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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마을 행사가 올해로 여덟번째입니다.
예술과 마을 행사가 올해로 여덟번째입니다. ⓒ 구동관
조용한 농촌 마을이 심상치 않다. 마을 초입, 국도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곧게 뻗은 길에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신기한 것이 서 있다. '개구리 지나가는 횡단보도'임을 나타내는 표지판이었다. 마을로 들어서서도 그런 표지판 만큼이나 신기한 것들이 많다. 어떤 것은 마을길에, 어떤 것은 논이나 밭, 아니면 개울에 서서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마을 입구부터 마을까지의 곧은 길에 "개구리 횡단 구역"이 있습니다. 조심 운전하세요.
마을 입구부터 마을까지의 곧은 길에 "개구리 횡단 구역"이 있습니다. 조심 운전하세요. ⓒ 구동관
그 마을이 충남 공주시 신풍면 원골마을이다. 그 곳에서는 마을 주민과 초대 작가가 함께 참여하는 '예술과 마을' 야외 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달 30일 시작된 그 행사에 작품을 낸 사람은 126명. 그 중 마을 주민이 76명이란다. 그 정도면 작은 시골 마을의 주민 대부분이 참여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초대 작가의 작품도 50점이나 된다. 하지만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무엇이 마을 주민의 작품인지 무엇이 초대 작가의 작품인지 쉽게 알 수가 없다.

마을 아스팔트도 마구 밟지 마세요. 길에 나비가 날고 있기도 해요.
마을 아스팔트도 마구 밟지 마세요. 길에 나비가 날고 있기도 해요. ⓒ 구동관
졸졸졸 물이 흐르는 개울 위에도 작품이 만들어졌어요. 초대작가 작품인 "거미집"이랍니다.
졸졸졸 물이 흐르는 개울 위에도 작품이 만들어졌어요. 초대작가 작품인 "거미집"이랍니다. ⓒ 구동관
하긴 마을 주민과 초대 작가의 작품을 가리는 일은 무의미한 일이다.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무엇이 작품이고 무엇이 일상 생활의 소품인지도 알 수가 없다. 자연도 작품이고, 마을 주민들의 삶도, 생활도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의 설치를 위해 그 마을을 찾은 초대 작가들도 그곳의 자연에 녹아들며, 그곳을 둘러보는 여행객도 그 자연에 함께 스며든다.

솟대도 예사 솟대가 아니랍니다. 무엇이 다른지 잘 살펴 보세요.
솟대도 예사 솟대가 아니랍니다. 무엇이 다른지 잘 살펴 보세요. ⓒ 구동관
그런 마을을 돌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얼마나 많은 예술적 재능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그 분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얼마나 아름답게 가꾸어 왔는지 느낀다. 더하여 예술이 우리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예술이 어려운 것이 아님도 알게 된다.

담장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그 앞에 화단에는 화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담장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그 앞에 화단에는 화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 구동관
밭에 커다란 잠자리가 앉았어요.
밭에 커다란 잠자리가 앉았어요. ⓒ 구동관
혼자 다녀왔지만 그 곳에서 찍어 온 사진들을 정리하며 문득 아이들과 손잡고 그 곳을 찾고 싶어졌다. 미술 숙제가 있을 때마다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아들 녀석에게 그 곳의 작품들을 보여 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물론, 한나절 마을을 돌아 보고 주민들의 작품을 보는 것으로 미술이 쉽게 즐거워지지는 않을 테지만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보면서 예술에 대한 폭은 넓힐 수 있을 테니까.

초등학생들도 예술가에요. 딱지로 멋진 작품을 만들었네요.
초등학생들도 예술가에요. 딱지로 멋진 작품을 만들었네요. ⓒ 구동관
올해로 벌써 여덟번째인 '예술과 마을'의 시작은 1998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주에서 국제자연미술전을 열고 있던 미술인 모임 '야투(野投)'가 원골마을에 들어와 우리 전통의 혼과 얼이 살아 숨쉬는 농촌에서 직접 예술을 창조해 보려 했다. 그들의 행사에 조금씩 참여하기 시작한 마을 주민들은 2000년부터는 직접 행사를 주최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의 작품에는 허수아비가 많았어요. 이 작품도 멋지지요. 작품제목이 "참 내가는 아줌마"랍니다. 물론 주민 작품이고요.
주민들의 작품에는 허수아비가 많았어요. 이 작품도 멋지지요. 작품제목이 "참 내가는 아줌마"랍니다. 물론 주민 작품이고요. ⓒ 구동관
'예즉농(藝卽農) 농즉예(農卽藝)'인 원골마을. 오는 8월 20일까지 전시가 이어지는 그 곳에서는 삶의 나날도 예술이 되고, 조용한 농촌 마을로 여름 휴가를 떠나온 여행객의 발자취도 예술이 된다.

이 곳이 바로 원골마을입니다.
이 곳이 바로 원골마을입니다. ⓒ 구동관

원골마을 여행 정보

대중교통
충남 공주까지 고속버스나 시외버스(서울에서 공주까지 1시간 30분 소요. 고속버스 4900원, 시외버스 6000원)를 이용한 뒤 공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예산 방면 시외버스를 이용 신풍에서 내린다(30분 소요, 어른 1800원).

승용차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다가 천안을 지나 천안-논산 고속도로로 갈라진다. 공주 나들목으로 나간 뒤 예산 방면 32번 국도를 따라가면 신풍면 소재지가 나온다. 신풍면 소재지로 진입하지 않고 외곽도로를 따라가면 애드벌룬이 떠있고 커다란 현수막이 '예술과 마을'임을 알린다.

식사와 숙박
식사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간이 식당(야외)이 있다. 국수나 빈대떡 등을 먹을 수 있다. 숙박은 민박도 가능하지만 공주시의 숙소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주변 관광지
백제의 옛 도읍이었던 공주에서 백제의 자취를 돌아 보는 것도 즐겁다. 금강과 접해 있는 공산성이나 국립공주박물관,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 등과 연계가 가능하며 계룡산 등산을 다녀온 뒤 마을을 찾는 것도 좋다. 신라 때 세운 사찰인 마곡사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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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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