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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올랜도 지역에 몰아친 허리케인 프랜시스로 '세븐 일레븐' 주요소 건물의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5일 올랜도 지역에 몰아친 허리케인 프랜시스로 '세븐 일레븐' 주요소 건물의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 김명곤
요즘 플로리다에서는 아는 사람들이건 모르는 사람들이건 만나면 첫인사가 "아 유 오케이?(당신 괜찮아?)"이고, 헤어질 때 인사는 "비 세이프 (안전하게 보내라)"입니다.

지난 8월 13일 허리케인 '찰리'를 맞아 27명이 사망하고, 약 70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입은 플로리다주 주민들은 3주만인 지난 4일 다시 허리케인 '프랜시스'를 맞아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지난번 허리케인 찰리 피해로 인해 도로 곳곳에는 아직도 치우지 못한 나무가 방치되어 있습니다. 일부 지역은 1주일 전에야 전기가 들어왔고,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인 플로리다 남서부 푼타 고다 지역의 일부 학교들은 개학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다시 휴교령이 내려졌습니다.

40년 이상 플로리다에서 살았다는 사람들도 요즘 같은 허리케인을 체험하지 못했다고들 합니다. 나무가 넘어져 집이 무너지고, 세워둔 차가 나무에 깔려 찌그러지거나 며칠씩 집에 불이 안 들어오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그런가 하면 물난리가 나서 집이 떠내려가 임시 피난처나 호텔을 전전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 허리케인 프랜시스는 최대 풍속 110마일176km)에 이르는 것으로, 3주 전 플로리다 남서부에 상륙한 허리케인 찰리보다는 약했으나 사흘 밤낮에 걸쳐 계속되어 플로리다 전체 67개 카운티 중 57개 카운티에 피해를 입힐 만큼 광범위하게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11일 현재 사망 23명... FSU 풋볼 코치 보비 보우덴 손자 가족도 참사

지난번 허리케인 찰리는 한 지역에 한 시간 정도 머물다가 북상했으나, 이번 허리케인은 한 지역에 최소 12시간 정도 머물면서 지역에 따라 최대 강우량 600mm의 폭우를 쏟아냈습니다. 특히 지반이 약한 플로리다 지역 곳곳에 침수 사태를 가져와 나무가 쓰러지지거나 건물이 쓰러지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또한 허리케인의 진입지역인 마이매이 북부의 웨스트 팜비치와 멜본, 코코비치, 데이토나 비치등 동부 해안지역의 피해가 막심했습니다. 허리케인이 몰아치던 토요일 저녁에는 메리트 아일랜드의 케네디 우주 센터 (NASA)의 우주선 조립(Vehicle Assembly) 빌딩에 강풍으로 인한 누전이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4만 평방 피트를 태우며, 수마일에 걸쳐 불야성을 이루었습니다. 이 피해로 내년 3월 우주선을 띠우기로 했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멜본-데이토나 비치 지역은 5일(토)과 6일(일)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로 물바다가 되었으며 곳곳의 다리가 파손되거나 가옥과 상점 건물들이 침수 피해를 입어 일부 주민들은 소형 보트를 타고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허리케인 중에 동반된 토네이도의 위력 또한 대단했습니다. 허리케인이 다소 약해진 동안에도 폭우를 동반한 토네이도가 주기적으로 엄습했습니다. 토네이도는 이미 기울어진 나무를 쓰러뜨리고, 가옥을 무너뜨리는 등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플로리다주 경찰국은 주민들에게 허리케인이 물러가는 중에도 계속 라디오 방송 등에 귀를 기울이도록 사전에 알렸고, 수시로 토네이도 경보음과 함께 육성 경보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허리케인 프랜시스를 보도한 플로리다 올랜도 센티널지. 허리케인 기간중에는 신문들도 이틀동안 배달되지 않았다.
허리케인 프랜시스를 보도한 플로리다 올랜도 센티널지. 허리케인 기간중에는 신문들도 이틀동안 배달되지 않았다. ⓒ 김명곤
이번 허리케인으로 지난번 허리케인 피해의 두 배에 이르는 140억달라의 (보험) 피해액과, 11일 현재 최소 2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아직 파악되지 않는 실종자들도 있어 사망자는 조금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이번 허리케인 사망자 중에는 미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풋볼코치 중 하나인 플로리다 주립대(FSU)의 보비 보우덴 코치의 15세 된 손자와 45세 된 그의 의붓아버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수백채의 가옥과 보트 등이 완전히 유실되고 허리케인이 덮친 사흘 동안 600만 명이 전기 없이 지냈으며, 11일에도 50만명이 전기 없이 지내고 있으며 7만5천여 명이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허리케인 통과지역 수일동안 통금... 1만3천여 전기수리공 타 주서 불러들여

올랜도 지역의 채널2 텔레비전이 지난 4일 밤 허리케인 상보를 전하고 있다. 화면은 '허리케인의 눈'이 마이애미 북부 웨스트 팜비치에 이른 모습.
올랜도 지역의 채널2 텔레비전이 지난 4일 밤 허리케인 상보를 전하고 있다. 화면은 '허리케인의 눈'이 마이애미 북부 웨스트 팜비치에 이른 모습. ⓒ 김명곤
한편, 잽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허리케인 프렌시스에 대비해 지난 1일부터 동부해안쪽 250만 명의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으며, 주청사가 있는 탈라하시에 긴급 재해대책 본부를 세워 기상청 전문가들을 대동하고, TV에 출연해 시시각각 허리케인의 진행 상황을 알렸습니다.

