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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츠만의 원자
ⓒ 승산
<볼츠만의 원자>는 원자론을 믿고 주장했던 볼츠만을 둘러싼 일련의 과학 논쟁과 철학적 논쟁 그리고 주변의 과학자들을 다룬다. 만약 당신이 다음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볼 만하다고 추천하고 싶다.

1) 과학자로서의 볼츠만과 철학자로서의 볼츠만 그리고 일상인으로서의 볼츠만
2) 원자론으로부터 시작된 현대 물리학의 점진적인 성장의 역사와 배경
3) 볼츠만의 주변에 있던 맥스웰과 같은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야기
4) 고전 물리학과 현대 물리학 사이의 철학적 긴장관계와 그 배경
5) 다양한 현대 물리학적 업적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


이 책의 저자는 이론 물리학자이며 이 책을 번역한 이는 화학자이다. 책의 내용은 볼츠만의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며 주변의 중요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을 다룬다. 때에 따라서는 연구 결과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리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책은 본질적으로 그와 같은 중요한 과학적 결과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볼츠만이라는 한 과학자를 중심으로 원자론에 입각해서 성장한 현대 물리학의 태동과 그 속에서의 험난한 과정들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책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과학이란 무엇이며, 과학을 바라보는 철학이란 무엇이고, 한 명의 과학자의 굳은 신념과 그 열매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룩된 새로운 이론 물리학의 태동을 알리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으로서의 과학자들의 연약하며 쇠약한 모습 또한 상반되게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은 중요 인물인 볼츠만을 미화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그의 인간적인 쇠약함과 모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볼츠만만이 가진 신념과 일관성 그리고 그의 천재적인 과학자로서의 모습과 그가 겪은 어려움을 함께 보여주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다면 과학을 이해하는 것, 과학자가 되는 것, 그리고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 대 철학자 대 일상인으로서의 볼츠만

저자는 원자론에 입각하여 기체 운동론을 발전시켜온 과학자로서의 볼츠만의 업적을 높게 평가한다. 때로는 그에 대한 평가가 낮게 나타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볼츠만은 당시 과학 사회의 패러다임에 도전한 사람으로 설명되어진다.

19세기 고전물리학 중심의 과학 사회에서 볼츠만의 주변 사람들은 원자에 대한 증거 없는 주장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에너지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일련의 이론적인 물리학의 출현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볼츠만은 자신이 주장했던 여러 가지 중요한 이론들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않고 있는 것에 힘들어 했으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전 삶을 걸쳐서 일관되게 자신의 이론들과 그의 원자론에 대한 믿음을 굳게 믿으면서 과학 이론을 발전시켜갔다.

저자는 볼츠만이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과학자들과의 논쟁 속에서 어려움을 헤쳐 나갔고 볼츠만의 주변에 어떤 이들이 이 논쟁 가운데 함께 했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볼츠만은 자신의 이론에 대해 철학적인 입장에서 반대하는 에른스트 마흐와 같은 당시의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비난을 경험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이론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싶은 욕구에 따라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저자는 이와 같은 그의 반응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볼츠만은 개인적인 선호에 의해 철학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주변 이들과의 반응 속에서 철학을 시작했고 그의 성취도는 그리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러나 그가 가진 과학에 대한 철학적 신념은 현대 물리학을 태동하게 만든 중요한 신념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일상인으로서의 볼츠만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이 책에서 제시된다. 그가 왜 대학을 옮겨다녔으며 어떤 대인관계와 삶을 살았는지를 독자들을 알게 될 것이다. 볼츠만은 그리 사교적이지도 않고 대인관계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으며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점은 다소 명예를 좇고 부를 소망하는 소인배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말년에 계속해서 신경쇠약증상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끝내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그의 과학적 성취와 그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대비되며 그의 삶이 혼란한 시기를 거쳤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과학자로서의 명성 뒤에 나타난 힘겨운 개인적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과학적 논쟁 뒤에 숨겨진 철학적 논쟁

이 책의 우선적인 주제가 원자론에 입각한 현대 물리학의 태동과 이를 위해 한 평생을 헌신한 볼츠만과 주변의 유명한 과학자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반면 저자는 그 뒤에 숨겨진 철학적 논쟁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이 책에서 다루는 매우 중요한 인물 중 하나는 에른스트 마흐라는 과학자이자 철학자이다. 마흐는 과학이란 직접 측정할 수 있는 것에만 한정되어야 하고 이론은 그렇게 측정된 현상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으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견해는 논리 실증주의로 발전하게 된다. 마흐의 관점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존재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원자론에 입각한 추상적인 이론 물리학 분야는 과학이 아니며, 타당성도 없게 보였다.

볼츠만은 마흐의 이런 비난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직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당시의 지성인들이 고전물리학의 개념에 익숙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마흐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볼츠만으로서는 서 있을 공간이 부족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현재의 과학계 내에서 양자론을 이야기하며, 초끈 이론을 주장하고 우주론에 대한 추상적 이론들이 과학의 이름으로 선포되어져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는 과학 사회를 보게 된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 책에서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과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 속에 있는 과학자들의 믿음에 대한 부분이다.

마흐의 실증주의적 견해가 그의 믿음에 기초했던 것처럼 볼츠만은 직관적으로 원자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볼츠만의 믿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 시대의 과학 패러다임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온다.

그것은 그의 믿음이 올바른 믿음이었다는 의미이지 믿음이란 잘못된 것이거나 개인적인 견해 또는 쓸모 없는, 신뢰할 수 없는 것일 뿐이라는 식의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우습게도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과학이란 마흐의 생각처럼 실용적이며 눈으로만 보이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는 그와 같은 입장도 하나의 개인적인 선호 또는 믿음, 또 다른 용어로는 전제, 세계관이다. 그들이 과학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또 다른 과학이론도 믿음에 의해 지지되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믿음이란 하나의 개인적이며 보편적이지 않고 종교적인 것이라고 믿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은 아직도 우리 시대가 실용적이며 보편적이라는 용어의 환상 속에 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과거에 마흐를 통해 볼츠만이 핍박받았던 것처럼 이 시대도 물질주의 또는 자연주의에 입각한 과학에 대한 왜곡된 환상을 가지고서 과학계 내에서의 참신한 상상력을 억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볼츠만의 원자 -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논쟁

데이비드 린들리 지음, 이덕환 옮김, 승산(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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