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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표의 2기 체제가 출발한 지난 7월 전당대회 직후 국가정체성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국가수호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대표적인 보수인사들이 전면 배치되는 모습이다.

한나라의 젊은 표심을 반영하며 박 대표에 이어 최고위원 2위로 당선된 원희룡 의원. 그는 한나라당의 현재 상황에 대해 "국가정체성 제기는 잘못된 후진기어"라고 일축한 뒤, "한나라당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박 대표의 대표적인 지지그룹으로 통하는 소위 주류측의 비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원희룡 의원은 박 대표의 국가정체성 행보를 정면 비판하며 "박 대표가 안주하거나 과거 구태에 근거한 세력과 타협하면 언제든 비판한다고 대외적으로 공표를 해왔다"며 "현재 그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국가정체성 대립각은 "외연확대를 포기한 적대적 수축형 정치운영"이라며 "이는 박 대표가 초기에 내걸었던 합리적 개혁 이미지를 훼손하며 한나라당에 기대를 걸었던 층에서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전당대회 이후 지난 두달 간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최근 일고 있는 보수층의 열광된 지지를 지나치게 평가하는 것은 착시현상"이라고 단정하고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날 절호의 찬스를 과거 세력과 타협에서 현재의 지지도에 안주하며 시간을 까먹고 있다. 그걸 보려고 우리가 만세 부른 줄 아나"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한나라당에 기대 걸었던 층에서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그는 박 대표의 이견청취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당에 제출된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했다가 박 대표로부터 제지를 당했던 것과 관련 "지금이 이불 뒤집어 쓰고 얘기해야 하는 등화관제 시절이냐"며 "내부이견을 두려워한다면 공개회의는 대표 혼자서 해도 되지 않냐"고 되물었다.

박 대표의 '과거'에 있어 그는 비주류측이 제기한 '유신의 핵심권력'이었다는 점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문제는 사과를 하냐 안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당시 자신이 중심에 섰던 역사에 대한 인식"이라며 "과거 얘기만 하면 방어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또한 당의 '선진화' 슬로건에 대해 그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지 못하다, 감동이 없다, 과거 '근대화'의 다른 버전일 뿐"이라며 "전혀 다른 운영시스템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의 국보법 개정안에 대해 "창피하지도 않나, 손톱 깎는 수준"이라고 일축하며 "정부참칭 조항(2조)은 삭제하고 나아가 국보법이라는 이름에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사실상 폐지쪽의 입장에 섰다.

또한 내주 박 대표의 수도이전 당론발표를 앞두고 그는 "행정부, 청와대는 물론 입법부까지 이전하는 정부안에 찬성한다"며 "다만 이전 비용문제에 있어 국회가 확실한 통제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의원과의 인터뷰는 16일 오후 3시 의원실에서 1시간 가량 이뤄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국가수호비상대책위에 대표적인 보수인사들이 배치되고 또 최근에 정형근 의원이 중앙위 의장으로 당선되면서 한나라당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리더는 시대정신을 대변해야 한다. 그 시대정신에는 국민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과연 지금 시점에서 좌파에 맞선 애국주의로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국가정체성 논란은 외연확대를 포기하고 지나치게 축소 지향적으로 가는 길이다.

국가정체성을 내거는 순간, 견해가 다른 사람들은 없애야 될 세력으로 규정된다. '적대적 수축형'의 정치운영이다. 애초 박근혜 대표가 표방한 상생, 합리적 개혁에 맞는 행보가 아니다. 국가정체성은 '후진기어'다. 국가정체성 문제를 정면 제기했을 때 제발 하지 마라고 말렸다. 구체적인 사안만 물고 늘어지고 경제문제로 가야 된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면 싫어하는 게 역력하고…."

- 국가정체성 제기가 논쟁의 수준을 떠나 당내 비상대책위가 구성되는 등 조직화, 현실화되고 있는데.
"국가정체성 제기 자체가 잘못 넣은 후진기어라고 본다. 따라서 후진기어를 잡고 있는 손도 잘못된 손이다. 역사는 나선형으로 간다. 넘어가기 전에 펄스의 파고가 제일 높다. 지금 상황 만만치 않다."

