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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변혁>(The Great Awakening)의 영어판 표지
ⓒ Amazon
학기가 시작되면서 미뤄 두었던 책꽂이를 정리했다. 여기 저기 숨어 있는 대학 시절에 읽던 사회과학서적부터 각종 행사 때 받아온 홍보책자까지 다양한 것들을 책장에서 꺼내 버리기로 했다. <단순하게 살아라>는 책에 나오는 권고처럼 앞으로 1년 이내에 꺼내 볼일이 전혀 없을 책들은 모두 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책을 꺼내 제목을 보고 그래도 미심쩍으면 속표지와 차례를 읽어 보았다.

한 백여권의 책을 버리기로 작정했지만, 그 중 눈에 들어온 책이 있어서 다시 읽게 되었다. 영국의 투자 분석가인 데이비드슨과 리스모그가 쓴 <대변혁>(The Great Reckoning)이라는 책이다. 1991년에 영어로 출간되고 우리 나라에는 93년에 번역되어 나온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제일 마지막 장이었다. "위기 시대의 합리적 생활방식"이라는 제목 아래 열다섯가지 개인들이 가져야 할 생활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열다섯가지 생활 방식이 눈에 더욱 들어 오는 것은 왜 이러한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가를 뒷받침하게 위해 연구 조사해서 정리한 500쪽이 넘는 책의 앞부분이다.

워낙 분량이 많아 이 부분을 다시 읽을 용기조차 나지 않고 시간이 워낙 지나 기억이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인 듯하다. 정보 기술의 발달로 인해 나타나는 복잡한 변화의 양상에 기존의 정치 경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며, 여기에 세계 각지에서는 새로운 폭력이 횡행하고(7장의 제목이 '마르크스주의를 대신하는 마호메트'이다) 세계는 디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사회복지제도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확히 12년 전의 예언인데 다 맞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저자들이 예언하고 있는 현실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분명히 닥칠 것이라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흥미있게도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의 독자 비평에는 금년도에 이 책에 대한 비평 두개가 올라왔다. 한 사람은 타이에서, 다른 한 사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 모두 당장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이러한 상태가 올 것이라고 썼다.

아무튼 13년전 이들의 주장이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 또 우리 한국 사회에 맞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국가나 기업 등과 같은 대규모 조직들이 전혀 개인의 행복은 물론 안전이나 건강을 보호해 주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개인들은 나름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감한다.

우리 나라 보건복지부나 식약청이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인 마실 물이나 먹을 쌀, 채소나 고기를 얼마나 확실히 보장하고 있는가? 한달에 몇 만원씩 주고 집에 정수기를 설치하고 있는 가정이나 슈퍼에서 세배, 네배의 값을 주고 유기농산물을 사먹고 있는 현실 아닌가?

경제적으로 형편이 안되서 수돗물을 먹는 가정, 대량 공급되는 급식으로 점심을 먹는 학생들, 그나만 끼니조차 때울 수 없는 빈곤층의 사람들에 대해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가?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펴들기만 하면 소비주의의 유혹이 넘쳐난다. 새로운 것, 더 좋은 것, 더 건강하게 해주는 것, 더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유혹과 함께 무엇인가 사도록, 써보도록 만들고 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틀린 것도 있고 또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것도 많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책의 결론으로 제시한 '생존을 위한 15단계' 이것들은 다 같이 깊이 음미해 봐야 하는 충고라고 생각해서 소개한다.

<부유한 노예>와 <10년후의 한국>

▲ 로버트 라이시
ⓒ김영사
혹시라도 이 책을 읽어보려는 분이 있으면 말리고 싶다. 수면제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양도 너무 많고 초점이 투자자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오히려 2000년에 나온 책으로 <부유한 노예>가 훨씬 균형잡힌 시각에서 쓰여졌다고 생각된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가 쓴 이 책은 신경제의 장미빛 미래 뒤에 감추어져 있는 어두운 그늘과 그에 대응하여 개인이나 사회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시한 책이다.

최근의 사회 경제적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국내에서 나온 책들도 꽤 있다. 공병호씨가 최근에 <10년후의 한국>이라는 책을 썼는데 역시 기업가적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다.

노동이나 사회공동체의 입장에서 최근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논의들이 필요한 것 같은데, 이런 입장에서 나온 글들은 아직도 국가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가에 대한 기대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결과를 개인들이 경험하기까지는 요원하기 때문에 적절히 개인 차원의 대응과 변화를 제시하는 실질적인 글들이 아쉽다. / 권선필 기자
제1단계: 미리부터 각오를 단단히 할 것: 마음을 다스리고 준비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말.
제2단계: 배우자도 같이 끌여들여라. :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결혼하고, 결혼한 사람은 배우자와 함께 준비하라.
제3단계: 불경기가 이미 시작된 것 처럼 행동할 것. :소득의 25%를 저축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 수준을 낮추라.
제4단계: 지식을 쌓도록 하라. :과거를 배워 장래에 대한 지침으로 삼고 앞날을 미리 생각하는 버릇을 기를 것.
제5단계: 복리계산법을 익혀라. :은행 이자가 늘어가는 것과 저축이자가 늘어가는 것의 차이점을 깨달아라.
제6단계: 쇼핑을 그만둘 것. :신용카드를 치워 버리고, 가게에 가지 말 것.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말라.
제7단계: 텔레비전을 끌 것.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칼로리를 덜 소모한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을 볼 때에는 두뇌 활동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제8단계: 가족들 및 이웃들과 더욱 가까이 지낼 것. :삶이 어려울 수록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사는 일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제9단계: 희생자가 되지 말 것. :자신을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사고를 하고 행동을 하라.
제10단계: 시계를 보지 말고 달력을 볼 것.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을 피하고 긴 목표를 세우고 매진하는 버릇을 키우라.
제11단계: 건강을 소중히 할 것. :건강 없이는 돈도 별 소용이 없다. 건강한 식사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운동을 하라.
제12단계: 뽐내지 말 것. :검소하게 살고 부를 과시하지 말라.
제13단계: 다른 사람들을 도울 것. :부가 늘어나면 책임도 늘어나는 법.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웃에 대해 시간과 관심을 많이 할애하라.
제14단계: 개방적 사회를 옹호하고 나설 것.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하고 경제와 시장이 개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15단계: 자녀들에게 가르쳐 줄 것. : 건전한 가치관을 가르쳐 주고 물려 주어라.

대변혁

J.D.데이비드슨 외, 동아출판사(두산)(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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