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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소설의 백미는 홈즈 같은 명석한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풀어가고 막판에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추리가 없다면 추리소설이든 미스터리소설이든 성공하기 어렵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매되어 영화로까지 만들 정도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요코하마 히데오의 미스터리 소설 <사라진 이틀>은 약간 다르다. 추리는 있지만 명확한 추리가 없다는 게 이 소설의 특징이다.

독자들은 으레 그렇듯이 홈즈에 비견되는 탐정이나 형사를 기대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초반부에 등장해서 사건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시키 수사관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시키 수사관은 아내를 죽이고 자수한 ‘가지 경감’이 살해 날짜와 자수한 사이에 이틀의 공백이 있는데 그것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만 밝힌 채 조연으로 사라진다. 그 뒤에 등장하는 검사, 기자, 피고측 변호사 등이 그렇다. 모두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가지 경감이 말하지 않는 이틀을 파헤치려고 하다가 정점에 이를 때 조연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이틀>의 초점은 제목의 뉘앙스처럼 온통 ‘말하지 않는 이틀’로 모여진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아내를 죽인 가지 경감이 이틀 사이에 도쿄 신주쿠의 환락가인 ‘가부키쵸’에 갔다는 것이다. 미스터리 소설답게 사건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이 등장할수록 진실은 애매모호하게 여겨진다.

<사라진 이틀>은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미스터리소설과는 다르다. 그 다르다는 것은 독자들이 직접 봐야 체감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결론을 아는 순간 미스터리소설이 휴먼드라마처럼 다가온다는 점이다.

아내를 죽인 극한의 상황에서 ‘사랑’을 보여주는 <사라진 이틀>. 이 책은 일본에서만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발간한 지 일년 남짓한 기간에 이 같은 판매고를 올렸다는 것, 그것은 미스터리 소설로는 꿈도 못 꾸는 일이다. 그런데도 ‘아내’를 죽인 상황에서도 알지 못하는 ‘타인’에 대한 사랑을 몸소 보여준 ‘가지’ 경감의 인간성이 이 일을 해냈다.

기발함 하나를 가지고, 혹은 사회풍자 의식으로 무장한 미스터리소설들이 숱하게 쏟아지고 숱하게 외면 받는 이때에 <사라진 이틀>은 미스터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보여준다.

사라진 이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들녘(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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