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자료사진)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소련의 독재자(1879∼1953) 스탈린의 장례식장에서 그의 딸(스베틀라나 알리루예바)이 식장에 모인 정치인사들을 상대로 이처럼 연설했다고 한 일본서적을 인용해 말했다. 이 의원은 "유신시절 감옥에서 지낼 때 읽은 책의 한 대목"이라며 아버지 과오와 관련 스탈린 딸의 처신에 감동을 표했다.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철저한 대립각을 세워오던 이재오 의원은 '박 대표가 과거를 깨끗하게 털고가야 하는 이유'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헌정중단의 장본인이 뭐 할말 있냐고 협공이 들어오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의원은 "유신독재로 가족이 파괴된 사람, 정신질환자, 불구가 된 사람들, 민주인사들의 후세들이 사회에 수없이 많은데 그들이 증거를 들고나오면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차례 억울한 투옥·고문...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나 하나뿐이겠나"

이 의원은 5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유신독재 시절 세 차례나 감옥에 투옥, 고문경험을 털어놓으며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나 하나뿐이겠나"라고 말해 박근혜 대표의 과거청산 의지를 문제 삼았다.

박 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지난 20년간 사과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은 그렇게(반성과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대국민 사과의 형식에 대해서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 의원은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군사쿠데타세력, 언론·인권탄압, 정경유착, 광주학살 등 모든 역대정권의 과오를 안으로 (안고) 있는 당으로 비춰진다"며 "오히려 보수=부패세력이 돼 보수를 욕보이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2번에 걸친 대선 실패를 강조, "이회창 전 대표는 (아들 병역비리라는) 개인 문제로도 그랬는데 박 대표는 역사적인 문제 아닌가"라며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털고가야 국민이 원하는 건전한 보수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 대표의 성장환경을 언급하며 쿠데타·유신권력의 핵심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살아온 삶이 가치관을 형성하지 않느냐"라며 "박 대표는 10살 소녀시절 5·16 군사쿠데타로 청와대 입성, 유신독재가 끝날 때까지 20년 가량을 쿠데타 유신권력의 한 가운데서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농민의 아들인 나와 청와대의 공주로 성장한 박 대표와의 사물을 보는 차이는 인정한다, 하지만 역사를 보는 눈은 다르지 않아야 한다"라며 "살아온 이력이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재적, 유신적 발상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당의 1인자가 그렇게 나오면 한나라당=쿠데타 세력이 된다"며 "한나라당이 자칫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대표의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20년동안 쿠데타·유신권력의 한복판서 성장"

박 대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 "군사정권에 의해 뺐긴 것"이라고 장학회 인수과정을 부당한 강탈로 단정하며, 매달 장학회 측으로부터 1100만원에 달하는 월급을 받은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의원은 "공익법인이라면 그 월급도 장학금으로 돌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걸 왜 받아왔나"라며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월급을 반납해 당대표로서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이야 (박 대표가) 인기가 좋아 당장의 국면은 넘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서 검증 안하고 외부의 공격만 막다보면 다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 정부여당, 그리고 각계각층에 유신을 경험한 사람이 깔렸는데 가만있겠나. 그런 공격을 방어하다보면 당은 사라지고 대표 개인의 보호당이 된다. 과거회귀정당이 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로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야 한다"며 박 대표가 자신의 과거와 보다 냉정하게 거리유지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시간 반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유신잔재의 청산이 왜 필요한지 역설했고, 이를 '정치적 의도'로 반격하는 박 대표의 발언에 일일이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표의 "한나라당의 뿌리가 3공에서 이어져 5·6공으로 온 걸 모르고 들어왔냐"는 발언에 대해 이 의원은 "나는 YS 시절 신한국당으로 들어왔다, 한나라당은 3공∼6공의 유산을 거부하는 당"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리 준비해온 당헌을 인용, "퇴영적 잔재를 남김없이 청산하고…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는 정치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어 이 의원은 "그게 뿌리인줄 알고 살라는 것이냐, 그때가 좋았으니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박 대표의 진의를 따지며 재차 반박했다.

박 대표의 3∼6공 한나라당 뿌리 발언 반박

또한 한나라당이 최근 정체성 수호를 위한 당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과 관련,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수호는 이미 당헌에 나와있는데 뭐 더 하자는 것인가"라고 반대입장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세 번에 걸친 자신의 투옥·고문의 경험을 생생히 전달하며 "같은 당에 있는데 한번쯤은 '이 선배, 알고 보니 고생이 많으셨더라, 아버지를 대신해서 사과드린다'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박 대표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대표에 대한 최근의 비판이 퇴진요구가 아닌 과거를 털고가야 당을 위해서도 대표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고 '선의'를 강조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영화 2편을 소개하며, 그 중 한편은 유신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내년쯤 대중들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말미 주인공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각하, 머리가 다 자라면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 장면이 3공화국이 5공화국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하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