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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미국에 사는 어느 교포가 보내온 편지
ⓒ 박철
인터넷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제 글이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메일을 보내거나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부분 "잘 읽었다. 많은 공감을 느낀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가끔 엉뚱한 소감을 보내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당신 목사 맞아? 하나님을 하느님이라 부르는 사람이 기독교 목사요?"

"글 같지도 않은 신변잡기나 늘어놓고 사람들을 꾀이는 모양인데 웃긴다. 나는 안 속는다. 글을 쓰려면 깊은 수련부터 쌓아라. 그러면 좋은 글이 나올 것이다."

"박철 목사, 종교다원주의자 맞지. 그런 자가 어찌 남을 구원할 수 있겠는가?"


<아빠 돈 좀 줄까요?>라는 제목의 우리 집 은빈이 이야기를 올리자 거의 막말에 가까운 쪽지를 보내온 사람도 있습니다.

"만날 돈타령이군요. 돈에서 초연한 듯한 모습이지만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초라한 모습이 당신의 진짜 모습이죠. 기사마다 궁핍한 생활 내세워 뭐 원고료 구걸이라도 하고 싶은 듯한 모습. 당신의 글 뒤에 숨겨진 진정한 바람 아닐까요. 글을 읽을 때마다 그런 감을 느끼곤 합니다. 매일 돈타령, 돈이 부족해서 힘든 생활을 하는 게 그리 자랑스러운가보죠. 차라리 상업적인 종교 판매가로 나가시든가, 어정쩡한 당신 모습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오네요. 참 불쌍하군요."

또 어떤 사람은 전화를 해서 상담을 요청합니다. 내가 상담을 해 줄 만큼 인격이나 소양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그런 분들은 사설이 길지요. 자기소개를 길게 한 다음 본론에 들어갑니다.

"박철 목사님! 제 남편 친구가 있는데요. 알코올 중독자에다 직장에서 잘리고 지금 폐인이 되었어요. 목사님이 사는 데서 몇 달 요양하면서 목사님 지도를 받으면 좋겠다고 목사님 글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가장 많이 걸려오는 전화는 잡지를 구독하라는 것입니다. 종이신문에 인터뷰 기사라도 실리는 날에는 전화통에 불이 납니다. 어물쩍하다간 낚싯밥에 걸려듭니다.

"목사님, 어제 D신문에 기사 실린 것 잘 보았습니다. 정말 감동적입니다. 한국 사회에 목사님 같은 분이 계셔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제가 목사님한테 '월간○○'를 1년간 구독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잠시 후에 우리 회사 여직원에게 전화가 오면 '1년만 보겠습니다' 그러면 됩니다."

물질로 도와달라는 전화도 많이 걸려옵니다. 솔직히 어느 때는 전화도 끊고 메일도 닫고 '느릿느릿 이야기' 연재도 중단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인터넷신문에 글이 실리는 것을 시시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종이 메이저신문 보다 차원이 낮은 것처럼 생각하고 철없는 애들이 낙서 정도 하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종이신문에 내 글이나 인터뷰가 실리면 축하한다고 전화가 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메일에 욕을 잔뜩 써서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설교나 충고를 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글로 횡설수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에 대하여 잘 아는 것처럼, 그리고 저를 위하는 척하면서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 2004년 7월 13일자 D신문. "작은 것에 귀 기울이자"
ⓒ 박철
그런 걸 다 읽고 들으려면 보통 인내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집요하게 공격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시킵니다.

저는 어쭙잖은 글줄이나 쓴다고 저에 대한 칭찬과 용비어천가를 듣고 싶은 마음이 눈곱 만큼도 없습니다. 그러나 예의에 벗어나는 말이나 글에 대해선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잔머리나 돌리며 식자연하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글이나 말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솔직한 제 마음을 글이나 말로 전할뿐입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영혼을 울릴 만한 글을 쓰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욕을 들을 만큼 글과 말의 공해를 남발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득 낯선 무인도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수많은 감시자들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칭찬은 사양하되 격려를 듣고 싶은 심정입니다.

가을로 가는 길목, 따뜻한 마음이 담긴 엽서나 편지 한 장이 받고 싶습니다.

오늘 오후, 한 일본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일이 왔습니다.

"박철 목사님께. 안녕하세요. 이 메일을 일본에서 보내드립니다. 저는 기무라 히로유키라고합니다. 일본인 남성으로 65세입니다. 한달쯤 전에 우연히 한국 신문에서 <은빈아! 너 옷 좀 입고 외워라>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후 박철 목사님의 에세이를 날마다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저는 3년 전에 40년에 걸쳐 근무한 회사를 정년퇴직한 걸 계기로 한국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 한국말 실력으로는 아직도 올바로 쓰거나 잘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은빈이 이야기는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아이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 왕따, 부모에 인한 박해, 여중생에 인한 친구 살인 사건 등 일본에서도 그런 비참한 사건이 많습니다. 따님이 검게 타고 여름 방학을 힘껏 즐기고 있는 모습은 건강하고 어린이답고 아주 좋습니다. 따뜻한 가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에세이를 기대하겠습니다."

kimura hiroyuki(기무라 히로유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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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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