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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에서 연 기자회견 장면.
참여연대에서 연 기자회견 장면. ⓒ 전형준
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중·고등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참여정도’에 따르면 전국 중고생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80만명이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으며, 이 중 약 50만명이 음식점과 주유소,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다.

참여연대는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사회적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기업인데도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의 법적 지식이나 권리 의식이 낮다는 현실을 악용, 마땅히 지급해야 할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사회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청소년 아르바이트생과 관련한 임금체불 등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반해 노동부 대처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의 정책속보에 따르면, 노동부는 겨울 방학 기간 중('04.1)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업종인 “일반음식점,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편의점 등 477개소를 대상으로 지도 점검을 실시했고, 그 결과 207개 업체에 대해 385건의 법 위반 사례를 적발” 했다.

하지만, 이중 4개소 11건에 대해서만 사법 조치를 하고, 나머지는 시정 조치에 머물렀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영세업자이기 때문에 잘 몰라서 그런 면이 있다면서, 사법 조치가 드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박 사무처장은 이런 노동부의 조치에 대해 “벌금액도 미미하다”며 솜방망이 처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패스트푸트 고발에는 참여연대와 더불어 피해를 당한 전국 각지의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이 고소인으로 동참했다. 문모(18·서울시 강동구 천호동)군은 고소장에서 “실제 받은 돈은 약 30만원이고, 못받은 돈이 75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김모(18·서울시 양천구 목동)양도 “시험 기간에는 빼달라는 시간만큼 빼주기로 구두로 약속했지만, 매장에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험 기간에도 계속 나가야 했다. 그로 인해 받은 학업의 타격은 컸다”고 털어 놨다.

고소인 중 한 명인 서상혁씨
고소인 중 한 명인 서상혁씨 ⓒ 전형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서상혁(20)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계약서가 없어서 급여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지만 하루 최대 14시간까지 근무한 적이 있디”고 증언했다. 서씨는 야간수당· 연장수당 등도 제대로 받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민사 소송이 진행될 경우 소송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권정순 변호사는 “18세 미만일 경우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와 첫 만남을 가지는데, 거기서부터 좌절하면 사회에 대한 인식이 어떻겠느냐”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권 변호사는 또한 “아르바이트생들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더 큰 문제는 급여 내역서가 제공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청소년들은 자신이 얼마 만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알기 힘들다는 게 권 변호사의 지적이다.

이어 권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형식으로 출근부 등을 확보해 주면, 그걸 근거로 사상 소송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소송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사무처장은 “현재 20여명의 원고가 모였는데 더 광범위한 조사를 위해 일단 고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또 고의적, 악의적인 위법 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피고가 악의적으로 부당 이익을 취했을 경우 법원에서 그 액수의 수십 배 혹은 수백 배를 피고에게 징벌적 의미로 부과하는 법적 장치를 말한다.

서순성 변호사는 또 집단소송제 도입도 시급하다고 제기했다. 서 변호사는 “이 사건처럼 수많은 소액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집단 소송은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구제를 받는 제도로 미국, 독일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학교에서 근로기준법 등에 대한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 사무처장은 “안내책자 배포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에 관한 권리를 알리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 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고등 학교에서 노동관련법을 수업 시간에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서울지방노동청이 지난 3월 실시한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에서는 맥도날드((주) 신맥)과 버거킹이 지난 한 해 동안 6400여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5억여원에 달하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적발돼 시행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들 업체는 현재까지 2003년 미지급분에 대한 시정 명령은 이행했으나 민형사상 시효가 남아 있는 2001년 및 2002년 분의 주휴 수당은 여전히 지급하고 있지 않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은?

현재 우리 나라는 적극손해, 소극손해, 위자료를 포함한 실제 손해액만 배상하게 돼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공익성 관련 소송에서 가해자에게 ‘징벌’적 성격으로 수십 배, 수백 배의 손해액을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실제 손해액은 100만원이라 하더라도, 피고의 고의적, 악의적인 면이 인정됐을 때 1억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실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액의 일정 비율을 인지세 등으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남용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집단 소송은 다수 피해자가 모두 고소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대표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전체 피해자의 청구총액을 고소할 수 있다. 이때 대표로 소송을 낸 사람이 이기게 되면 모든 피해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집단소송제의 경우 가해 혐의가 있는 기업을 상대로 한 거액소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재계 등에서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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