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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와 주택이 밀집해 있는 대구시 동구 효목동의 한 골목길,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와 재활용 폐기물이 서로 뒤섞여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상가와 주택이 밀집해 있는 대구시 동구 효목동의 한 골목길,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와 재활용 폐기물이 서로 뒤섞여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 평화뉴스
대구시 동구 효목동의 40대 김모씨는 최근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얼마전부터 집 앞 전봇대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집 앞에는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는 물론 재활용품인지 아닌지 구분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쓰레기가 계속 쌓이고 있다.

김씨는 "그 동안 잘 수거되던 쓰레기가 며칠 전부터 계속 쌓이고 있어, 악취와 벌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골목 전체가 쓰레기 투성이로 변할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북구 산격동의 우모씨 역시 같은 상황이다. 우씨는 "동네에 쓰레기 분리 수거함이 없어 플라스틱과 캔, 병 등을 비닐봉투에 각각 따로 담아서 내놓으면 항상 수거해갔는데, 이젠 이런 재활용 폐기물조차도 수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동구청과 북구청에는 최근 며칠 사이 이런 내용의 항의 민원이 하루도 빠짐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그 동안 잘되던 쓰레기 수거가 갑자기 잘 안 되고 있다는 내용인데, 환경미화원들이 규격봉투를 사용한 쓰레기만 가져가고 그 밖의 쓰레기는 방치하고 있어 근처 주민 피해가 심각하다.

이는 7월 15일 달서구 한 청소용역업체가 돈을 받고 쓰레기 불법투기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구시 8개 구·군청이 이런 의혹을 없애기 위해 지난 8월 1일부터 비규격봉투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신 비규격봉투임을 표시하는 스티커를 쓰레기에 붙여 계도한 후 4, 5일에 한 번씩 이를 지연수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지연수거가 시작되자 불법투기가 다른 구보다 많은 동구와 북구 주민들의 피해가 날마다 늘고 있고, 특히 구청의 홍보 미흡으로 구민들의 인식이 부족해 불만과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비규격봉투에 담아 내놓던 병과 캔,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까지 불법 쓰레기와 함께 투기지역에 방치돼 부피가 더욱 커지고 있다.

동구청 환경청소과 권응석 과장은 "비규격봉투 쓰레기 수거를 5일째 미뤘는데, 불법투기를 한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스스로 반성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더 이상 이 상황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고 내일은 기존에 하던 대로 모든 쓰레기를 수거하고, 쓰레기와 섞여있던 재활용품 역시 모두 수거하겠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또 "이전까지는 불법 투기된 쓰레기도 주민의 불편을 생각해 모두 수거했지만, 이제는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불법투기를 막아야 한다"면서 "구청도 정책에 대한 보완과 주민홍보를 계속 해야겠지만, 구민들도 하루 빨리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비규격봉투 쓰레기 지연수거는 4, 5일을 주기로 계속 실시되고, 재활용 폐기물은 규정대로 재활용 분리함에 넣거나 재활용 수거차량이 왔을 때 내놓아야 수거가 된다.

한편 대구시가 지난해 대구지역 8개 구·군의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 건수를 조사한 결과, 동구가 1281건으로 가장 많았고, 북구가 1088건으로 다음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남구와 서구, 달서구는 그 절반 가량이었고, 수성구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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