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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섭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
최정섭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 ⓒ 오마이뉴스 이성규
지난해 9월 10일 멕시코 칸쿤에서 'WTO 반대'를 외치며 자결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의 사망 1주기를 맞아 한국 사회가 다시 들끓고 있다. 농민들이 1년 동안 지은 벼농사를 갈아엎고 거리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10일 미국을 시작으로 국가별 쌀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93년 UR협상 당시 쌀의 관세화를 '10년 유예'했던 우리 나라는 어떤 일이 있어도 올해 말까지 각 국가들과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농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저항',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수출국들의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 8월 1일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 한국측 대표로 참석했던 최정섭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지난 8월 타결된 DDA 기본골격에 대해 "(우리나라에) 굉장히 불리하거나 나쁜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기본협상이 타결됐다는 의미는 이제 세부원칙 협상이 시작됐다고 받아들이면 되고, 아직 많은 부분이 협상 대상으로 남아있다"고 밝혀 여전히 협상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먼저 내세웠다.

최 정책관은 또 DDA 협상 결과 기본골격에 포함된 ▲관세 상한설정 재논의 여지 ▲새로운 블루박스(Blue Box : 생산제한 직접지불) 도입 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고관세 감축' 원칙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최 정책관은 "우리는 관세 상한설정은 못 받아들인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감품목 확대와 의무수입물량 최소화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등도 협상의 우선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보조금 줄어든다고? 전혀 아니다"

특히 최 정책관은 정부가 '추곡 수매제 폐지' 방침을 이미 밝힌 것처럼, DDA 협상 결과 농가 소득을 지지해 주던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폐지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와 관련해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 정책관은 향후 국내 농업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추곡 수매제도 폐지 등도 이러한 '양정 개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 정책관은 "(정부는) AMS(감축대상보조)를 통해 수매제도를 운영해 왔는데, 수매제도가 한계에 부딪친 것이 분명하다"고 밝히고, "AMS 방식에서 직접지불 방식으로 옮기면 소득안정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수매제도를 폐지하더라도 다른 제도를 통해 농가 소득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최정섭 농업통상정책관과의 일문일답.

- 지난 8월 1일 DDA 협상 기본골격이 발표됐고, 147개국이 합의했다. 일부에서는 우리 나라에 불리한 내용이라고 하는데 정부는 어떻게 보고 있나.
"'DDA 협상'이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다. 기본틀이 8월 1일 타결 됐고, 그 현장에 있었다. 굉장히 불리하다거나 나쁜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우리가 합의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본 골격 협상은 전원 합의 방식이다. 한 나라라도 완전히 반대하면 통과할 수가 없다.

당시 판단하기에 이 정도면 수용 가능하다고 봤다. 그 때문에 다른 146개 회원국과 같이 판단해 합의한 것이다. 이번 내용은 기본 협상이므로 앞으로 협상의 여지가 굉장히 많다. 기본 협상이 타결됐다는 의미는 이제 세부 원칙 협상이 시작됐다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많은 부분이 협상 대상으로 남아있다. 불리한 측면, 유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 우리에게 유리한 부분, 불리한 부분을 예로 든다면.
"관세 상한설정 문제가 협상 대상이고, 새로운 형태의 '블루 박스' 도입이 얘기되고 있다는 것 등은 우리 나라의 농업 정책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고관세 대폭 감소의 원칙 등은 불리하다고 생각할 부분이다. 이 부분은 염려하고 중점적으로 협상해야 할 분야다. 하지만 고관세 대폭 감축 논의가 끝났으면 모르겠지만, 민감한 품목은 배려한다고 돼 있다. 이런 부분을 균형 있게 따져줘야 한다. 아직은 유·불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무조건 불리하다고 하면 어떻게 협상을 하겠나."

"관세 상한설정 철폐가 최우선 과제"

ⓒ 오마이뉴스 이성규
- 관세 상한설정 철폐가 우리가 요구하는 부분인데, 이는 WTO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 아닌가.
"우리는 관세 상한설정은 못 받아들인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시종일관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관세 상한설정을) 못 받아들이는 것으로 주장했다. 그에 동조하는 다른 나라도 있다. 농산물 수입국인 G10그룹이다. 우리와 똑같은 입장에서 관세 상한설정은 못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있다.