'선진화' 한나라 장기발전방안..."과거 근대화의 뉴버전"

- 초선의원이 다수고 몇몇 인사가 당을 장악할 수는 없는 구조인데, 당내 분위기는 어떤가.
"대표나 총재측근 그룹이 당을 장악하는 메커니즘은 붕괴되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추동력이 조직화된 건 아니지만 일사분란하게 가는 구조는 무너졌다. 예전 같으면 내가 한마디했다고 파장을 일으키고 당내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겠나. 옛날 같으면 벌써 개 끌리듯 끌려나갔다(웃음).

지금은 조정국면이랄까. 단기적으로는 반동도 있고 거꾸로 갈 수도 있다. 거꾸로 가는 동안에도 제대로 가기 위해 갖춰야 될 것이 있다. 대표와 무관하게 당이 새롭게 국민에게 다가갈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선진화'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뜨거움과 감동이 없다. 과거 근대화의 뉴버전이다. 프로그램 자체는 근대화고, 버전만 다른 건데 업그레이드만으로는 안된다. 전혀 다른 운영시스템을 내놔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기차가 거꾸로 가고 있고 시간을 까먹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박 대표가 초반에 참신하게 내걸었던 합리적인 개혁은 진보적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그리고 싸움보다는 상생, 상처보다는 치유를 강조했는데 냄새만 풍기고 냄새에 맞는 요리가 안나왔다. 뭐 지금은 코아(핵심)를 단단히 하고 큰 선거 다가오면 그 때 가서 외연확대 하면 된다는 생각인지 몰라도. 외연확대 얘기를 하면 박 대표는 내가 언제 대선 나간다고 했냐, 대선 관계없이 국가를 지켜야 된다고 반응하니까….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난 연찬회에서도 그렇고 박 대표가 당내 이견을 청취하는 태도에 있어 약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에 동의하나.
"듣기 싫은 얘기라도 들어야 한다. 얘기를 안하면 지도자가 손해다. 그런 사람들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국민의 힘을 끌어들이는 과정이다. 그런데 워낙 (박 대표가) 밖에서 인기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총선 때 대중의 박수소리, 열광에서 힘을 얻는 것 같다. 그리고 국가정체성 문제는 보수세력의 지지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미 보수층의 지지는 고착된 것이다. 그들의 지지를 너무 지나치게 평가하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박 대표에게 새롭게 기대를 걸었던 두터운 층에서는 신용등급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고정 지지층의 열광도가 높아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대북화해협력 정책에 전향적으로 나아가는 모습, 또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기는 해도 민주화, 다원화에 발맞춰 가나보다 하면서 기대했던 층이 아주 빠른 속도로 소진돼 가고 있다. 안타깝다.

시도를 해보고 평가받는 것도 아니고 말만하고 시도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신용등급이 추락할 수 있다. 국가정체성 내걸어서 두세 달 까먹고 그냥 가고 있다. 당도 당이지만 본인의 손해가 크다. 쓴소리를 해도 개인에 대한 반대, 견제로 받아들인다. 개인을 견제해서 뭐하겠나. 당이 외연확대하고 나름대로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날 절호의 찬스를 과거 세력과 타협에서 현재의 지지도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그걸 보려고 우리가 만세 부른 줄 아나."

- 지난 월요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한나라 국보법 개정안 비판하다가 박 대표로부터 제지를 받았는데.
"그 정도는 과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간첩들은 회의에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웃음). 내가 그날 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박 대표의 입지를 넓히는 것이다. 그 개정안 창피하지도 않나. 법사위 검토안이라고 내놨는데 당론인 것처럼 언론에 나갔다. 이건 아니다. 국보법에 대해서는 2000년도에 내(미래연대)가 개정안을 낸 적 있다. 그 개정안에도 '정부참칭'(2조)은 없앴다.

한나라당의 현재 개정안은 시대적인 전향성을 고민한 흔적이 없다. 손톱 정도 깎고 어떻게 넘어갈까 하는 식이다. 국민들 설득 안된다. 존치론 대 폐지론으로 붙게 되면 한나라당이 설 입지가 없다. 그날 회의에서 박 대표도 아직 당론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로 끝이다. 그 깊은 뜻을 헤아릴 국민이 몇 사람이나 되겠나. 나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한마디한 것이다. 국보법 검토 기준은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정부참칭은 삭제하고, (국보법) 이름도 집착할 필요 없다. 그런데 당에서는 그 정도까지 가면 기절하는 분위기니까 토론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말도 하지 마라? 명색이 나도 대의원들이 뽑은 최고위원이다. 커뮤니케이션에 문제 있다. 우리 안에서 다양한 생각이 있고, 갈등하는 것이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혹시 불빛이 밖으로 새나갈까봐 이불 뒤집어쓰고 촛불 켜고 얘기하는 지금이 등화관제 시절인가. 다양성과 내부이견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당대표를 통해서 정리된 얘기만 해야 한다면, 공개회의는 대표 혼자 얘기하셔도 되지 않나.