또한 부시 주지사는 430만 명분의 간이식사, 600트럭분의 물, 200트럭분의 아이스팩을 준비하도록 관계기관에 지시해 긴급을 요하는 지역에 공급토록 했으며, 알라바마주 등지에 협조를 요청해 1만3000명의 전기 수리공들을 불러들였습니다. 또한 8000여명의 군인들도 주요 재난지역에 배치했습니다.

잽 부시 주지사로부터 긴급 구호 요청을 받은 연방 정부는 20억달라의 긴급 구호자금을 지원키로 했으며, 4500여명의 연방 구호요원들을 플로리다에 급파하기도 했습니다.

올랜도 '동양종합식품' 건물 주차장의 세멘트 간판이 허리케인에 넘어질 찰나에 있다. 간판의 반절 부분도 강풍에 떨어져 나갔다.
올랜도 '동양종합식품' 건물 주차장의 세멘트 간판이 허리케인에 넘어질 찰나에 있다. 간판의 반절 부분도 강풍에 떨어져 나갔다. ⓒ 김명곤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지역의 카운티 당국은 허리케인이 진행되는 시각에 맞추어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중앙플로리다 지역은 각각 4일과 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각 카운티 경찰당국은 통행금지 명령을 어기는 사람들을 체포하겠다고 방송했는데, 이번 허리케인 중 팜비치, 인디언 리버, 오렌지카운티 등에서 통금시간에 절도를 한 혐의로 1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플로리다 전역의 공항은 3일부터 전면 폐쇄되었으며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한 대학교와 관공서 등도 문을 닫았으며, 이에 앞서 2일부터는 동부해안의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약 3500여명의 환자들이 내륙에 있는 다른 병원들로 이송 조치됐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와 관공서 등은 8일께부터 문을 열었고, 상점들도 활기를 되찾고 영업을 재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시련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껏 경험한 두 개의 허리케인보다도 더 강력한 허리케인 '이반(Ivan)'이 풍속 165마일(264km)로 남미 그레나다와 자마이카를 강타해 이미 37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쿠바 남쪽에 이르러 월요일쯤이면 플로리다 최남단의 꼬리 섬들로 이루어진 키웨스트 군도를 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허리케인 이반은 그레나다에서 가옥의 80%와 감옥까지 무너뜨려 일부 정치범을 포함한 범법자들이 탈옥상태에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제3의 허리케인 '이반' 북상... 주민들 '혼비백산'

허리케인에 대비해 창문을 널빤지로 완전히 봉쇄한 가옥.
허리케인에 대비해 창문을 널빤지로 완전히 봉쇄한 가옥. ⓒ 김명곤
3주 동안에 두 차례의 허리케인을 맞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다음주 13일경에 다시허리케인이 플로리다 서부해안 쪽으로 상륙한다는 소식에 혼비백산해 아예 짐을 싸들고 북쪽으로 피신해 버린 주민들도 많다는 소식입니다. 1964년 8월, 9월, 10월에 연달아 허리케인이 상륙한 이래 한 시즌에 그것도 한 달여 동안에 3차례의 허리케인을 맞게 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합니다.

이번 허리케인은 강도도 강도려니와 다시 엄청난 폭우를 동반한다고 합니다. 일부 기상 전문가들은 지난번 허리케인 찰리처럼 남서부에 상륙해 다시 중앙플로리다 지역을 가로질러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허리케인 이반은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나머지 지역들을 쓸어버릴 작정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쯤 되면 '은퇴자의 천국' 플로리다의 별칭은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햇볕이 내리쬐는 주)'가 아니라 '윈드 불로운(Windblown State-바람이 불어오는 주)'라고 바뀌어야 할 정도입니다.

올랜도 롱우드 지역의 한 주택 앞의 아름드리 나무가 허리케인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넘어져 있다.
올랜도 롱우드 지역의 한 주택 앞의 아름드리 나무가 허리케인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넘어져 있다. ⓒ 김명곤
지난주 잽 부시 주지사는 텔레비전 인터뷰 도중 "왜 이렇게 자연이 플로리다에 화를 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습니다. 허리케인 프랜시스가 물러간 다음날 또 다시 더 강력한 허리케인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잽 부시는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책정한 10달라의 벌금을 물리겠다"며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손사레를 쳤습니다.