WTO에서 관세 상한설정을 못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 등 일부 수출국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관세 상한설정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향후 협상에서 '민감품목'을 늘리고 의무수입물량을 최대한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느 정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나.
"민감품목 규정은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첫째는 민감품목의 선정인데, 이를 각국이 스스로 선정해 통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두 번째는 선정한 품목을 어떤 식으로 취급하느냐다.

우선 자국이 (민감품목을) 선정하는 원칙은 기본틀에 들어있다. 남은 것은 몇 개나 할 것이냐는 협상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됐으면 좋겠지만 협상을 해 봐야 한다. 민감품목의 취급과 관련해서, 민감품목은 관세 인하를 적게 하지만, 그에 따라 TRQ(저율 관세쿼터)를 늘려줘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해서 개방을 한다고 돼 있다. (관세를) 얼마나 줄이면 (TRQ를) 얼마나 늘여야 하는지 계수는 안 나와있다. 가급적 민감품목은 관세 인하에서 우대를 받고 TRQ를 적게 받는, 여기에 목표를 두고 협상할 것이다. 민감품목이 있는 나라가 G10그룹에 많이 있다. 농산물 수출국도 민감품목과 관련해서는 아픈 부분이 있다. 정면 충돌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민감 품목에 주력할 것이다."

- 우리 정부 입장도 민감품목 늘리고, 의무수입물량을 적게 잡는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게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농업 개방은 UR로 이미 시작됐고, 현재 협상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다시 열 것인지가 관건이다."

- 추곡 수매제도 폐지를 농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DDA 기본골격에는 무역왜곡보조 총액감소가 명시돼 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농민들에게 주는 보조금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우려가 큰데.
"전혀 아니다. 무역왜곡보조에는 모두 세 가지가 있다. 우선 AMS(감축대상보조)인데, 우리 정부는 이를 통해 추곡수매를 해 왔다. 두 번째는 '블루박스', 세 번째로는 De minimis(최소허용보조)가 있다.

무역왜곡보조를 대폭 감축한다니 정부가 보조금을 못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블루박스를 전혀 쓰지 않고 있었다. 이번 기본골격 합의로 블루박스 도입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De minimis를 허용 상한선인 10%까지 쓰고 있지 않았다.

무역왜곡보조 축소는 앞의 세 가지를 다 합쳐서 첫해에 총액의 20%를 감축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협상에서 블루박스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전체 농업생산 총액의 5%(1조5000억원)를 새로운 한도로 보조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이 기본틀에 들어있다. De minimis도 살아있다."

"수매제도가 한계에 부딪친 것은 분명하다"

- AMS를 통한 추곡 수매제도를 폐지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이미 농민들 소득을 지지해 주는 방식을 바꿔야 할 정책전환의 필요성은 나왔다. AMS를 통해 수매제도 운영해 왔는데, 수매제도가 한계에 부딪친 것이 분명하다. AMS 방식에서 직접지불 방식으로 옮기면 소득안정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양정 개편은 장기적으로 필요한데, 언제 시작할 것인가는 현재 논의중이다. 정부의 행위에 의해서 협상을 해서 수입 농산물이 들어와서 전체 (쌀) 가격이 떨어지고 소득이 떨어지면 (양정 개편의)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 제도는 AMS에만 의존하면 유지하기 힘들지만, 다른 방식을 택하면 돈이 없어 못 주지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못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보상을 할 것인지는 논의과정에 있다."

- 블루박스는 도입을 한다는 입장인가.
"가능하다면 도입한다. 아직은 기본틀에는 협상대상으로만 남아있지만, 가능하다면 도입 안 할 이유가 없다."

- 구간대별 관세감축이 기본협상에 들어있다. 우리나라는 고관세 상품이 많은데 불리한 제도 아닌가.
"구간을 몇 개로 할 것인지, 구간 내에서는 어떤 감축 공식을 정할 것인지, 어떤 감축률을 정할 것인지가 현재로서는 전부 협상 대상이다. 구간 공식이 들어와 매우 불리하다고 해석하기는 시기 상조다. 민감 품목에 대해 어느 정도 신축성 확보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잘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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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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