그어라."

안 의원은 국가보안법과 관련 박 대표의 정확한 입장을 추궁하며 "대표가 온몸을 던져 막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대로 밀고 가야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발언이 끝나고 다시 연단에 나선 김용갑 의원은 "이 자리에서 5분 발언 신청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내려갈 수 없다"며 원내대표단의 즉답을 촉구했다. 순간 의원총회장은 어수선해졌고 이규택 의원은 "기합 한번 받아야겠다"라며 비주류측을 비난했고, 이병석 의원은 "남경필 수석의 해명도 들어보자"고 중재에 나섰다.

이어 남경필 수석은 "무시의도는 전혀 없었다, 죄송하다"고 밝힌 뒤 "(5분 발언을 신청한)김기현 의원과 의견이 비슷한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남 수석은 "여당과의 재협상을 거쳐 조정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결국 김용갑 의원은 5분발언을 얻어냈고, 의총 흥분의 연장선상에서 혈압이 올라 본회의장에서 쓰러진 것이었다.

이날 의총현장에서 터진 비주류 중진들의 불만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 7월 17대 첫 임시국회를 마무리하면서 김덕룡 원내대표가 소집한 중진회의에서도 참석한 의원들은 "아쉬울 때만 우릴 부르냐"며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고 의원총회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간간히 터져나오곤 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국가보안법과 같이 보수중진들이 '양보할 수 없는 현안'에 있어 박근혜 대표의 이도저도 아닌 행보가 이어지자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

더욱이 "대표직을 걸고 지키겠다"는 박 대표의 발언이 있은 후 보수측은 당 대표단에 적극적인 협조의사를 밝혀온 터. 향후 국보법의 당론수렴 과정은 박 대표가 당내 보수세력과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갑 의원이 항의발언을 한뒤 자리로 들어가고 있다.
김용갑 의원이 항의발언을 한뒤 자리로 들어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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