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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산2번지를 찾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김 장관은 이날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체험단을 방문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 오마이뉴스 김태형

2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산2번지를 찾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김 장관은 이곳에서 독거노인인 양씨 할머니(83)를 만났다.

김 장관과 양씨 할머니의 만남은 현재 이곳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희망 업>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 관계자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하월곡동 산2번지 일대는 이른바 전형적인 서울의 '산동네'로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내년에는 이 일대가 재개발된다고 한다.

준비된 행사 일정에 따라 독거노인을 위한 '국 배달'에 나선 김 장관이 양씨 할머니에게 "할머니, 참 미인이시네요"라고 첫인사를 건네자, 양씨 할머니는 "아니 이렇게 날마다 국을 갖다 주니 고마워서 어째"라며 반가워한다.

이곳을 처음 찾은 김 장관이 양씨 할머니에게 '날마다' 국을 갖다 줬을 리 없겠지만, 양씨는 이 지역에 머물며 매일같이 독거노인을 돕고 있는 젊은이들과 현지주민들에게 그랬듯이 김 장관에게도 소박한 고마움을 표한다.

"할머니, 가족이나 친척은 없으세요?" 으레 들어왔던 질문일 테지만 양씨 할머니는 김 장관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긴 '서울살이'를 끄집어낸다. 20년 전 목포에서 올라와 이곳 하월곡동에서만 10년을 보낸 양씨 할머니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얼마 전 횡단보도에서 당한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 독거노인 양씨 할머니(83, 오른쪽)와 대화중인 김근태 장관
ⓒ 오마이뉴스 김태형

"장관님이 특별히 말씀하셨으니까...박수"

"동장님, 여기 할머니 모시고 보건소 다녀오세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는데 병원도 못 가시고…."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보험처리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사연을 들은 김 장관은 동행하던 월곡 3동장에게 양씨 할머니를 모시고 보건소 치료라도 받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김운수 동장은 "할머니, 장관님이 특별히 말씀하신 거니까 오늘 오후나 내일 오전에 저랑 같이 보건소에 가자"며 양씨 할머니의 치료를 약속한다. 김 장관이 "할머니 약소하지만 보태 쓰시라"라고 흰 봉투에 얼마간의 성금을 전하자, 김 동장은 "받으세요. 자, 박수 한 번 칩시다"며 '익숙한' 광경을 자아낸다.

자리에 일어서던 김 장관은 양씨 할머니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할머니 제가 보건복지부 장관이고요. 이 옆 도봉구 국회의원입니다." 양씨 할머니가 잘 모르는 듯하자 김 장관은 다시 "할머니 텔레비전 잘 안보세요"라고 물었고, 그제야 양씨 할머니는 "텔레비전 봐도 뭐가 뭔지 잘 몰라서 그냥 안 본다"며 어색하게 웃는다.

못내 아쉬웠던 것일까. 김 장관은 웃으며 "할머니, 텔레비전 자주 보세요. 저 자주 나오니까요. 텔레비전 보다 저 나오면 '아 그때 만났던 그 사람이구나' 하실 거예요"라는 말을 전하고 다음 방문예정인 노인 무료급식소 '성북 평화의 집'을 향했다.

▲ <희망 업> 캠페인 참여단과의 대화에서 유민상(25)씨는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논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 오마이뉴스 김태형

최저생계비 현실화 시급, 빈곤대책 개선·전환 절실

이날 하월곡동 산2번지 일대를 찾은 김 장관은 현재 이곳에서 최저생계비로 살고 있는 체험단을 방문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비현실성과 개선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2004년 현재 책정된 최저생활비는 1인 가구 기준으로 36만 8226원이고, 2인 가구의 경우 60만 9842원이지만 현물 지원 등을 제외했을 때 실지원액수는 이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 측에서는 "지난 99년 계측된 현행 최저생계비의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5년 만에 실계측연도가 찾아온 만큼, 오는 12월 1일에는 최저생계비 액수가 상향 조정돼 향후 빈곤문제 대책에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생들로 구성된 체험단과의 대화에서 김 장관은 주로 체험단의 의견을 들으며 "빈곤층에 대한 지원 과정에서 모욕감이나 서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단지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 차원의 배려도 함께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원 확충 마련하려면 국민적 합의 도출할 논리 필요"

이날 자리에 함께한 체험단원들은 실지 생활에서 겪었던 소소한 어려움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김 장관에게 제기하며, 참여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복지정책 수립·집행에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3인 가구 최저생계비 체험에 참여하고 있는 유민상(25)씨는 "사회복지 지원액을 늘이기 위해서는 재원확충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후,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을 보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논리와 방안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현재 보건복지부 정책을 보면 사랑과 헌신만을 강조하는 '사랑의 하트'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정책은 사회적 책무이자 그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여단원 역시 빈곤층의 문화혜택 확대, 수급자 위주의 정책 수립, 의료비·주거비 지원 확대,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등을 강조하며, 빈곤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김 장관에게 요청했다.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희망 업> 캠페인은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며, 11명으로 구성된 화월곡동 한달 체험단뿐만 아니라, 24시간 내지 48시간 단위로 참가하는 릴레이 체험단, 집에서 최저식료품비로만 생활하는 온라인 체험단 등의 활동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희망 업> 캠페인 누가 참여했나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 공동으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진행중인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희망 업> 캠페인은 '한달 체험단' '릴레이 체험단' '온라인 체험단' 등 3가지 방식으로 구성돼 진행된다.

먼저 한 달간 성북구 하월곡동 현지에서 1인당 30만원 정도인 최저생계비로 직접 체험하는 '한달 체험단'의 경우 대학생을 중심으로 총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하루 5000원 정도로 하루 내지 이틀 동안만 행사에 참석하는 '릴레이 체험단'의 경우 지금까지 약 30여명이 참여했다. 열린우리당 유시민·김선미 의원,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 등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 상당수가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관련 단체·학계에서는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아름다운재단 배분위원),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허선(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희망UP캠페인 전문가 지원단장)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하월곡동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자기 집에서 최저식료품비 정도로 캠페인에 참여하는 '온라인 체험단'은 '티코'(ID) 등 30여명의 네티즌들이 <희망 업>사이트에 온라인 가계부를 작성하며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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