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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개혁국민행동은 7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한 신문고시 위반행위 벌금·포상금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조선일보의 한 지국에서 경품으로 돌린 선풍기가 전시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부 신문사의 불법경품이 사회문제로 지적돼온 가운데 낭비 규모가 연간 560억∼12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이중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이른바 '메이저 3사' 지국의 연간 판촉물 매입 규모만도 무려 560억원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경품이 근절될 경우 이들 3사의 구독자 수는 20% 가량이 줄더라도 약 500억원의 경품비용이 절약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일보>는 지난 5월10일부터 7월3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6개사 211개 지국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분석한 '신문대책 문건'을 입수했다며 2일자 가판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강철규) 경쟁국 가맹사업거래과에서 작성한 이 문건에는 직권조사 결과 및 분석과 함께 향후 신문시장 정상화 추진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6개 신문사 211개 지국 중 79.1%에 달하는 167개 곳에서 신문고시 규정을 초과한 무가지 또는 경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중동' 3사 지국의 신문고시 위반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또 본사의 불공정거래 개입 사실과 함께 신문발행부수공사(ABC) 관련자료 변조 등에 대한 지국 관계자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공정위는 지국과의 거래장부 압수 등 경품회사에 대한 조사도 병행했다. 이중 가장 거래가 많았던 한 경품 납품업체는 16일간 '조중동' 432개 지국에만 무려 34억5000만원어치 경품을 납품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신문경품과 무가지 제공 등 신문고시 위반행위를 지국 책임으로 돌렸던 주요 신문 본사에 대한 조사 역시 불가피할 듯하다. 또 불법행위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본사와 지국간의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도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신문 본사 위법사실 다수 확보

이번 신문대책 문건에는 어느 신문사 지국의 관계자로부터 어떤 내용의 법 위반 진술을 확보했는지, 공정위 직원들이 지국 현장에 나가 무슨 자료를 증거물로 확보했는지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본사가 지국의 경품류 제공행위 등에 직·간접으로 관여했고, 본사와 지국간의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거래를 시인하는 지국 관계자들의 진술이 적시됐다. 본사가 유료독자보다 40%까지 많은 무가지를 지국에 공급하고 있는 현황을 보여주는 문건도 압수됐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지국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지국 역성장(신문독자가 줄어들어 매출액이 떨어지는 마이너스 성장)에 대해 본사가 패널티(벌금)를 부과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즉 5000부를 배달하는 '조·중·동'의 어떤 지국에서 구독자 수가 500명 줄어들게 되면 신문단가에 500을 곱한 액수만큼 패널티를 부과받았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독자 수가 떨어지면 벌금을 물 수밖에 없는 지국으로서는 무가지·경품을 주고서라도 신규독자를 확보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와 함께 본사의 일방적 배송부수 결정, 지대 금액 통보 등 불공정 계약에 대한 진술도 확보됐다.

또 지국장이 바뀔 경우 본사가 유인책으로 후임 지국장에게 인하해준 지대 금액을 주변 지국장에게 전가, 해당 지역 지대총액은 변하지 않거나 되레 증가했다는 조선일보 모 지국장의 진술 역시 포함됐다.

▲ 동아일보 서울 모 지국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제공한 3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왼쪽)과 경기 과천시 조선일보 모 지국이 지난 1월 무가지 및 경품제공을 명시한 안내문.
ⓒ 오마이뉴스 신미희
경품회사도 역추적..지국당 연간 경품거래액 조선>중앙> 동아 순

한편 공정위는 이번에 거래장부 압수 등 경품회사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도 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신문시장 문제와 관련, 경품회사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경품회사와 지국간 실제 거래내역을 역추적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고 국민일보는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14일부터 12월4일까지 엘림무역, 경기물산, 정우유통 등 3개 경품업체가 조선·중앙·동아일보 지국 519곳과 거래한 내역에 대해 조사했다. 다른 신문사 지국조사 여부는 문건에 나와있지 않았다. 이중 가장 거래가 많았던 엘림무역은 16일간 '조중동' 432개 지국에만 34억5000만원어치 경품을 납품했다.

3개 경품업체가 1개 신문지국과 거래한 연간 경품 거래액은 조선일보 880만원, 중앙일보 770만원, 동아일보 730만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00만원 이상의 경품을 사들인 지국은 총 115곳(26.6%)으로, 동아일보가 55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조선일보(36곳)와 중앙일보(24곳) 순으로 나타났다.

신문발행부수를 공사하는 ABC 제도와 관련, 자료를 조작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공정위는 조선일보의 지국장으로부터 “지국이 ABC 실사 이전에 신문협회의 유의사항을 전달받고 본사가 잡아 놓은 유가지 부수와 일치하도록 자료를 변조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품 근절되면 '조중동' 500억원 절약..경영수익 향상

공정위는 문건을 통해 경품이 근절되면 '조중동' 3사의 경영수익이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품근절로 구독자수는 20% 이상 하락하더라도 약 500억원의 경품비용이 절약될 것이라는 게 공정위 자체 분석이다.

또 공정위는 첩보수준 단서 아래 '신문시장 개편전망’에서 앞으로 신문사별 생존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이에 대해 "종교계 지원을 받는 국민일보와 세계일보, 현대 지원을 받는 문화일보는 생존하지만 다른 (마이너) 신문들은 경영적자가 누적돼 회생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일일이 신문사 이름을 적시했다"고 보도했다.

문건에는 신문사 본사를 대상으로 한 직권조사와 관련, '9월 조사 불가론'과 '11월 추진론'이 제시됐다. '9월 조사 불가론'은 과징금 지국 부과 등 제재에 이어 곧바로 본사를 조사할 경우 신문사 반발과 경계태세 강화로 애로가 예상된다는 요지이다. 반면 11월 추진론은 ‘지국조사 결과 처리 후 사전준비 여유를 가질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설명됐다.

문건은 신문사 소유지분 및 시장 점유율 제한 문제도 언급했다. 공정위는 프랑스,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의 사례를 들면서 '조선·중앙·동아일보' 3사의 점유율(매출액 기준)이 70.3%라고 밝혔다.

언론·시민단체, "포상금제 연내실시 등 더욱 강력한 대책 마련돼야"

한편 공정위는 지난 7월 9일에도 직권조사로 처음 실시된 신문지국에 대한 신문고시 위반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10일부터 6월 3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211개 지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인 160여 곳에서 신문고시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보다 앞서 신문고시 시행 1년을 맞아 지난 5월 25일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신문시장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위가 신문시장의 무가지·경품제공의 근원적 고리를 끊는다는데 초점을 맞춘 종합대책에는 직권조사 정기실시, 과징금 부과 강화, 3차례 위반시 검찰고발, 포상금제 도입 추진 등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특히 당시 직권조사와 관련, 신문고시 한도를 초과한 무가지·경품제공 여부 외에 부당한 방법으로 독자를 유인했는지, 본사에서 지국에 경품을 제공했거나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등 경품재원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게 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종합대책안이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포상금제 연내 실시 ▲경품·무가지 허용범위 축소 ▲본사 직권조사 실시 ▲본사와 지국간 공정거래 적용 등 더욱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신문시장 개혁을 정부와 국회 등에 거듭 촉구해왔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7월 27일 고가경품·무가지 제공 등 신문시장의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고가경품 제공, 부당한 고객 유인, 거래상 지위남용 등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위반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국민 신고를 적극 유도하려면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의원입법 형태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에게 공동발의를 요청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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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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