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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다보면 평소에 방문을 열어 놓고 지내기 때문에 가끔 벌들이 출연합니다. 잘못 건드렸다간 큰일 나는 수가 있으니 그럴 때는 가만 놔두는 것이 상책입니다. 요 며칠 전에는 현관문에 말벌들이 벌집을 짓고 들락날락하는데, 아침에는 빌빌거리지만 한낮에는 기운차게 움직이고 저녁이 되면 집으로 들어가 꼼짝하지 않습니다.

가끔 확대경으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접사렌즈로 벌의 움직임을 찍어 보기도 합니다. 벌집의 기하학적인 집의 형태를 보면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기한 것은 대낮에도 벌집을 비워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꼭 한 마리가 교대로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 박철

오늘 새벽 1시쯤이었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깊은 잠에 잠겨 얼핏 꿈을 꾸고 있었는데 손바닥에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느낌이 들어 홱 하고 집어 던졌지요. 그러자 긴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아 눈을 떠보니 벌에 쏘인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아프던지 자다가 일어나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곤하게 자는 아내도 깨우고 좀 어떻게 해보라고 하자 얼음으로 찜질을 하고 벌에 쏘인 왼손 넷째 손가락에 된장을 붙여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고통이 맥박 뛰는 숫자대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20여일 전쯤, 아내도 말벌에 오른 팔을 쏘여 아프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고, 나는 못 본 척 했고 속으로 무슨 엄살이 저리 심할까 생각했었는데, 이제 내가 똑같은 고통을 당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너무 아파서 저절로 하느님께 기도가 나왔습니다.

“하느님, 너무 아픕니다. 아픈 정도가 아니라 아이고, 죽겠습니다. 손가락이 벌에 쏘였으니 어떻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 있겠습니까? 곧 밭일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아파서 어떻게 합니까?”

10년 전에도 오른쪽 둘째손가락을 말벌에 쏘여 나중에 손톱이 빠질 정도로 고통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컴퓨터가 없었지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매일 손가락을 사용해야 하는데 꼬박 한달 동안 생손을 앓았습니다. 손가락에 진물이 나오고 허물이 벗겨졌습니다. 그때도 너무 아프고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기도회 시간에 교인들이 다 가고 마룻바닥에 앉아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빨리 붓기도 빠지게 하시고 낳게 해주십시오. 글을 못 쓰게 되었으니 설교준비를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미치겠습니다. 고쳐주십시오.”

기도를 마치고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 미처 손을 빼지 못하고 문을 꽝 닫았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오른손 둘째손가락이 문에 끼고 말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으악!’하고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그런데 퉁퉁 곪았던 손가락이 터져서 고름과 진물이 한없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상처가 곧바로 아물었습니다. 하느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신 것인지 저절로 나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박철
나는 지금 고통이 어지간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 아내가 벌에 쏘여 고통을 호소했을 때 나는 무관심했습니다.

괜한 엄살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내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고통을 당했을 때, 또는 그 아픔을 호소할 때 자칫 무관심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고통을 당하게 되면 남들이 내 아픔을 몰라준다고 서운하게 생각합니다. 새벽 1시, 나는 느닷없이 벌에 쏘여 데굴데굴 구르면서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군가 말벌에 한방 쏘였다고 무얼 그리 호들갑이냐고 생각하신다면, 어디 말벌에 한방 쏘여 보십시오. 그러면 이 심정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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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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