당을 바라보는 다양한 세력이 있다.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다. 당의 논의과정이 국민들의 다양한 생각을 걸러 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당이 일사분란을 신봉한다면 종교적으로 이슬람 시아파와 같다. 인신공격도 아니고 마이크 쇼를 하는 것도 아닌데 당내 일각의 이견에 대해 이견이니 말하지 말라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정당이라면 그런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이견 표출에 과민반응...지금이 등화관제 시절인가"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행정수도이전에 대해 당내 소수견해인 찬성의사를 밝혔는데.
"그렇다. 행정부가 가는데 청와대가 안간다면 (행정수도이전은) 더 실패한 모델이 된다. 청와대 가면 외교부나 국방부도 가야 될 것이다. 입법부도 가야 되요. 장관들 국회 출석할 때마다 올라올 수도 없고. 사법부는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내 생각은 정부안에 가깝다. 다만 문화관광부는 광주로, 해양수산부는 부산 등으로 행정수도에 꼭 없어도 되는 부처의 지방이전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서울의 인구분산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행정수도 인구가 50만이 된다고 하는데 서울 인구를 빼가는 것이 아니라 인근 대전, 전주, 충북권에서 일자리 찾아 몰려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도이전 하지 말자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행정수도와 별도로 서울 인구분산 정책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전비용 문제는 정부로부터 분명한 확약을 받아야 한다. 앞으로 증액할 때는 국회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보상에 들어가는데 현지주민들 태세가 대체농지, 대체주거지 내놔라 이거다. 보상예산을 3조 정도로 잡아놨는데 부족하다. 정부로서는 아플 수 있다. 위에 장대 쳐놓고 그 밑으로 기어가라고 하는 거니까. 그렇다 해도 정부가 공언한 바가 있으니 예산은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 내주 22일 박 대표가 수도이전 당론을 발표한다. 정부안 찬성 의원은 5명에 불과하고 이전반대 서명의원이 72명이 달하는데.
"당론을 내기로 했기 때문에 나도 목소리는 내는 것이다. 당론결정 과정에 내부 토론만 하는데 저쪽에서 반대운동을 하고 국민집회로 치고 나오니까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도 목소리를 내고 액션을 취하는 것이다.

수도이전하면 서울이 공동화된다고 하는데 인구 안 빠져나간다. 서울 땅값 떨어진다? 안떨어진다. 상권이 위축되어 장사 안된다? 이것도 아니다. 2030년 인구 50만의 도시가 형성되는 것에 불과한데 반대론은 과장된 선동이다. 토론이 붙으면 붙을수록 감정적이고 지엽적이고 관성적인 반대라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 한나라당측이 제출한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엔 만족하나.
"널뛰기를 많이 했다. 두 달 동안 친일파 옹호당인 것처럼 굴다가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다. 우리가 내놓은 개정안은 내가 주문해 왔던 것이기도 하다. 대상 대폭 넓히고 대신 인권침해, 억울한 피해자 없도록 하자. 그게 핵심이다. 학술원 산하에 두는 것도 기술적인 문제다. 조사위원에 동행명령권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문제는 충분한 증거 없이 사실확정을 한다는 것. 일방적인 조사가 끝나고 난 뒤 이의신청을 하게 되어 있는 것은 문제다. 엄격한 증거채택이 되도록 하고 판정이 안되면 판정불가로 해서 역사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진상조사 위원은 중립적 인사로. 민간복을 입은 시민단체 인사는 안된다."

