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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균 악장
목성균 악장 ⓒ 권윤영
"전통을 지킨다는 자긍심이 제 국악인생의 밑거름이랍니다."

14살 때였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목성균 악장(52)이 국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는 지난 1966년 국립국악원 부설로 운영되던 국악사 양성소 12기생으로 들어갔다. 6년제로 운영되던 그곳은 국립국악고의 전신.

어린 나이의 그가 특별히 음악에 뜻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국악을 전공하는 형의 영향을 받아 목 악장 역시 자연스레 국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떤 운명의 이끌림과도 같았다.

그의 전공은 피리. 피리는 조그맣지만 꿋꿋한 소리를 낸다. 맑고 부드러운 그 소리에 매력을 느껴 전공으로 선택한 것. 그때부터 제대로 된 피리소리를 만들기 위한 그의 고행이 시작됐다.

국악사 양성소에서는 매년 신입생 40명을 선발하지만 6년 과정을 거치면서 중간 탈락자가 속속 생겨났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음악을 해서는 경제적으로 고생한다는 이유 등으로 그만두는 학생들이 늘어갔고 결국 그의 동기 40명 중 27명만이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72년에 졸업을 했지요. 하지만 졸업한다고 능사는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국악 수요가 상당히 부족했습니다. 졸업한 뒤 전공을 살려 진출할 수 있는 곳도, 국악과가 개설된 대학도 몇 곳 없었으니까요."

졸업반이 되자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6년간 음악을 해오던 그에게 전자공학이라는 학문이 적성에 맞을 리 만무했다. 또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에 봉착한 그는 군대에 입대했고 육군본부 국악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의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한마디로 외도를 한 셈이죠. 영화필름 현상소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10여 년 간 안 해 본 일 없이 살다가 86년 2월에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의 오디션을 통과해 단원으로 오게 됐습니다. 드디어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10여 년 공백이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자신의 열정을 쏟은 일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 물론 다시금 제 실력을 되찾은 데는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연습에 연습을 매진해 피리 고유의 음을 되찾았다.

한 동안은 마음고생 또한 심했다. 10여 년 공백기간에 대한 후회와 일찍부터 이 분야로 방향을 잡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이곳에 몸 담은 지도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현재 국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그다.

지금도 사정이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가 입단했을 당시에는 굉장히 열악한 실정이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거니와 국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부족했다. 이것을 그는 우리 문화를 지켜낸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현재 악장을 맡고 있는 그의 철학은 '합주는 단지 모여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합쳐지지 않으면 될 수 없다'는 것. 단원들에게도 "인화가 잘돼야 좋은 음악이 된다"고 강조한다.

"우리 국악원은 전통음악과 창작음악의 비중을 50 대 50으로 합니다. 국립국악원 외에는 우리처럼 정통 국악을 추구하는 곳이 많지가 않아요. 전통 없이는 창작이 안 되는 법 아니겠어요. 그래도 시민, 젊은층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서양악기를 국악에 접목시키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평생 국악사랑으로 살아온 그에게는 교향악단에 비해 국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국악을 세계적인 가치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우리 음악을 사랑하고 자주 접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 국악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목 악장은 자신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 음악을 직접 듣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듣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들으면 감동을 받게 돼있어요. 현장에서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TV에서 국악이 흘러나오면 채널을 바꾸게 되는 것이죠. 직접 들어본다면 국악 연주장면이 나와도 채널을 바꾸지 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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