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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부터 순조롭지 않은 미국 땅 밟기

본격적인 미국 여행은 버팔로 시내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버팔로의 다운타운은 그저 평범한 다른 도시들의 그것과 비슷했다. 흑인들이 많고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오래된 식료품점이 늘어서 있다.

이 곳은 참 넓은 나라구나

하지만 다운타운을 조금만 벗어나도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들은 시원하다. 워낙에 땅덩이가 넓은 나라여서 그런지, 넓은 잔디밭을 가지고 있는 집들과 널찍한 길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확 뚫리게 한다. 역시 '이곳은 참 넓은 나라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남들이 갖지 못한 천혜의 자연 풍광과 천연 자원까지 갖추고 있지 않은가. 어느 날 유럽에서 넘어 와서는 원래 있던 토착민들을 죽이고 차지한 땅. 그 땅덩이가 너무 넓고 풍요로워 질투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내 마음을 느꼈는지 언니가 옆에서 한마디 덧붙인다.

"얘네들만 이렇게 넓은 땅 차지하고 앉아서 너무 화나지 않아? 사실 지들도 뺏은 거잖아. 그것도 잔인하게 살인까지 하면서…. 그리고는 큰소리 떵떵 치며 사는 꼴이 너무 얄밉더라구."

언니가 미국에서 2년 넘게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땅덩이 좁고 힘 약한 나라 국민의 비애감이라고 한다. 사실 자기들의 선조가 모험 정신이 있어 이곳으로 넘어온 덕분에 잘 먹고 잘 살면서 다른 나라 앞에서 강대국 노릇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좁은 땅덩어리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억울하기까지 하다.

버팔로의 외곽 지대는 체리나 복숭아 등을 재배하는 농업이 발달해 있다. 길가에는 'Farm Market'이라고 하여 농장에서 금방 수확한 농산물들을 판매하는 작은 가판대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가는 국도에는 너구리들이 열 마리도 넘게 차에 치어 죽어 있다.

가끔은 사슴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운전자가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풍요로운 자연만큼 동물도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인데, 인간들이 거기에 길을 뚫고 차를 달리며 지내고 있으니 얼마나 살기에 불편할까 싶다. 버팔로라는 도시 이름도 이 지역에 많았던 소의 한 종류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은 자연이 덜 훼손된 상태이다. 인구 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보니 자연 훼손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 덕분에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살지 않는가. 인구 밀도가 높아 자연 파괴 또한 심한 우리 나라와는 대조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지방의 관광을 위해 우선은 버팔로 외곽에 있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관광 안내 책자를 빌리기로 했다. 자그마한 마을에 위치한 동네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매우 좋다. 방학 중이라 책을 빌리러 온 학생들도 꽤 있고 노인들도 와서 책을 빌려 본다.

버팔로의 한 도서관 내부
버팔로의 한 도서관 내부 ⓒ 강지이
도서관 바로 옆에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 센터도 있다. 미국은 워낙 넓은 나라이다 보니 자가용을 이용해 이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기 차를 끌고 와 도서관과 노인 복지 센터 앞 커다란 주차장에 세워 놓고 자기 볼 일을 보는 풍경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역시나 시골 마을 사람들은 친절했다

도서관의 직원들은 친절한 태도로 오는 손님들을 대한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고용하여 책을 정리하고 수납하는 일을 맡기는 듯하다. 거대한 도시 뉴욕에서 느꼈던 미국인들의 불친절함은 작은 도시로 갈수록 점점 사그라드는 느낌이다.

미국의 대도시일수록 사람들이 쾌활하면서도 개인주의적이며 남을 배려하지 않는 반면, 작은 도시의 사람들은 친절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를 지녔다. 아마도 우리 나라의 서울 사람과 시골 사람의 차이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버팔로나 로체스터처럼 자그마한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은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 작다고 하여 그 크기가 작은 것이 아니라 인구 밀도가 낮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 근방 안내 책자를 빌린 후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이아가라 주변에는 온타리오 호수를 비롯하여 구석구석 볼 만한 것들이 풍부하다. 대부분의 우리 나라 관광객들이 그저 나이아가라 폭포만을 구경하고 돌아가지만, 배낭 여행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이곳저곳 다 돌아보기로 결정한다.

그 첫번째 공간은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 가는 길에 이리 호와 온타리오 호수의 물을 이용하여 수력발전을 하는 파워 비스타이다. 한국의 의암호나 팔당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이아가라 폭포 가는 길의 수력 발전소 모습
나이아가라 폭포 가는 길의 수력 발전소 모습 ⓒ 강지이
버팔로에 거주하면서 몇 번이나 나이아가라를 방문했다는 언니도 파워 비스타를 가 보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유명한 관광지만 가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미국을 살펴 보기로 한 이상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파워 비스타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이야기는 따로 장을 마련해 얘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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