- 과거사 청산에 있어 여의도연구소(소장·박세일 의원)가 내놓은 방안의 골자는 학술조사, 연구기관에 맡기자는 성격이 강한데.
"순수한 학술연구야 지금까지 해왔지 않나. 이제는 진상규명을 하자는 것이다. 다만 조사위원회를 학술원 산하에 두자는 것은 대통령이나 국회 산하에 두면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 있으니 아무도 간섭 안한다는 의미에서다. 조사기능 대폭 부여해서 진실규명 하고, 재산 환수할 것 하고, 공식기록으로 남기자는 것이다. 한국전쟁 전후, 또 현재로 가까이 오면 올수록 피해자와 가해자가 엄연히 살아있는데 학술연구로 끝날 수가 없다. 불러다가 단죄하는 성격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정수장학회 법적 하자 없다는 태도, 지지자들도 납득하기 어려워"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과거사 청산에 있어 박근혜 대표에 대한 비주류측의 공격논리에 동의하나.
"유신의 핵심권력이었다는 점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를 5년 동안 했었다는 점에서 유신과오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인데.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서 의전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헌법상 권한이 있는 위치도 아니고 문제의 사건에 의사결정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같이 있었으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 근거가 약하다. 그 정도로 그럴 것 같으면 박 대표가 한나라당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한다.

만약에 구체적으로 당시에 집권층 내부의 첨예한 판단들, 가령 학생데모를 진압할 거냐, 말거냐 부마사태를 진압할 거냐 말 거냐 등에 대한 구체적인 관여행위가 있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의전적인 역할을 한 것과 가족으로서 근거리에 있었다는 점이 전부다. 그 자체만을 가지고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라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

- 박 대표는 비주류측의 사과요구를 대표 흔들기로 판단하고, 그 동안 수차례 사과를 해왔다고 항변했다.
"그렇게 얘기하면 사과 안한 것처럼 들린다. 무엇에 대해, 누구를 대상으로 사과하는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사과의 결과가 앞으로 자신의 어떤 구체적인 약속,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으로 무게가 와닿는다. 단지 사과라는 표현으로써 사과는 2천 번을 해도 소용없다. 본인이 중심에 있었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사과라는 표현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왜 나한테 시비 거냐 그런 태도는 아니다."

- 제대로 된 사과가 안되었다는 뜻인가.
"사과하라 말라가 아니라 박 대표의 역사인식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했던 상황에서 무엇을 본인이 아픔으로 느끼고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또 자기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솔하게 나와야 한다. 그런데 정수장학회가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는 태도는 지지자들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드러난 박 대표의 표현을 보면 그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고 미래를 약속하겠다는 열린 마음, 흔쾌한 마음인지 사실 의문이다. 과거 얘기만 나오면 방어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안타깝다."

"박 대표 속을 모르겠다"
[인터뷰 후기] 또 다른 리더십 잣대 '소통'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의원들과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 '내기'가 하나 있다. 국가정체성 행보와 관련 박근혜 대표가 내세우는 애국주의가 순수한 열정의 결과물이냐, 아니면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냐는 것. 이 같은 말이 농반 진반으로 도는 걸 보면 박 대표의 '국가정체성 전면전'이 사전에 당내 여과장치를 거치지 않은 돌출된 결과물이라는 방증이다.

원희룡 의원에게도 물었다. 어느 쪽에 내기를 걸었냐고. 원 의원은 "내부 정보인데 그걸 어떻게 말하냐"고 웃으며 "박 기자는 어느 쪽이냐"고 되물었다. 기자 역시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원 의원은 "그와 관련해서 도전 인터뷰를 시도해 봐라, 나도 궁금하다"고 말해 어느 쪽에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인터뷰 과정에서 원 의원은 박 대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여러 차례 안타까움과 의문을 표시했다. 박 대표의 '절제된 표현'은 장점으로 작용해 왔다. 찬성의 입장에 대해서도 "네, 네"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이고, 최상의 표시라 봤자 "좋네요(작은목소리)"라는 정도로 알려졌다.

지도자로서 호불호를 최대한 절제하고 다양한 의견에 여지를 남기고, 따라서 동선을 넓히는 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견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과거사와 관련해. 원 의원은 "시비 건다, 견제·공격한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치적 의도를 품고 있는 비주류와 함께 묶이기 싫어 입다물고 있지만 지지그룹 가운데에서도 박 대표의 그런 태도에 의문을 표시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아버지 말고 또 있어 보인다. 소통의 벽. 민생현장을 누비며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박수를 받아온 박 대표가 소통의 그늘인 이견을 어떻게 소화해 나갈지, 또 다른 리더십의 평가항목이다. 최고위원의 입에서 "지금이 등화관제 시절인가"라는 표현이 나왔다. 간단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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