그러나 바로 몇 시간 뒤 마이애미 기상청이 풍속 156마일 (250km)의 5급 허리케인 이반이 플로리다의 남단의 키 웨스트 군도를 치고 서부해안쪽으로 상륙할 확률이 매우 크다는 확인 방송을 하자 잽 부시 주지사는 즉각 키 웨스트 군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기자들에게 "오늘밤에는 온 가족이 모여 이반이 멕시코 해협으로 빠져나가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마이애미에서 쿠바 쪽으로 100마일 가량 길게 여러 개의 아름다운 섬들로 연결되어 있는 키웨스트 군도는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쓰며 살던 집이 보존되어 있는 '헤밍웨이 기념관'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사재기 극성... 조급증 및 스트레스 겪는 주민 많아져

지난 8월 13일 허리케인 '찰리'로 한 치과병원 앞 거목이 넘어진 채로 치워지지 않고 있다. 시내 곳곳에는 이같은 나무들이 무수히 넘어져 있으나 아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허리케인 '찰리'로 한 치과병원 앞 거목이 넘어진 채로 치워지지 않고 있다. 시내 곳곳에는 이같은 나무들이 무수히 넘어져 있으나 아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 김명곤
두 차례의 허리케인을 맞으면서 플로리다에는 종전과 다른 '이상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 첫째가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홈 디포', '로우스', '월마트' 등 주택 수리 용품 및 일상 생활용품을 팔고 있는 대형 마켓 등에는 널빤지, 가스통, 플래시, 건전지, 식수 등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이들 물품들은 허리케인 프렌시스가 오기 사흘 전에 동이 나버렸습니다. 이틀전 쯤에는 대부분의 주요소에 가스가 떨어져 일부 주민들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주요소까지 크고 작은 플라스틱 통을 들고 찾아가서 가스를 사오기도 했습니다. 전기가 자주 나가자 최소 800불에서 5000불에 이르는 자가 발전기도 동이 나 버렸습니다.

이번 '난리'를 겪으면서 세상의 종말은 사재기 때문에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점들이 물품 가격의 '올려 받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주정부 당국은 허리케인 경보를 내리면서 가격을 올려 받는 상점들에 대해서는 벌금과 함께 허가를 취소하고 심한 경우에는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상현상은 불안심리입니다. 두 차례의 허리케인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심리 불안과 '조급증' 또는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 병원의 정신과에 호소해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신문에도 운전자들이 난폭운전을 한다거나 조금만 차가 밀려도 클랙션을 울려대고, 가족들 간에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말다툼을 하는 일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지난 LA폭동 때에도 나타난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올랜도 지역 화초단지 동포 20여가구 100만불정도 피해... 유학생 가족 무사

지난 8월 13일 허리케인 '찰리'로 인해 꺾어진 나무 가지들이 방치된 채 치워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13일 허리케인 '찰리'로 인해 꺾어진 나무 가지들이 방치된 채 치워지지 않고 있다. ⓒ 김명곤
이번 허리케인으로 아직 한인 동포들이 인명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그러나 재산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월 13일의 허리케인은 짧은 시간 동안 치고 지나갔던 데 비해 이번에는 사흘 동안이나 장대비를 동반한 허리케인과 토네이도가 계속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올랜도 북부 아팝카 지역에는 화초농사를 짓는 50여 한인 동포들이 살고 있는데, 온실이 날아가고 가옥이 무너지는 등 20여 가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진화 플로리다 원예협회 회장의 전언에 따르면, 이번 허리케인으로 한인 화초농사 가정의 피해액이 줄잡아 총 100만달라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부 한인 동포들은 '화초 보험'에 들어 있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상당수의 동포 가정은 보험에 들어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동부 해안인 데이토나 비치와, 멜본, 코코비치 등에 살고 있는 동포들 중 일부는 집과 상점에 상당한 침수피해를 입아 적게는 몇 천달라에서 많게는 수 십만달라에 이르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일단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큰 손해는 면할 것 같습니다. 서부 탬파지역은 일부지역에 11일 현재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한국식품점 등 몇몇 한인 운영 상정들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랜도 '리 로드' 지역의 '세븐일레븐' 주유소의 지붕이 허리케인 강풍에 날려 떨어져 있다.
올랜도 '리 로드' 지역의 '세븐일레븐' 주유소의 지붕이 허리케인 강풍에 날려 떨어져 있다. ⓒ 김명곤
또한 올랜도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인 게인스빌에는 약 400여명의 유학생과 40여명의 단기 방문교수 가족, 주민 등 800여명이 플로리다 대학(University of Florida)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는데 일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것 외에 모두 무사하다고 합니다. 탈라하시와 마이애미 지역 등 다른 지역의 600여 유학생 가족들도 무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11일 오후 11시 현재 풍속 156마일 (250km)의 허리케인 이반이 시속 9마일의 속도로 플로리다로 향하고 있어 14일 오후 두 시경이면 중앙 플로리다 지역을 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각오 단단히 하고 숨죽여 지켜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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