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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검찰개혁을 위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검찰에 대한 외부통제 움직임에 대한 방어적 차원의 궁여지책(窮餘之策)일까.

검찰은 지난 달 6일 '인권존중을 위한 수사제도·관행 개선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검찰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공언한 뒤 지난 20일에는 '공안자문위원회'를,17일에는 '감찰위원회'를 잇따라 발족시켰다.

일단 표면상으로 볼 때 외부인사의 참여를 꺼려하던 검찰 스스로 개혁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와는 달리 45일 만에 3개 위원회를 발족시킨 것은 극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3개 위원회에 위촉된 위원 중 일부는 2개 위원회에 중복으로 위촉된 사람도 있어 검찰이 투명성 제고를 통한 국민신뢰회복이라는 명분 아래 졸속으로 위원회를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 위원회의 역할과 출범배경을 들여다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검찰에 대한 외부통제 움직임에 대한 사전 방위 차원의 궁여지책이 아닐까 하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출범한 '인권존중을 위한 수사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의 경우 강압적 수사와 자백강요 수사 등 수사상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데도 "신장된 국민의 인권의식에 발맞추어 검찰의 수사제도와 관행을 고쳐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검찰은 출범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그러면서 "이 위원회가 △수사과정에 변호인 참여 확대 △수사과정에 녹음·녹화 등 수사기법의 과학화 추진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관행 개선 등 인권존중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방안을 세세한 부분까지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대선자금' 비리수사로 상한가를 달리던 검찰이 검찰조사를 받던 사회 저명인사들의 잇따른 자살로 '검찰이 강압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과 압박을 받은 것이 출범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닻을 올린 '감찰위원회'의 경우도 검찰은 "내부감찰은 성격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감찰의지와 성과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검찰공무원 비위에 대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해 '봐주기식' 감찰이라는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찰권 이양문제는 법무부와 검찰 간 언제나 뜨거운 감자로 특히 강금실 전 장관 재직시절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던 부분이며 자문위 설치도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인데 강 장관이 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설치된 것은 신임 장관과의 감찰권 이양 논란에 대한 불씨를 제거하겠다는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일 '공안자문위원회' 설치에 이르러서는 검찰의 방위적 자세가 아니냐는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검찰은 "공안 업무 전반에 대해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공안업무에 최대한 반영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궁극적으로 공안업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데 설립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두율 교수가 항소심에서 풀려나자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특히 지난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주최한 '검찰, 공안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한목소리로 "공안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자문위 설치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들 3개 위원회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이라는 역학관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비처 신설의 핵심은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부정부패비리조사와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것으로 압축된다.

검찰로서는 고비처에 기소권을 줄 경우 검찰의 위상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론은 이와 반대로 기소권 부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위기의식이 자정 정화 차원의 검찰개혁방안으로 자문위를 설치하게끔 만드는데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회 저명인사들의 잇따른 자살에 따른 '인권존중을 위한 수사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송두율 교수와 민변 공청회의 공안부 폐지 주장에 따른 '공안자문위원회', 감찰권 이양 논란의 사전정지작업과 자체 감찰기구 이외의 기관으로부터의 감찰은 물론 기소를 당하는 부담에 따른 '감찰위원회' 등 일련의 검찰 자문위 설치는 결국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여론의 공세수위를 낮춰보겠다는 방위적 차원의 고도의 심리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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