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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표지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표지 ⓒ 아침이슬
많은 이들이 진실로 믿고 있던 일들이 누군가의 새로운 시각을 통해 거짓과 위선으로 드러날 때 사람들은 충격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믿고 있던 진실을 전복시켜 버린 그 누군가에게 열렬한 찬사를 보내게 된다(물론 거짓으로 드러남으로써 불이익을 당한 이들은 열렬한 비난을 보내겠지만).

미국의 양심, 지성으로 칭송받고 있는 노엄 촘스키는 진실 찾기에 끊임없이 몰두하는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항상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며 미국 사회의 거짓과 위선에 통렬하게 일갈하는 그의 글은 언제나 신선함과 통쾌함을 준다.

촘스키는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의 교육은 일부 집단이 미리 규정해 놓은 지식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함으로써 기존의 권력구조를 지탱하도록 사회화하는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교사는 권력층에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커다란 이익을 취하는 전문가 집단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그는 또 교육 현장인 학교가 대중의 통제, 지배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는 선전의 도구로 전락함으로써 학생들은 진실을 보는 비판적 안목을 갖지 못하게 되고 이는 국가나 일부 특권층, 언론의 거짓말에 대중들이 휘둘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그 구체적인 현상으로 미국이 제국주의적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제3세계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학살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어도 많은 대중들은 이것이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와 언론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중산층이 소멸되어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어도 대중들은 집단최면에 걸린 듯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오히려 신자유주의를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을 적시하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촘스키의 비판적 시각으로 한국의 교육을 바라보면 어떨까?

군사정권 시절 학교를 다닌 세대들은 잘 알 것이다. 학교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을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암기하게 하여 국가는 절대선이며 개인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존재라고 세뇌했다.

또 박정희의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가르침으로써 불법적인 쿠데타를 정당화했으며, 전두환과 노태우의 광주 시민 학살을 국가전복을 기도하는 세력의 지령을 받은 폭도들을 진압한 것으로 가르침으로써 이 잔인한 학살의 진실을 감추려 했다.

최근 한국의 이라크 파병도 마찬가지다. 석유를 위한 미국의 침략전쟁임이 이미 명백해졌고, 이라크의 많은 민간인들이 잔인하게 학대받고 죽어가는 것을 똑똑히 목도하면서도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파병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여전히 한국의 교육이 국가중심의 극우적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교육의 목표를 "지배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가치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고 자유로운 공동체의 지혜로운 시민을 양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며, 자유와 개인의 창의성을 시민의식과 결합시키도록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교육이 교육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권력집단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촘스키의 비판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촘스키가 말한 교육의 목표를 다시 한번 새겨 볼 때다.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아침이슬(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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