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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종료 열흘을 앞둔 한마음금융의 시한 연장 여부가 금융업계의 고민이 되고 있다. 한마음금융 홈페이지.
시한 종료 열흘을 앞둔 한마음금융의 시한 연장 여부가 금융업계의 고민이 되고 있다. 한마음금융 홈페이지. ⓒ 한마음금융
"시한을 종료하자니 실적이 적고, 연장하자니 도덕적 해이가 걱정되고…."

신불자 구제를 위해 출범한 배드뱅크(한마음금융. www.badbank.or.kr)가 오는 20일 활동시한 종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배드뱅크는 모두 180만명에 이르는 신청 대상자 중 40만명 구제를 목표로 지난 5월 20일 '3개월 시한'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현재 채무조정을 신청해 신용불량 해제 대상이 된 사람은 모두 8만6000여명. 여기에 대부승인을 받고 선납금을 납부할 예정인 사람을 합쳐도 10만600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히 수치 비교를 한다면 목표치의 4분의 1밖에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업계와 정부 일각에서는 배드뱅크의 시한을 3개월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신불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를 크게 우려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목표치의 4분의 1 달성... 고민 빠진 배드뱅크

시한을 연장하자는 쪽은 배드뱅크가 애초 목적에 맞게 좀 더 많은 신불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특히 배드뱅크 쪽에서는 시한이 짧아 홍보가 어려웠다는 점과 8월 들어 배드뱅크 신청자수가 크게 늘고있는 점 등을 들어 신불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완호 한마음금융 이사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배드뱅크 구제 대상자 180만명 중 54% 정도가 배드뱅크를 모르고 있었다"며 "이들은 배드뱅크 자체를 몰랐다기보다는 자신이 구제 대상이 되는지 모르고 있었거나 아예 관심을 안 가졌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반 이사는 또 "한 예로 인터넷으로 배드뱅크에 회원가입한 사람들이 19만여 명인데, 이들 중 10만명도 아직 대부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전체 대상자들 중 50%가 모르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상자들이 배드뱅크를 잘 모르는 이유 중 하나는 짧은 기간 내에 이들의 소재 파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드뱅크는 종료 시한 만료를 열흘 앞두고 대상자들에게 DM이나 TM, 이메일 발송 등 적극적인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8월 들어 신청자가 늘어난 것도 한편으로는 '시한 연장'을 주장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달 하루 평균 1500명 정도였던 대부 신청자들은 8월 들어 평균 2300명 선으로 늘어났다. 정부도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배드뱅크의 시한 연장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6일 오찬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드뱅크) 신청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총리는 "배드뱅크 운영기관에 모든 것을 맡겼기 때문에 연장 여부도 그쪽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전제를 뒀다.

금융업계도 시한 연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11일쯤 배드뱅크 협약사 이사회가 열려 시한 연장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시한 연장을 위해서는 620개 협약사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고, 일부에서는 시한을 연장하게 됐을 때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애초 대상자가 180만명으로 한정됐고, 다른 조건은 변함없이 시간적 기회만 좀 더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힘 실리는 '연장론'...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려 목소리

이처럼 '시한 연장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지만, 배드뱅크 협약을 맺고 있는 금융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한을 연장할 경우 신불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게 되고,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배드뱅크를 담당하고 있는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배드뱅크 외에도 신용회복위가 있고, 오는 9월 23일부터는 개인채무회생법도 시행되는데 구태여 시한을 연장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3월 배드뱅크 출범 직전 언론 보도를 보면 모두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보도했는데 여기서 연장한다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게 된다"며 "신불자들은 그들대로 '버티고 보면 나중에 기회가 또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정부 정책은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드뱅크 주관사인 LG투자증권 관계자도 "업계에서 배드뱅크 시한 연장을 논의하더라도 미리 밝히지는 못할 것"이라며 "시한을 연장하겠다는 발표 자체가 채무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해 시한 연장에 따른 도덕적 해이 우려를 나타냈다.

반완호 한마음금융 이사도 이같은 우려에는 동의하고 있다. 반 이사는 "8월 들어 신청자가 늘어난 것은 5월에 신청하나 마감시한에 맞춰 8월에 신청하나 마찬가지인데 소득도 없는 상태에서 굳이 빨리 신청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한을 연장하면 (신불자들은) 기다리면 더 좋은 제도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면서 "연장을 하더라도 너무 억지로 (배드뱅크 대부를) 신청하게 한다면 한마음금융의 재부실을 불러오고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처럼 '시한 연장'에 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활동 시한을 불과 열흘 남겨둔 배드뱅크에는 앞으로 약 1만5000명이 더 대부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이 모두 대부승인을 받을 경우 배드뱅크는 3개월간 최대 11만5000여명을 구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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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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