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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폐기장 건립을 반대한다는 벽화
핵 폐기장 건립을 반대한다는 벽화 ⓒ 강지이
부안은 왜 이렇게 다양한 일들로 시달리는 고장이 되어 버린 것일까? 풍요로운 자연을 끼고 수산업과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서해안의 작은 반도가 하루도 잠잠하고 편할 날이 없다.

부안은 청정한 자연과 함께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시달리는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보여 준다. 내변산의 아름다운 풍광, 내소사 숲길의 향기로움, 모래사장을 끼고 도는 바닷가 마을들의 시원함 등은 오랫동안 부안을 빛내온 천연의 자랑거리이다.

내변산의 아름다운 모습
내변산의 아름다운 모습 ⓒ 강지이
그 자랑거리들과 함께 새만금 방조제 건립으로 인한 갯벌 파괴 문제와 핵 폐기장 건립으로 인한 피해 등이 맞물려 존재하는 부안. 그래서인지 변산반도를 여행하는 내내 언제나 즐거운 마음을 유지할 수만은 없었다. 가슴 아픈 상처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몸뚱아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만금만 해도 그렇다. 방조제 주변의 갯벌에 세워진 장승들은 바다의 생태계를 보존하고자 하는 부안 주민들과 환경론자들의 열망이 담겨 있는 상징물이다. 하지만 이 바다 지킴이들이 서 있는 저 한 편으로 새만금 방조제의 완공 작업이 한창인 이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갯벌을 지키기 위해 서 있는 많은 장승들
갯벌을 지키기 위해 서 있는 많은 장승들 ⓒ 강지이
환경 보존을 기원하여 향을 묻었다는 매향비
환경 보존을 기원하여 향을 묻었다는 매향비 ⓒ 강지이
게다가 새만금 방조제 건립 기념관까지 세워져 방조제 건립의 의의를 역설하고 있으니 세상은 항상 자연적인 것으로부터 인위적이고 파괴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가 보다. 그렇다고 하여 그냥 모든 것을 인위적으로 생성하고 자연을 무시하면서 살 순 없지 않은가.

부안의 여러 가지 대립 문제를 보면서 우리는 역사 속의 한 대결 구도를 느끼게 된다. 자연을 보존하는 것과 새로운 것을 설립하는 문제, 이 두 가지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는 없는 걸까? 왜 우리는 꼭 '파괴'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 하는 것일까?

2000년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는 제5회 풀꽃상을 갯벌을 지키는 백합 조개와 갯벌 보존을 위해 소송을 건 어린이들에게 수여했다. 새만금 갯벌에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갯벌이 지니는 소중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작은 나무팻말에 남겨져 있다.

"갯벌은… 해일과 태풍이 오기 전에 모든 생명체에게 재해의 예감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자연의 파괴력을 완화시키기도 하는, 은혜로운 땅입니다. 그러나 갯벌가치에 대한 무지와 오판으로 인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갯벌 생명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바다를 지키고 서 있는 장승
바다를 지키고 서 있는 장승 ⓒ 강지이
환경론자들이 그토록 반대하던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반대는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와 같은 무지와 오판을 계기로 하여, 앞으로 생겨나는 모든 인공적 건축물들에 대해 '환경적 조명'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실수와 오판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안 이야기를 통해 이런 마음가짐을 새긴다면 이제 또 다른 새만금 방조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변산반도의 내소사 전나무 숲길과 채석강만 아름답다고 여길 것이 아니라 이곳에 존재하는 환경 파괴와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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