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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 ⓒ 이태욱
사람들은 흔히 '학생이 품행이 매우 좋아졌다' 또는 ‘개과천선했다’라고 하면 하루아침에 불량학생이 모범생으로 바뀐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대체로 세상의 일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모든 게 금방 좋아지고, 금방 고급이 되는 게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학교에 잘 나오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착실하게 행동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가출을 해버린다. 이 학생도 마찬가지이다. 이 학생의 가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학생들이 가출하자고 하면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 버린다.

보통 학생들은 여자문제, 가정문제, 금전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가출을 하지만 이 학생은 이유가 별로 없다. 이유라면 친구가 가출하자해서 했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이 학생의 가출은 다른 녀석이 오래 버티면 오래되고, 며칠 만에 잡혀오면 며칠이 되는 것이다.

부모님이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집에 별로 미련이 없으니 새가 둥지를 털고 날아가듯 달아나 보지만 얼마 못가서, 갈 데가 없어서 잡혀오는 게 그의 처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학생이 가출하면 부모들은 안절부절못하여 학교나 선생님들께 닦달을 하지만 닦달을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의 가출에는 일반적인 패턴이 있다. 대체로 가지고 나간 금액과 날짜는 비례한다.

그들이 가출을 하면 독립 운동하듯 굳은 결심을 하며 아르바이트 등의 일을 하며 오랫동안 버틸 것이라고 계획한다. 찾아오지 못하도록 되도록 멀리 도망을 가 보지만 실제로 세상에 나가보면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엄마가 해준 밥만큼 따뜻한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법이다.

가출 학생을 채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인건비나 착취하려고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실컷 일만 하고 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가지고 나간 금액이 다 떨어지면 그때부터 배를 곪기 시작한다. 더러는 새벽에 남의 집 우유라도 훔쳐 먹어가며 버텨 보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이 때쯤 되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연락도 오게 되어있고 심지어는 집 주위에 와서 잡아달라는 듯 배회하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서 행동을 개시해야 한다. 배를 너무 곪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냥 놓아두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친구의 것을 얻어먹다가 그것도 부족하면 도둑질이나 약한 학생들의 금품을 갈취를 하게 되어있다.

충분히 교육이 되었다 싶을 때 잡아오면 이것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참 모습의 인생을 배우고 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나가라고 해도 안나가는 법이다. 이번에는 이 학생이 제법 오래 버텼다. 그 덕택에 홀쭉해 졌다. 고생을 많이 하였나 보다.

“출가하느라 고생했으니 보약을 많이 해 먹여야 겠습니다.”

엄마도 반쪽이 된 아들이 안쓰러운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었는지?”

하면서 눈물을 머금는다. 이제는 이 녀석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 보니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 하나보다.

실업고 학생들은 칭찬을 많이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경우가 많다. 가정이 대체로 어렵다보니 먹고 사는데 급급하여 당장 먹고사는 일 외엔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들도 표현을 잘 할 줄 모른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 이 말의 위대성에 대해서는 오랜 교직생활 중에 충분히 느꼈다.

그래서 아주 조그마한 일이라도 잘한 것이면 칭찬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사실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지만 못하는 녀석이 무얼 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든가? 한번 잘 하면 두 번 잘하기 쉽다.

아닌 것을 가짜로 만들어서 칭찬을 해 줄 수는 없으니 정녕 칭찬할 일이 없으면 ‘너는 뒤통수가 예쁘구나’라는 말까지도 만들어 본다.

이 녀석은 가출하고 한참 후에 돌아왔으므로 벌 청소를 해야 한다.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을 주지 않으면 죄를 권장하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그 대신 청소라도 열심히 하면 칭찬은 마구해 준다. 가끔 농땡이들도 청소를 잘 할 때가 많다. 그 역시 진심으로 칭찬해 준다. 청소를 잘한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은 일제시대때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투옥도 되고 하신 분인데 그는 청소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어느 날 복도를 지나가다 공부를 중시하는 선생님들에게 ‘공부가 무엇이 중요하나 청소가 중요하지’라는 말을 듣고 어린 마음에 ‘무슨 그런 말이 있는가?’ 하고 의아해 한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청소란 바깥만 청소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마음도 같이 청소하기 때문이다.

말썽을 일으키는 녀석들이 청소라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칭찬을 해 줄 텐데, 미운 녀석들은 대체로 청소를 시켜 놓아도 미운 짓만 골라 하니 그게 문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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