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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수익성을 이유로 학자금 대출을 중단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국민은행이 수익성을 이유로 학자금 대출을 중단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 허광욱
2학기 대학 등록을 앞두고 K씨처럼 학비를 구하기 위해 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은 많지만, 정작 일부 은행들은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은행들이 학자금 대출을 꺼려하는 이유는 드는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낮기 때문. 200만∼300만원인 학자금 대출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나 2000만∼3000만원을 대출해 주는데 드는 비용이 똑같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적은 학자금 대출은 다루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은행들이 '수익성'만 따지고 '공익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특히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수익성을 이유로 올해 학자금 대출을 아예 끊어버려 학생들로부터는 물론 관련업계로부터도 눈총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이 올해부터 학자금 대출을 취급하지 않게 된 것은 정부가 학자금 대출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초 원래 9.5%(학생부담 4.75%, 정부지원 4.75%)였던 학자금 대출 금리를 8.5%(학생부담 4%, 정부지원 4.5%)로 1%P 하향 조정했다.

그러자 국민은행은 대출 원가에 비해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자금 대출 취급에 난색을 표했다. 이후 국민은행은 교육인적자원부에 "국민은행을 '금고'로 삼아 거래를 하고, 대출 금리의 재량권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와의 절충이 이뤄지지 않자 오랫동안 취급해 오던 학자금 대출을 중단했다.

학자금 대출 금리 내리자 중단... 업계 관계자 "공익성 무시" 비판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1학기에는 정부 제출안(금리 1% 인하)과 은행의 요구사항이 맞지 않아 취급하지 않았고, 2학기 대출은 교육부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은행들이 미리 선정돼 학자금 대출을 다루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익성 문제가 진짜 이유임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학자금 대출이 소액대출인데다 청년실업 증가로 연체율이 10%대로 높아지면서 내부적으로 부실 우려가 커져 중단했다는게 국민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이 같은 해명은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보다 훨씬 규모가 적은 은행들도 '비싼 원가'를 감당하면서까지 학자금 대출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 2학기 각 은행에 배정한 학자금 대출 총액은 모두 3519억원. 현재 농협, 한미, 조흥, 하나 등 중앙은행 4곳과 지방은행 6곳 등 총 10개 은행이 학자금 대출을 해 주고 있다.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들 은행의 태도도 국민은행과는 사뭇 다르다. 농협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이 소액이고 금리가 높지 않기 때문에 다루면 손해를 본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은행이 수익도 내야하지만, 공익적 기능도 무시 못한다는 생각에 경영진이 '손해 보더라도 하자'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은행이 공익적 기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교육부가 금리를 내렸다고 해서 당장 학자금 대출을 그만두는 국민은행의 태도는 당연히 비난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증권선물위원회는 25일 정례회의를 열어 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 국민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5500억원 규모의 회계기준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20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감사인 지정 2년의 제재조치를 내렸다.

이같은 국민은행의 위반 정도는 외부감사 및 회계기준에 관한 규정상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권고가 가능한 중과실에 해당되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회계 기준을 위반하며, 다른 한 쪽에서는 공익성보다는 돈벌이를 우선시하는듯한 국민은행을 보면서 고객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질까. 국민은행은 '국민'의 은행임을 포기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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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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