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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위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저 하얀 것들을
사람들은 구름이라고 부릅니다.
그 구름은 이곳에 비를 뿌리고 눈도 뿌립니다.
바람이 불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기도 하고
없어졌다가 순식간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구름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랍니다.

구름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답니다.
우리 머리 위에 구름이 모여살고 있는 구름 벌판이 있거든요.
그 구름 벌판 어딘가엔 구름을 모아두었다가 하늘에 내보내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이 아래에서 그 구름벌판을 보면 꼭 빛나는 솜사탕처럼 보입니다.

구름이 만들어준 빛을 이고 반짝이는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을 보셨나요?
구름 빛깔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보셨나요?
구름처럼 화사하고 눈부신 아이의 뽀얀 얼굴을 보셨나요?
그렇다면
구름처럼 빛나는 백마를 보셨나요?
그 말은 이 땅의 들판을 뛰어다니면서 풀을 뜯어먹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말이 아니랍니다.
그 말은 구름 들판에서 자라는 맑은 구름을 먹으며
맑은 샘물이 흐르는 우물로부터 구름이 머금고 와서 뿌려주는
이슬을 마시며 자란답니다.

그 말이 얼마나 큰가 하면
아마 그 말이 이 땅에 내려앉으면
그냥 이 하늘에 온통 구름이 끼어서 하얗구나,
이렇게 생각만 할 겁니다.
지독한 안개가 끼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눈이 닿는 곳은 전부 새하얄 겁니다.
사실 그 말이 이 땅에 내려오고 싶어 하더라도 앉을 자리도 없습니다.

그 말은 마구간에서 자라지도 않는답니다.
하늘을 놀이터 삼아 여기 저기 뛰어다니고
선녀들과 일월궁전의 아이들과 같이 놀면서
이 세상 이야기를 듣는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다리를 가졌습니다.
하늘 저 끝에서 이 끝으로 온다 하더라도
마치 날갯짓을 하듯 우아하게 그 다리로 힘차게 달음박질해서
금방 이곳에 도달합니다.

왜냐면 그는 그분을 모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가시고자 하는 곳이면 어디라도 빨리 모시고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천둥이 칠 때 구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그 하얀 말을 보셨나요?
사람들은 천둥과 번개를 무서워하여
감히 고개를 못 들고 숨을 곳을 찾느라 아무도 보지 못하지만
그 흰 말은 먹구름 사이를 뛰어다니며
여기 저기 천둥과 번개를 뿌리느라 바쁘답니다.
선녀들이 가져다주는 천주떡을 먹은
천둥도 번개도 무서워않는 용감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번개가 치는 날 먹구름들 사이를 한번 지켜보세요.
번개 사이에서 달음질치는 그 말을 볼 수도 있습니다.

구름 사이에서 뛰어다니는 그 말을 보게 되면
잘 보세요.
그 위에 앉아있는 사람이 보일 겁니다.
은빛으로 이글거리는 눈빛 같은 하얀 갑옷을 입고
그리고 백발처럼 하얀 투구를 쓰고 있는 그 사람이 보일 겁니다.
그 분이 앉아계신 말은 마치
그 분의 하얀 옷이 땅에 끌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의 옷은 구름이 아닙니다.
이세상의 어떤 무쇠보다도 강하여
창살 하나 총알 하나 그의 옷을 뚫을 수가 없답니다.
이세상의 어떤 악한 것이
가장 사악한 마음을 품은 활을 그 분을 향해 쏘아 보내도
그 분의 구름 같은 흰옷은 상처 하나 낼 수 없습니다.

온몸이 구름처럼 하얗지만
그의 얼굴은 핏빛처럼 붉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은 우리가 보는 하늘을 반으로 접은 만큼 크고,
그의 이마엔 타오르는 횃불 같은 돌기가 나있어
그의 발이 닿는 곳을 어디든 비춰줍니다.

그의 손에는 칼이나 방패가 들려있지 않습니다.
손에는 이 세상에 뿌릴 번개가 한 개씩 들려있습니다.
그는 구름 속에서 번개를 뿌립니다.

그는 전사입니다.
구름벌판 밑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자리라면 그가 나타납니다.
그가 나타나면 어떤 싸움이라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가 나타나면 어떠한 전쟁도 끝이 나며
어떠한 나쁜 마음을 먹은 악마라 하더라도 힘을 잃고
이 땅의 모든 것을 전부 자기 손에 끌어 모으고자 하는 욕심쟁이라도,
거대한 힘이 허리가 갈리어 신음하고 있어도,
그가 구름 같은 말을 타고 번개를 뿌리며 이 세상에 나타나면
그 모든 것들은 전부 꿈이 됩니다.
지나간 일이 됩니다.
그는 승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싸움 이전의 질서, 그것만이 남습니다.

그는 구름 속 어딘가에 숨어
저 아래 사람들을 영원히 지켜보고 있답니다.

그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간절히 원할 때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산이 되고 바다가 되어 저 구름 위에 울려 퍼질 때,
우리가 모은 희망이 태양처럼 밝게 빛나며 하늘 위로 솟아오를 때
그는 구름 같은 말을 타고 구름 같은 투구를 쓰고
구름을 가르는 하얀 말을 타고
그 붉은 얼굴과 횃불 같은 돌기에 힘과 용기를 가득 품고는
저 구름 건너 이 땅에 내려와 그 번개를 뿌려줍니다.

구름 속에 살고 있는 그 얼굴 붉은 사람은
산도 강도 들판도
거기에 살고 있는 동물들도
거기에 피어있는 들꽃들도
전부 알고 있으며 그를 기다립니다.
모든 이들이 그를 기다립니다.
간절히 기다리면
그는 옵니다.
구름 갈기를 휘날리는 말을 타고
구름 저 너머에서 번개를 손에 쥐고
이 땅의 뒤집어엎으려 하는 존재들에게 뿌리기 위해서
바람처럼 달려옵니다.

이제 우리의 희망의 불을 하늘 높이 지펴 올리면 됩니다,
그럼, 그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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