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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몸은 불편해도 시를 통해 세상을 노래합니다.”

알아듣기 힘든 어눌한 말투, 가누지 못하는 손과 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밥을 먹는 것조차 어려운 김성인(44)씨. 뇌성마비 장애 1급인 그에게 세상은 혹독하기만 한 시련이었다. 컴퓨터를 알게 되기 전까지는.

태어나면서부터 장애인으로 태어난 그는 손을 사용하는 일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힘겹게 오른 손 하나만을 이용해 키보드를 두드리고 글을 쓴다. 하지만 그도 어엿한 시인이다.

“시는 지난 88년 성당에 다니면서부터 쓰게 됐어요. 무엇인가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됐는데 점점 발전해 시가 되더군요.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저장 돼 있는 작품만으로도 그 양이 꽤 됩니다.”

그는 어렵게 한 글자씩을 입력해 시를 쓴다. 생각나는 대로 연필 가는 대로 시를 쓰는데 하느님과 자신의 이야기, 때로는 주변 사물들의 이야기를 소재 삼아 표현하곤 한다. 정식은 아니지만 시집도 2권이나 냈다.

시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자신처럼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도 하느님이 준 고귀한 생명이라는 것’. 언젠가는 정식으로 시집을 한 권 내고 싶다는 꿈을 마음속으로 늘 품고 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그에게 컴퓨터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줬다. 시를 쓸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라는 뜻으로 신부님의 허락 하에 가톨릭장애인선교회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 권윤영
“8년 전에 성당 수녀님이 286 컴퓨터를 구해 주셨어요. 내가 연필을 잡고 힘들게 글을 쓰는 모습을 보고는 컴퓨터를 배워서 쉽게 글을 쓰라고 말이죠. 그 당시의 컴퓨터는 용량이 작고 속도가 엄청 느려서 한 글자를 입력하는 데만도 한참씩 걸렸답니다.”

그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도 오래 사용한 것이지만 새 컴퓨터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그나마 연필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편하기에 사용하고 있는 것.

아버지가 어린 시절 일찍 돌아가시고 현재는 어머니 송봉림(79)씨와 단 둘이 살아가는 김씨. 79세인 노모가 그의 수발을 다 들어준다. 어머니는 이제 아들 눈빛만 봐도 그가 뭘 원하는지 다 안다고. 다른 사람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의 말소리도 어머니만은 언제나 알아준다.

일을 할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가 일을 나가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고달픈 인생이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다. 어머니도 연로해 잔병이 많아졌다. 현재 이들 가족의 생활비는 장애인 보조금으로 나오는 30여만 원이 전부.

“어머니. 이 불효한 자식을 용서하세요.”

김씨의 말에 어머니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아들이 대견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돈을 벌기위해 집을 자주 비웠기에 혼자 컸어요. 뒷바라지를 못해줘서 마음이 아플 뿐이죠. 프린터나 컴퓨터를 좋은 것으로 사줄 수도 없는 형편이고요.”

지난해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하기도 한 어머니는 아들 생각에 마음이 항상 아프다. 그래도 이 각박한 세상,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기에 어머니와 김씨는 지친 어깨를 기댄다.


예전에 나는

예전에 나는 음악이 좋아
작곡가(作曲家)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음표하나,
쉽표하나 가르쳐 줄 선생님이 없었다

세상을 알고 싶었지만
세상을 알 기회가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용케 글을 깨우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한글 몇 자,
한문 몇 자,
알파벳 몇 자…
이것으로 글을 썼다
시를 썼다

2002년 9월 21일 김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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