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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점에 들렀습니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맘 편히 책 읽을 시간이 있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지만 의외로 주말이라 서점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북적이는 사람들을 통과해 쾌적한(?) '시'코너로 갔습니다. 요즘처럼 글 한줄 안 읽는 세상에 딱 맞을만한 책을 친구녀석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딱 맞는 책을 찾았습니다. 글 한 줄이 글 한 편인 책을요!

오래 전부터 일본에는 한 줄짜리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왔다고 합니다. 그들을 하이쿠라 부릅니다. 그들은 아무 것도 가진 것없이 먼 길을 여행하고 방랑하며 한 줄 시를 썻다고 합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대해, 작은 사물에 대해, 벼룩과 이와 반딧불에 대해, 그리고 허수아비 뱃속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와 물고기 눈에 어린 눈물에 대해...

한 줄 시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이 지상에서 사는 삶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때로는 그들에게 한 줄도 길었죠.

이런 그들의 시를 류시화 시인이 모아서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책을 펴냈군요. 시인은 책에서 '하이쿠'시에 대한 일화 한가지를 소개 했더군요.

프랑스 어느 대학에서 하이쿠를 강의하던 교수가 학생들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교수님, 제목에 대한 강의는 그만하고 이제 본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학생이 하이쿠시를 제목으로 착각할만큼 하이쿠시는 처음보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시 입니다.

하이쿠의 기본정신은 "모습을 먼저 보이고 마음은 뒤로 감추라" 입니다. 여기 재미있는 하이쿠시 몇 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끝내겠습니다.

내 귓가의 모기는 내가 귀머거리인 줄 아는 걸까? -이싸

몸무게를 달아 보니 65킬로그램, 먼지의 무게가 이 만큼이라니! -호사이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똥 누느라 나갈 수가 없다. -소세키(정치인의 초대를 받고 답장으로 쓴시)

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이레(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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