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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희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맨왼쪽)가 13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차별 없는 세상만들기 걷기 대행진'에 참석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여성 차별과 폭력, 빈곤 없는 평등세상을.
반쪽짜리 노동자 비정규직, 법개정으로 노동자 권리보장을.
장애인, 동정에서 차별 철폐로.
외국인 이주노동자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
실업과 빈곤, 그 사각지대를 넘어.

차별 없는 세상, 평등한 사회, 더불어 우리."


여성·비정규직·장애인·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차별을 반대하며 서울을 비롯한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13개 시·도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 전국 걷기 대행진(이하 차별철폐대행진)'이 1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

여성·비정규·장애·이주·빈곤·실업 관련 단체와 양대 노총, 시민사회단체 등 모두 32개 단체가 모여 조직된 '차별없는 세상만들기 전국걷기대행진 조직위원회(이하 차별철폐대행진 조직위)'는 행진하는 발걸음마다 각 분야의 염원을 담아 13일부터 19일까지 차별철폐대행진을 진행한다.

차별 없는 우리 사회를 염원하는 묵념으로 시작으로 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별철폐대행진 조직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돈과 경쟁을 지상의 가치로 삼고있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사회적 양극화와 부당한 차별로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부당한 차별은 우리 사회가 결코 용인해서는 안되는 공공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14일 '차별없는 세상만들기 걷기 대행진'에 참가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어 "차별은 생계를 위협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성을 파괴하며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건전한 가치와 상식을 무너뜨린다"며 "어쩌면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우리의 발걸음이 모든 차별을 사회에서 추방하고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염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차별철폐대행진의 취지에 대해 "이 행사가 차별이 있는 사회에서 차별이 없는 사회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내딛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일 노동부는 파견 노동자를 둘 수 있는 업종을 확대하고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개정안'과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을 확정, 이번 정기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와 관련, "며칠 전 마련된 비정규직 관련 입법이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 기간을 늘리고 장소를 확대하는 것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면서 "이는 근본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의 고용 구조를 바꾸고 차별을 더욱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단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사용자가 정규직을 쓰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노동부가 상정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우리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철폐대행진 조직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정규노동자는 생계의 기반인 일자리를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금, 노동조건, 사회복지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며, 헌법상 보장된 권리인 노동3권도 무시된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문제에 대해도 "여성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이를 이유로 차별을 받고있다"며 "아직도 가부장적인 호주제도가 남아있고 여성의 비정규직화와 차별, 직장 내 성희롱, 가정폭력, 성폭력, 그리고 성매매 등으로 여성에게는 매일이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73%나 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러 차별 위에 여성이라는 '딱지'가 하나 더 붙으면 그 고통은 배가 된다"며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에도 마찬가지인 여성 차별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노력해나가자"고 말했다.

▲ 노들장애인야학의 문애린씨가 13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차별없는 세상만들기 걷기 대행진'에 밝은 표정으로 참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차별철폐대행진 조직위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고통과 불편 없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사회적 권리를 부정당하고 있다"며 "효율이 제일의 가치가 되고있는 사회와 기업에 장애인은 '거북한' 존재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박영희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시선을 없애야 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이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동권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8월 17일 본격 시행된 고용허가제와 관련, 외국인이주노동자의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차별철폐대행진 조직위는 "우리 사회는 경제의 필요에 따라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수입해 일을 시키면서도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멸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들을 수치화된 인력 수급의 대상으로만 치부하며, 토끼몰이식 강제 단속과 추방으로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로 낙인 찍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준기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대표는 "여기 모인 사람들은 피부색, 국적이 다르고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임금 차별과 인권을 유린 당하는 이 땅이 얼마나 잔인한 땅인지 느꼈을 것"이라며 "이번 차별철폐대행진을 계기로 산업연수제도 완전폐지, 10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 사면 합법화, 고용허가제의 개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차별철폐대행진 조직위는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의 모든 영역의 차별은 '빈곤'으로 귀결된다"며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소득이 미치지 못하는 140만명의 수급자, 400만명의 사각지대 빈곤층, 360여만명의 신용불량자, 100만명의 실업자 등이 병원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이어 차별철폐대행진 조직위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산물이자 기득권자의 전략적 결과인 사회적 양극화와 차별을 해결하는 움직임을 시작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도 없기에 힘들어도 진행하는 것"이라며 행진단선서를 했다. 이들은 "평등으로 나아가자"는 함성을 지른 후 오전 11시경 국회 앞에서 영등포를 향해 출발했다.

차별철폐대행진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여성차별철폐의 날(14일),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15일),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날(16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의 날(17일), 빈곤·실업 추방철폐의 날(18일) 등 부문별 행사를 진행한다. 오는 19일에는 모든 단체가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한데 모여 '차별철폐 한마당'을 개최할 예정이다.

▲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차별없는 세상만들기 걷기 대행진 선포식'을 열고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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